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수준 질적 향상과 활용 위한 정책 개발 필요”
“이전에 모든 인간의 삶이 예술이며 모두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예술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이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표현하는 방식일 뿐이다.”
배우 구혜선이 자신의 미술 작품을 두고 “홍대 앞에 취미 미술 학원생들 수준이다. 백화점 문화센터에 갈 수는 있지만 백화점 전시는 안 된다”라고 혹평한 한 평론가를 향해 SNS에 남긴 말이다. 자신이 느끼고, 원하는 대로 표현을 하는 것 자체가 예술이며, 그렇기에 모두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였다.
구혜선 외에도 배우 하정우, 가수 송민호 등 다수의 연예인들이 ‘아트테이너’로 활동 중이다. 이들 또한 그림을 또 다른 ‘자기표현’이라고 말했다. 송민호는 한 방송에서 “음악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부분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어서 좋다”고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하정우는 ‘걷는 사람, 하정우’의 출판 기념 간담회에서 “책을 썼다고 제가 작가가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나 자신을 치유하고 못다 한 이야기를 캔버스를 통해 쏟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예술 활동을 통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힐링’을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는 예술적 감성이 풍부한 연예인들에게만 해당이 되는 일은 아니다. 문화센터부터 학원, 온라인을 통한 선생님 찾기 등 배울 수 있는 창구가 늘어나면서 일상에서도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주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등장하면서 미술과 음악, 춤 등 다양한 문화, 예술을 취미로 즐기는 이들이 늘어났다. 2018년 당시 한 백화점 문화센터의 20~30대 소비자의 수가 전년 동기 대비 150%가량 증가하는가 하면, 피아노와 발레, 댄스 등 각종 학원에 직장인 수강생이 급증했다는 보도가 나왔었다. 최근에는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흥행을 하면서 ‘춤 배우기’ 열풍이 불기도 했다. 방송 댄스, SNS 챌린지 댄스 등을 배우기 위해 댄서 지망생이 아닌, 일반인들이 댄스학원에 몰렸다.
미술, 음악, 무용, 영화, 연극 등 다양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배우는 것은 일상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창의적인 사고와 예술적 감성을 갖추는 바탕이 된다. 이에 경제, 지역 등의 한계로 인해 문화, 예술 교육에서 소외되는 이들에게도 문화예술을 학습하고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하기 위해 이것이 공적 영역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이미 지난 2005년 모든 국민이 문화예술 교육과 체험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문화예술교육지원법이 제정됐다. 문화예술교육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정해 문화예술교육을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국가의 문화 역량을 강화한다는 의도다. 같은 해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 문화, 예술 교육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발판이 마련됐다.
현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학교와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을 통해 아이들부터 노인까지. 지역, 계층별 특성에 맞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최근에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추진, 유아부터 고령자까지 계층별, 세대별 특성을 파악해 맞춤형 교육을 확대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혜택에서 소외됐던 50세에서 64세의 생애전환기 중장년층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예술가로서의 전문성과 교육가로서의 자질을 갖춘 전문 교육인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 제도 운영이 그 예다. 사진과 음악, 무용, 미술, 만화와 애니, 영화, 국악, 공예, 디자인, 연극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격증을 취득하고, 교육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5년 전 89억 원에 불과했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예산은 2020년 기준 1296억 원으로 확대됐다. 활동 중인 예술 강사의 숫자도 2021년 현재 전국의 초·중·고등학교와 지역, 마을에서 5000여 명이 넘는다.
다만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사들의 낮은 인지도와 제대로 된 활용은 숙제로 남아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문화예술강사는 “이러한 자격증이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도 많다. 이 자격증만으로는 교육 현장에서 일을 하기가 쉽지가 않다. 자격증이 필요하다면 필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게 아니라면 현장 경험을 살리는 방식으로 전환을 하는 식의 현장 인식과 발을 맞춘 제도가 필요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임오경 의원이 ‘2020 문화예술교육사 자격활용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문화예술 관련기관의 교육사 자격증 소지자 배치율이 15.2%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배치기관 85%, 문화예술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타 기관 86.5%가 향후에도 교육사 자격증 소유자를 배치할 의향이 없다고 응답했다. 임오경 의원은 이에 대해 “문화예술교육사 배치를 확대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고,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수준의 질적 향상과 활용도 제고를 위한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