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재명 상승세'에 표정 관리하며 몸 바짝 엎드려
오만한 언행 등 돌발상황 발생 차단 주력하며 채찍질
이해찬 "방심·경거망동 안돼…끝날 때까지 끝 아냐"
정성호 "野 상황 박수치다가 우리가 그렇게 될 수도"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새해 들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앞지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은 표정을 관리하며 '내부 단속'에 힘을 쏟고 있다.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세에 취해 자칫 오만한 언행이 당내에서 나오는 등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이 같은 흐름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어른'이자 선대위 상임고문인 이해찬 전 대표는 4일 선대위가 만든 정책 제안 플랫폼 '이재명 플러스' 어플리케이션에 올린 글에서 "해가 바뀌면서 여론조사가 조금 유리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조금도 안심할 때는 아니다. 잘못된 기득권에 집착하는 사람들과 보수 언론들은 선거판을 흔들려고 덤빌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이 조금 올랐다고 경거망동하거나 방심해서는 안 된다"며 "선거는 끝날 때까지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주변의 한분 한분까지 성심을 다해 진실한 자세와 절실한 마음으로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선대위 미래시민광장위원회 출범식에서도 "(대선까지) 남은 64일 동안 저쪽은 자중지란에 빠져 있는데 우리는 서로 격려하고 소통하면서 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면서도 "결코 자만하지 않고 거만하지 않게 선거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와 사법연수원 18기 동기이자 '30년 지기'인 정성호 의원(4선·경기 양주시)도 전날(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만 경계령'을 내렸다. 선대위 총괄특보단장을 맡고 있는 정 의원은 "국민의힘도 걱정이지만 민주당도 걱정된다"며 "상대가 제대로 해야 긴장도 하고 열심히 하는데 상대가 자중지란에 빠져 있으니 적당히 대충해도 이기겠지 하는 자만이 코로나처럼 번질 수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운동은 하지 않고 감투만 요구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고, 일은 안하면서 자리만 차지한 채 오만 방자한 행태를 보이는 자들도 있다는 보고도 올라온다"며 "한 치의 자만과 방심이 용납되었다가는 순식간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의 상황은 오래가지 않을 거다. 지금의 국힘 상황에 박수치다가는 우리가 그 상황을 맞을 수 있다. 그때는 그냥 끝"이라며 "더 겸손해야 하고, 마지막까지 절박한 마음으로 끝까지 집중하는 쪽이 이긴다"고 했다.
오영훈 비서실장도 지난달 31일 선대위 구성 전원에게 '경각심'을 일깨우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오 실장은 "투표 종료 시점까지 우리의 일관된 자세는 '긴장'에 더해 무엇보다 '겸손'이어야 할 것"이라며 "'오만'은 내부에서 우리를 분열시키고, 외부에서 우리를 무너뜨리는 '독약'"이라고 했다. 이어 "서로에게 겸손하고, 국민 앞에 겸손하자"며 "(대선이) 두 달 이상 남았다.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대통령선거는 항상 그랬다"고 했다.
이 후보도 국민의힘의 내홍 상황에 대해 최대한 말을 아끼며 '저자세 모드'를 취하고 있다. 그는 전날(3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최근 지지율 상승세와 관련해 "차근차근 조금씩 나아지면 좋은 건데, 갑자기 상대방이 추락하다시피 한 것 같아서 낙관할 수 있는 상태 아니다"며 "더 조심하고, 겸손하게, 최선을 다하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4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후원회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선 국민의힘 상황과 관련해 "경쟁하는 다른 당의 상황에 대해 제가 이렇다 저렇다 말씀드리는 것은 적철지 않다"며 "빨리 수습이 돼서 국민을 대표하는 공당으로서 역할을 잘해주고, 국민이 원하는 방향대로 미래를 향한 정책 경쟁에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아직 30%대 박스권 지지율에 머물고 있고 국민의힘 갈등 상황에 대한 반사 이익을 누리고 있는 측면이 있다"며 "저쪽 선대위 내홍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정제된 메시지가 나오기 시작하면 윤 후보의 지지율은 다시 오를 것이고, 이 후보와 박빙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호랑이가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하듯, 선거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춰선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