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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로 본 새해 은행권 경영 화두..."디지털·플랫폼·ESG"


입력 2022.01.03 11:30 수정 2022.01.03 11:40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덩치 큰 공룡 멸종...빅테크 경쟁서 이겨야"

마이데이터 오는 5일 시행, 데이터 확보 강조

5대금융지주 사옥 ⓒ 각 사 제공

임인년(壬寅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경영 전략 키워드는 ‘디지털’ 플랫폼‘ ’ESG‘로 압축됐다. 주요 금융사들은 신년사를 통해 카카오뱅크 등의 빅테크와의 전면 경쟁을 예고하고, 금융그룹의 생존을 위해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과 플랫폼 전략으로 체질 개선을 해나가겠다는 각오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국내 5대 금융지주와 주요 은행들은 2022년의 청사진을 담은 신년사를 발표했다. 각 사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담았지만 공통적으로 디지털 혁신을 기반으로 한 고객 중심의 플랫폼 역량 강화를 내세웠다.


’리딩금융‘인 KB금융의 윤종규 회장은 옴니채널 전략으로 고객의 호응을 얻은 미국 월마트의 사례를 언급하며, 고객 중심의 플랫폼을 만들자고 당부했다. 윤 회장은 “고객에게 사랑받는 No.1(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이 돼야 한다”며 “고객중심적 사고로 최고의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KB를 만들어가자”고 밝혔다. 마이데이터 본격 시행으로 KB스타뱅킹을 중심으로 한 '슈퍼 앱'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스타뱅킹을 슈퍼앱으로 하고 계열사 앱과 상호 연계, 보완을 강화해나간다는 전략이다.


ESG 선도 기업으로서 중소·중견 기업의 ESG 경영 컨설팅 확대, 탄소배출 감축 우수기업 지원과 ‘넷제로(Net Zero)’ 설비투자 확대 등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당부도 빼놓지 않았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빅테크와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태 회장은 “지난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은 한 때 45조원, 카카오페이는 33조원에 육박했다”며 "우리는 종합금융그룹으로서 훨씬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음에도, 시가총액이 두 회사의 5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냉혹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통렬한 비판을 했다.


그는 “일견 굉장히 비합리적인 결과이지만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면, 시장은 우리를 ‘덩치만 큰 공룡’으로 보고 있고, 공룡은 결국 멸종했기 때문”이라며 분석했다. 이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기존 은행이 가진 ‘강점의 레벨업` ▲디지털 퍼스트 ▲리딩 글로벌이라는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조용병 회장 역시 “기존 금융사들도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지만 인터넷은행과 빅테크 계열 금융사들의 새로운 시도가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고객은 이제 금융사의 규모와 수익이 아닌 경험의 가치에 움직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한만의 방식 ’신한WAY 2.0‘과 그룹 디지털 플랫폼 핵심가치로 '바르게, 빠르게, 다르게'를 소개하며 “디지털 생태계를 이끌어가고, 신한만의 고객 경험을 만들자”고 주문했다.


손태승 우리금융회장은 새해 증권 등 비은행 부문 포트폴리오 확대를 통해 디지털 기반 종합금융그룹 체계를 완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수익·성장기반 확대 ▲디지털 초혁신추진 ▲핵심성장동력 육성 ▲선제적 리스크관리 강화 ▲기업문화, 브랜드, ESG Level-up’ ▲그룹시너지·경영효율성 제고 등의 총 6가지 경영전략을 제시했다.


디지털 초혁신 전략으로는 그룹 차원의 MZ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해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ESG의 전 경영 부문 강화를 위해 전임직원들의 동참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기후변화 대응은 국가 차원의 중대 과제이자 전세계가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의무로서 금융사들에게도 막중한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해 탄소감축 등 환경관리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ESG경영의 全부문을 더욱 고도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 또한 고객 관점의 디지털 사업 추진을 예고했다. 손 회장은 “고객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동안 잘 해왔던 사업모델과 사업운영 방식도 과감히 바꾸어 나가야 한다"며 상품과 서비스 개발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내부 시스템이나 일하는 방식까지도 전면적인 혁신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 이행 위한 금융상품 개발 등의 ESG 경영 내재화를 위해서도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시중은행은 오는 5일 정식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이 주요 화두였다. 혁신 플랫폼 개발을 통해 양질의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는것에 주력할 방침이다.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고객과 시대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독보적인 플랫폼을 선보이겠다”며 “올해 출시를 앞둔 개인뱅킹 새 앱(New App)과 종합 기업금융 플랫폼 개발에 모든 경험과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광석 우리은행장 역시 새해 은행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고객’과 ‘디지털 혁신’을 꼽으며 첫번째 과제로 마이데이터를 콕 지목했다. 권 행장은 “우리가 당면한 시급한 과제는 먼저 마이데이터 시장을 선점해 가능한 많은 고객 데이터를 얻는 일”이라며 “데이터 많으면 많을수록 남들과는 차별화된 고객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고, 고객에게 보다 경쟁력있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준학 NH농협은행장 역시 “AI(인공지능)·메타버스 등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소비자 선호에 맞춰 디지털 기술을 접목하고 올원뱅크 내 금융계열사 핵심 서비스를 연계해 업권 간 장벽을 초월한 종합금융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취임한 이재근 신임 KB국민은행장은 신녀사를 겸한 취임사에서 “KB스타뱅킹 등 KB의 플랫폼이 고객의 일상생활을 아우를 수 있도록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의 완성도를 계속 높여 나가겠다”며 “WM, CIB, 자본시장, 글로벌 부문과 마이데이터, 플랫폼 비즈니스와 같은 디지털 신사업 부문에 경영 역량을 집중함으로써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역설했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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