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키컵 4강 연장 접전 끝에 싱가포르 4-2 제압 '결승행'
지난 대회 조별리그 통과 실패한 인도네시아 '신태용 매직' 만끽
라커룸 분위기 절정..선수들과 떼창하며 자축 "선수들 자신감↑"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스즈키컵 결승에 진출하며 기염을 토했다.
인도네시아(FIFA랭킹 164위)는 25일 싱가포르 칼랑 국립 경기장에서 끝난 ‘2020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준결승 2차전에서 싱가포르(FIFA랭킹 160위)를 4-2로 누르고 결승 티켓을 손에 쥐었다.
1차전에서 무승부에 그친 인도네시아는 선제골을 터뜨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동점골을 내준 인도네시아는 싱가포르 선수 2명의 퇴장으로 압도적인 수적 우위를 점했다. 오히려 싱가포르의 거센 공격에 밀려 역전을 허용한 인도네시아는 후반 막판 가까스로 동점골을 넣고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에서 싱가포르 선수가 또 퇴장 당했다. 교체 투입된 공격수가 골문을 지켜야하는 지경에 몰렸다. A매치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인도네시아는 수적 우위의 유리한 환경을 살려 2골을 퍼붓고 이겼다. 1차전에서 1-1 무승부를 이룬 인도네시아는 1·2차전 합계 5-3으로 결승에 올랐다.
지난 대회에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는 2019년 12월 부임한 신태용 감독 지휘봉을 타고 스즈키컵 결승에 오르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리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디펜딩 챔피언’ 베트남과 무승부를 이뤘고, 까다로운 상대 말레이시아를 대파한 뒤 4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린 싱가포르마저 잠재웠다.
단기간에 끌어올린 놀라운 성과에 ‘인니 박항서’가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까지 피어오르고 있다. 베트남 축구 영웅으로 떠오른 박항서 감독과는 비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인도네시아 ‘신태용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확실하다.
인도네시아 축구협회와 심각한 갈등을 빚었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경기내용을 떠나 결과 자체를 놓고 인도네시아 언론들도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라커룸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신태용 감독과 선수들이 뭉쳐 승리를 만끽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며 함성을 내질렀다. 선수들은 신태용 감독 머리에 물을 뿌렸고, 흠뻑 젖은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과 함께 ‘떼창’하며 펄쩍펄쩍 뛰었다.
신태용 감독은 경기 후 중계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결승까지 올라오면서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런 흐름이면 결승에서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우승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스즈키컵에서 준우승만 5차례 기록한 인도네시아는 지금의 기세를 등에 업고 첫 우승에 도전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피파랭킹 98위), 또는 A조에서 전승을 거두고 4강에서도 1승을 먼저 따낸 태국(피파랭킹 115위) 중 한 팀과 결승(12.29/1.1)에서 격돌한다.
신태용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베트남전 0-0 무승부를 이룬 뒤 “결승에서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붙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보다는 태국이 결승에 한 걸음 더 다가온 상황이다. 베트남은 4강 1차전에서 예상 밖으로 태국에 0-2 완패했다. 주심 판정에 따른 억울한 부분도 있었지만 1골도 만회하지 못해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베트남이 26일 열리는 2차전(오후 9:20~SBS SPORTS 생중계)에서 태국에 2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두면 결승에 오른다면, 신태용호 VS 박항서호의 진검승부를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