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째 공회전 제도 재추진
첨예한 갈등에 잡음 불가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첫 번째 금융공약 가운데 하나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소비자가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금융 제도 개선으로 여론의 관심을 이끌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다만 해당 내용이 13년째 공회전에 머물러 온 묵은 이슈인데다, 의료계의 반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잡음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7일 정치·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캠프에서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열린금융위원회는 이날 오전 출범식을 열고 보험소비자 관련 5대 공약을 발표했다.
공약 내용은 ▲가입자의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 한 보험금 지급 거절 차단 ▲독립법인대리점의 판매책임 강화 ▲소액 보험금 분쟁 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만으로 보험금 지급 ▲실손보험금 청구 체계 간소화 추진 ▲온라인 보험 판매 플랫폼의 법적 책임 강화 등이다.
가장 눈길이 가는 대목은 역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다. 이번 정부에서도 이를 현실화하기 위한 입법이 줄을 이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신 제도여서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바로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받아 보험사로 전송해야 하는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다. 현재 소비자가 실손보험금을 받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영수증과 진료비 내역서 등을 종이 서류로 발급받아 보험사에 팩스를 보내거나 사진을 찍어 제출해야 한다.
◆이번 정부서도 번번이 좌절 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2020년 3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2건이 발의되면서 법안 통과 기류가 강했다. 지난해애만 세 차례의 국회 토론회가 이뤄졌고 법안소위 논의까지 됐지만, 끝내 의료계 반발에 부딪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추진은 비단 이번 정부만의 일이 아니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 개선 권고를 시작으로 추진됐지만,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원인은 의료계의 반발이다. 우선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사적 계약인 실손보험을 두고 제3자인 의료기관에 보험금 지급을 위한 서류 전송을 의무화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 비급여 의료 정보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모이게 되면서 정부가 관련 비용 통제를 할 때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새 정부에서도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의 저항에 부딪힐 공산이 크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장기화로 의료계의 부담이 극에 달해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반대 기조가 더욱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제도는 소비자와 보험사는 물론 금융당국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현실화가 무산돼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당국뿐 아니라 의료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보건당국까지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