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사흘간의 일정 마무리…2년만의 오프라인 재개
코로나19 여파로 우려 교차 속 개최...일정 하루 단축
다양한 산업·기술 혁신으로 미래 제시...친환경 부상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2’가 7일(현지시간) 사흘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폐막했다.
올해 행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온라인으로만 개최됐던 것과 달리 오프라인 행사가 재개되면서 온·오프라인 병행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해 글로벌 빅 테크 기업들의 현장 행사 불참이 이어졌고 이에 행사 기간이 하루 단축되는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다양한 산업에서 진화된 기술로 혁신을 선보이면서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행사의 메인 아이템인 가전·자동차·로봇을 넘어 헬스케어·우주·식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영역 확장이 이뤄졌고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가상현실(VR)·증강현실(AR)을 넘어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와 블록체인 기반의 대체불가토큰(NFT) 등 기술적인 면도 보다 다채로워졌다.
이와함께 올해 행사에서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대두돼 온 친환경 이슈가 유독 강조됐다. 전시에 참가한 기업들은 탄소절감과 재활용 등에 방점을 찍으면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행사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에 따르면 이번 행사에서는 전 세계 159개 국가 약 2300여개 기업이 참가했고 119개국에서 4만여명이 넘는 관람객 및 관계자들이 행사장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참가 기업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지난 2020년 4500여개와 비교해 절반으로 감소한 것이다. 한국은 미국(1300여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00여개 기업이 참가했다.
또 코로나19 이슈와 맞물리며 100개 이상의 헬스케어 관련 기업들이 참가한 가운데 스타트업(신생벤처)들도 총 800여곳이 참여해 새로운 미래를 선도할 다양한 스마트한 기술들을 선보였다.
삼성·LG 분위기 주도한 가전…위상 하락하는 中
행사의 터줏대감이자 메인 아이템인 가전은 한국 기업들이 분위기를 주도했다.
삼성전자는 참가 기업 중 가장 넓은 약 3600㎡(약 1090평) 규모의 부스를 마련, 다양한 혁신 제품을 전시하며 코로나19로 다소 침체될 수 있는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우는데 큰 역할을 했다.
마이크로LED TV와 네오(Neo) QLED 8K TV 등 프리미엄 TV 제품과 함께 소비자 맞춤형 가전 ‘비스포크 홈(BESPOKE HOME)’ 등 다양한 혁신 제품으로 관람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냈다.
특히 공간에 구애 받지 않는 포터블 스크린 ‘더 프리스타일’, 차세대 게임 전용 디스플레이 ‘오디세이 아크’, ‘갤럭시 Z플립 비스포크 에디션’ 등 MZ세대(밀레니얼+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를 겨냥한 제품들을 대거 선보이며 젊은층의 관심을 유도했다.
다만 퀀텀닷(QD)-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차세대 TV 신제품은 공개하지 않아 아쉬움으로 남았다.
LG전자는 전시부스에 제품을 일절 배치하지 않는 파격적인 모습을 연출해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 시대에 맞춰 직접 부스에 방문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온라인 가상 전시관을, 현장에 온 이들에게는 AR을 통해 제품을 소개하며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화질 등 직접 눈으로 보지 못하면 제대로 된 관람이 어려운 TV까지 AR로 대체한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다.
반면 미·중 무역갈등으로 참여도가 떨어지고 있는 중국 기업들의 위상은 낮아지는 분위기다. TCL과 하이센스의 전시부스에는 신제품이 거의 없었고 국내 기업 제품을 모방한 제품을 내놓으며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
모빌리티·로봇도 ‘K테크’ 열풍…소니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
이제 가전과 함께 대표 전시품으로 자리잡은 자동차와 로봇에서도 다양한 신기술의 혁신이 이뤄졌다. 과거 영화에서나 볼 법한 꿈의 기술들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고 이를 현대자동차와 두산 등 국내 기업들이 선도하는 모습이었다.
현대차는 ‘메타모빌티리(로보틱스+메타버스)’라는 새로운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솔루션 제품들을 전시하며 완성차 업체 중 가장 혁신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국내 4대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행사에 직접 참석하며 새로운 비전을 직접 발표하며 남다른 관심을 보여줬다. 실제 현대차 부스는 개막 당일에만 1만5000여명이 몰릴 정도였고 폐막일인 7일까지도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두산그룹은 원격 조정 굴착기, 완전 전동식 건설장비, 무인 지게차 등 친환경 장비를 전시해 건설·기계의 미래상을 제시했다.
모빌리티 분야 진출 선언도 나왔다. 일본 대표 가전 기업 소니는 프레스 컨퍼런스를 통해 올 봄 ‘소니 모빌리티’ 설립을 선언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소니는 컨셉 전기차 ‘비전-S 01’에 이은 후속작인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비전-S’ 02를 선보였다.
독일 BMW는 자신의 기분에 따라 차량의 색상을 바꿀 수 있는 ‘전자잉크(E-잉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고 베트남의 빈패스트는 신규 전기차 5종 공개와 함께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영국 스타트업 엔지니어드아츠가 개발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메카’도 감정 없이 대화만 이어가는 기존 휴머노이드 로봇과 달리 보다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많은 화제를 낳았다.
챗봇 기반의 차세대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물론 상대방의 뉘앙스와 감정을 인식해 얼굴 표정과 몸짓으로 드러내 이목을 끌었다.
