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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때녀 조작, 정말 이번이 처음인가?


입력 2021.12.25 08:03 수정 2021.12.25 05:13        데스크 (desk@dailian.co.kr)

ⓒ SBS 화면캡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약칭 골때녀)'가 경기 내용을 조작했다는 것이다.


구척장신과 신생팀 원더우먼의 경기가 문제였다. 원래 방영분에선 구척장신이 전반전에 3대 0으로 앞섰고 후반전에 원더우먼이 4대 3까지 추격했으나, 결국 구척장신이 6대 3으로 승리한 것으로 그려졌다.


그런데 디시인사이드, 에펨코리아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화면 배경으로 봤을 때 전반전에 구척장신이5대 0으로 크게 앞섰던 것 같다는 내용이다. 너무 일방적이면 흥미도가 떨어질까봐 제작진이 전반전 골을 후반전 골로 바꾸는 등 마치 아슬아슬하게 진행된 경기인 것처럼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일파만파 일이 커지자 제작진은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고 인정하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사과문을 내놨다.


하지만 배성재 캐스터의 중계 내용도 문제가 됐다. “원더우먼이 3대1로 구척장신을 따라갑니다”, “원더우먼이 펠레 스코어(3대2)를 만들었습니다”, “원더우먼이 FC 구척장신을 4대3으로 맹추격합니다” 등의 말을 했는데 이런 경기내용이 아예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니까 연출진, 작가뿐만 아니라 배성재 캐스터까지도 조작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연출진 등은 예능 제작진이지만 배성재 캐스터는 운동 중계 전문가이기 때문에 더 충격이 컸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2차 사과문을 통해서 "배성재, 이수근님과는 전혀 관계없이 전적으로 연출진의 편집 과정에서 벌어진 문제"라며 "두 진행자 배성재, 이수근 님은 이번 일과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내용에 아예 없는 상황이 중계 멘트로 나온 연유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아서 의혹만 더 증폭시켰다.


결국 배성재 캐스터가 직접 눈물의 사과에 나섰다. 촬영 현장에서 제작진이 요구하는 멘트를 기계적으로 녹음했다는 것이다. 그런 녹음이 1년 동안 이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그 부분이 편집 조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곤 상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절대 승부조작은 없었고, 결과를 바꾼 적은 없다”고 했다.


‘골때녀’는 일반 예능이 아니라 운동경기를 다룬다. 웃자고 하는 경기도 아니고 정말 진심으로 임하는 축구경기여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바로 그런 프로그램에서 경기내용 조작이 벌어졌으니 충격파가 클 수밖에 없다.


제작진의 해명도 충격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번 일 전에는 진정성보다 재미가 더 중요한 가치라고 여겼다는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내용 조작이 과연 이번이 처음이었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것은 그동안 크게 사랑받았던 ‘골때녀’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일이다. 시청자의 실망도 크다. 배성재 캐스터는 1년 동안 제작진이 요구하는 멘트를 녹음했다고 했는데, 그게 어떤 식으로 쓰였는지 더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들을 모니터할 때가 많기 때문에 배성재 캐스터도 ‘골때녀’를 모니터했을 가능성이 있고, 만약 그랬다면 그동안에도 조작이 있었는지를 잘 알 것이다. 누구보다도 제작진이 그동안의 진실을 확실하게 밝혀야 한다. 진실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의 사과는 무의미하다.


제작진은 재미보다 진정성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 깨달았다고 했는데, 여기서 예능 제작진이 얼마나 내용 개입을 당연하게 여겨왔는지가 드러난다. 재미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이 에능계에 만연하다보니 축구경기 예능에서마저 경기내용 조작이라는 황당한 일이 터졌을 것이다. 운동경기에서 이 정도면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의 조작은 더 심각할 거라는 추정도 가능하다. 그동안 시청자들이 얼마나 속은 걸까?


특히 ‘골때녀’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할 정도로 기막힌 경기내용이 여러 번 나와서 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게 사실은 각본 있는 짜깁기였다는 말인가? 너무나 충격적인데, 일단 지난 1년간의 진상부터 확실하게 밝힐 일이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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