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플레이션 대응”…기준금리↑
기재부 “14조원 원포인트 추경 편성”
소상공인 이중고…금리·물가↑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가 엇갈린 정책을 꺼내들면서 시장에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한은은 물가 상승과 미국 조기 금리 인상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해 돈줄을 죄는 반면 기재부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 오히려 시중에 돈을 풀기로 결정해 소상공인들의 이중고가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은과 기재부에 따르면, 지난 14일 한은은 기준금리를 종전 1.00%에서 1.25%로 0.25%p(포인트) 올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미국의 빠른 긴축 전환과 함께 3%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되고 있어 물가 상승에 대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1.25%로 올렸지만 성장과 물가 상황, 앞으로의 전망 등을 고려해보면 지금도 실물 경제 상황에 비해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다”면서 “앞으로도 경제 상황에 맞춰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이 같은 유동성 축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와 기재부는 사상 첫 1월 추경을 예고하면서 유동성을 묶고 있는 한은과 정반대로 돈을 풀겠다고 나섰다.
같은 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방역조치 연장 및 소상공인 지원 관련 정부합동 브리핑에서 소상공인 지원과 방역보강에 한정해 설 연휴 전 14조원 규모의 ‘원포인트(One-Point)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게다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두터운 지원을 위해 추경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이번 추경 논의과정에서 증액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3일 “예상보다 더 늘어난 초과세수를 활용해 방역 장기화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초과 세수가 대략 27조원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초과세수는 4월 결산 전 사용이 어렵다. 2021회계연도 국가 결산을 거쳐 ‘세계잉여금’으로 처리된 후에 쓸 수 있는 돈으로, 최소한 1분기 추경 재원으로는 활용하지 못해 결국 재원의 대부분은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야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계획대로 2월 중 적자국채를 발행해 추경이 편성된 이후 4월에 초과세수로 이를 갚는 방안이 유력하나 이 경우 시장에서 급격히 늘어난 국채 물량으로 큰 혼란이 올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추경의 목적은 소상공인의 피해를 덜어주기 위함이지만 유동성이 쏟아져 물가가 오르고, 금리도 올라 이자부담이 더 가중되는 모순된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본예산 집행이 사실상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추경을 편성하는 건 매우 부적절하고 선거철 오해의 소지도 있다”며 “결국 국채 발행을 해야 하는데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금리나 여러 이슈 등으로 인해 취약계층이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