아메카는 전시부스를 방문한 관람객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농담도 던지고 미소를 짓는 등 감정을 사실적으로 표현해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코로나19로 헬스케어 솔루션 주목도 높아져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헬스케어와 관련된 솔루션들도 많이 등장한 것도 눈에 띄었다. 로버트 B. 포드 회장이 기조연설에 나선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는 연속혈당측정기기인 ‘프리스타일 리브레’를 전시했다.
500원짜리 동전과 비슷한 크기로 센서를 팔에 부착하면 최장 14일까지 연속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웨어러블 의료기기로 스마트폰을 통해 매분마다 혈당 수치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제품은 행사 출품 제품 중 가장 뛰어난 제품에 주는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또 코로나19를 신속 진단하는 기기들도 다수 나왔다. 프랑스 그랩힐은 체액을 떨어뜨리면 5분 내 감염 여부를 스마트폰에서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테스트 키트 ‘테스트엔패스’를, 미국 옵티브는 숨을 불어 넣으면 5초 안에 감염 여부를 알려주는 휴대용 감지기를 선보였다.
케어프레딕트는 손목시계가 노인의 일상생활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평소와 다른 점이 감지되면 가족들에게 알림 메시지를 보내는 노인 맞춤형 건강 추적 솔루션을 공개하며 주목받았다.
건강과 직결되는 수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슬립테크(Sleep-tech·잠과 기술의 합성어)’ 관련 솔루션들도 다수 선보였다.
슬립테크는 수면 상태를 진단하고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 기술을 통해 불면증 등 사람들의 건강과 직결되는 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준다.
코웨이는 이번 행사에서 스마트케어 에어매트리스를 공개하며 수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제품은 매트리스 안에 있는 독자 특허 기술로 개발한 에어셀이 사용자의 체형과 수면 자세 등에 따라 공기압의 변화를 감지해 본인에게 최적화된 경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편안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또 국내 기업인 에이슬립은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수면 중 호흡 수와 뒤척임 정도 등을 측정해 주는 수면 진단 기술을 소개했다.
이와함께 미국 슬립넘버는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기계학습) 기술로 자동으로 사용자의 체온을 측정하고 체형에 맞춰 침대의 높낮이와 각도 등을 조절해 사용자의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스마트 침대를 선보여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메타버스·NFT에서 우주·식품까지…다양한 기술·산업 융합
올해 CES 행사는 메타버스와 대체불가토큰(NFT·Non Fungible Token) 등 신기술과 우주·식품테크 등 새로운 분야까지 다양한 기술과 산업 융합의 장이 됐다.
지난해부터 IT 업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메타버스를 구현할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들을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가 있었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 등을 뜻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 세계처럼 사회·경제·문화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의 가상세계를 말한다.
삼성전자는 행사 기간 중 암호화폐 이더리움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디센트럴랜드’에 가상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하고 가상 매장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메타버스 경험을 제공했다. 또 전장부품업체 하만과 함께 AR 내비게이션 기술 등을 활용한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며 관람객들이 메타버스 체험을 할 수 있게 했다.
현대자동차는 메타버스 환경 구축 및 실시간 3차원(3D) 콘텐츠 개발·운영 플랫폼 기업인 유니티(Unity)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실시간 3D 메타버스 플랫폼에 ‘스마트팩토리’ 공장을 그대로 구현한 디지털 가상공장 ‘메타팩토리(Meta-Factory)’를 구축하기로 했다.
미국 모바일반도체 기업 퀄컴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AR 전용 반도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개발되는 반도체 칩은 MS의 초경량 AR 안경에 탑재될 예정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NFT도 행사장을 뜨겁게 달군 화두였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에서 NFT 콘텐츠를 구매하고 감상할 수 있는 NFT 플랫폼을 탑재해 최고 혁신상을 받았고 LG전자도 조만간 NFT 플랫폼을 TV 제품에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행사 중 하나로 진행된 ‘C 스페이스(C Space)’ 행사에서는 NFT와 기술이 변화시키는 예술시장을 주제로 대담이 열려 NFT 시장의 무궁무진한 성장성과 함께 기존 미술 시장 해체 및 변화가 올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 행사에 참석한 NFT 플랫폼 아트 블록스의 에릭 캘더론 최고경영자(CEO)는 NFT시장이 25억달러(약 3조원) 규모로 커졌다면서 “디지털 자산이 블록체인을 통해 그 가치를 입증하면서 이 영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아직도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향후 기회가 충분히 열려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 우주 항공 기업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자율주행을 기반으로 물자 수송과 우주 여행에 활용할 수 있는 우주 비행선 ‘드림 체이서’를 전시해 우주테크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
이와함께 SK가 LVCC 야외전시장에 푸드테크를 주제로 한 체험전시장으로 푸드트럭을 마련, 관람객들에게 대체육으로 만든 핫도그와 너겟, 대체 유단백질로 만든 아이스크림을 판매해 눈길을 끌었다.
SK㈜는 미국 발효 단백질 선도기업인 퍼펙트데이와 대체 단백질 개발사 네이처스 파인드, 영국 대체육 생산 기업 미트리스팜 등에 투자하며 대체 식품 시장에 진출했다. 푸드트럭에서 판매했던 핫도그와 너깃은 SK㈜가 80억원을 투자한 미트리스팜제품, 아이스크림은 1200억원을 투자한 퍼펙트데이가 만들었다.
또 미국 마이코테크놀로지는 곰팡이균을 활용한 발효 기술로 유제품과 대체육류를 개발, 시식을 진행해 새로운 산업인 푸드테크에 대한 관심을 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