CEO들 격의 없는 청취 활동 ‘눈길’
2030 특화 플랫폼 및 전용상품 제공
올해 금융권에서는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가 강력한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금융거래가 가속화되자, 주요 고객이 기성세대에서 젊은층으로 바뀐 것이다.
2030대는 은행에 방문해 예적금을 활용했던 기성세대와 달리 과감한 재테크로 금융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은 고위험 고수익 투자에도 주저하지 않으며,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금융상품을 거부감없이 이용한다. 필요하다면 온라인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활발한 소통을 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거침없다. 기업 조직문화에서도 MZ세대와의 원활한 소통이 최고경영자(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로 꼽혔다.
◆ 베일 벗은 (부)행장님들 “꼰대 아닙니다”
이같은 이유로 주요 시중은행들은 MZ세대를 주요 경영 전략의 핵심 타겟으로 설정하고 마케팅 접점 확대에 고민해왔다. 특히 일부 은행장들은 직접 소통 행보에까지 나서며 MZ세대 모시기에 공을 들이는 중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권준학 NH농협은행장은 지난달 유튜브 라이브에 직접 출현해 SNS 팔로어 300만명 달성을 기념하는 축하 행사를 가졌다. 약 40분간 진행된 행사에는 3000여명의 고객이 참여해 1만3000건의 댓글을 남기고, 권 행장은 이들과 소통하며 고객 사연도 뽑아서 소개해 이목을 끌었다.
신한은행은 이병철 퇴직연금사업그룹 부행장이 직접 공식 유튜브에 나와 퇴직연금 공식 노래를 부르며, 9일만에 조회수 27만8000회를 끌어모았다. 특히 이병철 부행장은 아이돌 춤을 따라 추거나, 신돈철, 이병헌 패러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연금의 중요성과 신한은행 IRP'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젊은 세대는 물론 그룹 내부와 최고경영진들 사이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이 외 허인 KB국민은행장은 자사의 새 광고모델인 '에스파(aespa)'와 함께 광고 티저 영상을 촬영하기도 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가상의 메타버스 공간에서 각각 ’라울‘과 ’전광석화‘라는 아바타로 신입 행원들과 회의에 참석해 화제를 낳았다. 권 행장은 "MZ세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메타버스는 새로운 기회의 영역"이라며 "메타버스 내에서 구현 가능한 다양한 서비스도 함께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 은행서 스니커즈도 사고, 투자게임도
시중은행들은 고금리 특판이나 게임요소를 접목한 다양한 상품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은 손태승 회장의 주문으로 MZ세대 직원을 중심으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금융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방침이다. 자회사인 우리은행은 최근 ’e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지난 6월 출시한 ‘우리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적금’은 출시 5개월만에 1만7000여좌, 잔액 1000억원을 돌파했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열풍 속에서도 금융상품에 스토리와 재미를 담은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신한은행은 앞서 20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헤이영’이라는 금융 브랜드를 만들고 ▲파킹 통장 개념인 ‘헤이영 머니박스’ ▲20대 전용 플랫폼 ‘헤이영 모드’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색 플랫폼도 선보였다. 신한 ‘쏠(SOL)'에서는 공동구매 서비스 플랫폼 ‘소투’에서 고가의 스니커즈나, 미술품 등의 자산을 1000원 단위로 소액 투자가 가능하다.
카카오뱅크의 ‘26주 적금’은 2018년 6월에 출시됐지만 현재까지도 2030 대표 상품으로 언급되고 있다. 게임 요소를 접목해 1000원 단위 ‘소액투자’로 저축의 재미와 만기의 성취감을 느끼도록 설계됐다. 기본 연 1.5%금리에 26주를 완납하면 0.5%p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올해 분기별 신규 가입 계좌 수는 꾸준히 증가했으며, 3분기 기준 109만건까지 확대됐다.
하나은행 역시 100원 단위의 자투리 돈으로도 펀드 투자를 할 수 있는 ‘잔돈펀드’를 운영중이다. 또 게임업계 2위인 넷마블과 전략적 업무제휴까지 맺고, 모의투자 게임 ‘투자의 마블’을 출시하기도 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MZ세대들은 누구보다 빠르게 편리한 서비스를 찾고, 눈높이가 다양하다”며 “미래 금융의 주역인 이들 의견에 귀를 기울여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