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부분은 제작 기간이 길었다는 것. 편집이나 후반 작업 과정에도 공 들여”
“연애나 데이팅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조금 다른 결 찾으려 노력…할 수 있는 모든 경로 동원했다.”
<편집자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확대되고,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TV 플랫폼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습니다. 창작자들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어 즐겁지만, 또 다른 길을 개척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주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PD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예능프로그램, 그것도 이미 해외 시청자들도 익숙한 데이팅 프로그램으로 넘기 힘들었던 글로벌의 벽을 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솔로지옥’이 한국 예능으로는 처음으로 월드 차트에 진입했다. 월드와이드 차트 5위와 미국, 영국 등을 포함한 67개국에서 탑10를 차지하며 전 세계 구독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이미 연애, 데이팅 프로그램은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다. ‘환승연애’를 비롯해 ‘나는 솔로’와 ‘체인지 데이즈’ 등 최근까지도 각자의 색깔이 담긴 다양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시청자들을 만났었다. 이에 김재원 PD와 김나현 PD는 본질에 더욱 집중했다. 사람들 간의 만남을 다루는 것이 연애 프로그램인 만큼 출연자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움을 찾겠다는 것이었다.
“연애나 데이팅 프로그램이 굉장히 많은데, 조금 다른 결을 찾고 싶었다. 특정 키워드를 가지고 출연자를 찾기도 했다. ‘운동하는’이라는 키워드로 SNS에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SNS 메시지로 섭외를 진행하기도 하고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기도 했다. 지원자들도 있었다. 모든 경로를 통해 찾다가 막혀서 길거리에서 전단지를 돌리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통해 색과 결이 맞는 출연자를 찾으려고 했다.”(김재원 PD)
“일반인만 섭외해야 한다는 강박은 없었다. 자기 매력을 알고, 또 솔직하게 표현을 할 줄 아는 출연자를 뽑고 싶었다. 그래서 유튜버나 댄서처럼 대중들이 이미 익숙한 출연자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것에 제한을 두지 않고, 색깔에 초점을 맞췄다.”
TV가 아닌, 넷플릭스에서 제작되고 공개가 됐기에 가능했던 것들도 있었다. 표현 수위에 대한 제약이 TV보다 약한 OTT의 특성상, 출연자들의 솔직함이나 과감함을 보여주는 것이 좀 더 자유로웠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솔로지옥’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도 한몫했다.
“표현의 자유가 열려 있어 수위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고 진행할 수 있었다. 제작 규모도 조금 커진 것도 자유로움을 더 느낄 수 있게 해 줬던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통해 꿈에 가까운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었다.”(김재원 PD)
“PD로서 느낀 가장 좋은 부분은 제작 기간이 길었다는 것이다. 매주 나가는 예능을 제작하던 사람인데, 그러다 보면 어쩔 없이 질적인 면에서 포기하는 부분들도 생긴다. 그 부분이 늘 아쉬웠다. 이번에는 여름에 찍기 시작해 겨울에 론칭을 하기까지 시간이 많았다. 편집이나 후반 작업 과정에서도 공을 들일 수 있었다. 호사스러운 경험을 했다는 생각을 한다.”(김나현 PD)
데이팅 프로그램의 핵심은 ‘몰입’이다. 썸과 연애 과정을 통해 설렘을 유발하고, 또 공감할 수 있게 하려면 더욱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솔로지옥’의 PD들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 콘셉트인 지옥도와 천국도를 나누는 룰부터 신경 써서 구축하고, 이를 제대로 구현하는 데 집중을 했다.
“우선은 지옥도와 천국도라는 공간이 명확하게 구분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환경적인 차이도 필요하지만 그것보다는 감정이 더 중요했다. 지옥도에 남은 친구들은 높은 확률로 좋아하는 이성이 혼자 천국도에 간 상황을 견뎌야 했다. 그 감정을 온전히 관찰할 수 있게끔 매번 천국도에 가는 방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조금씩은 새로운 방식이었으면 했다. 시즌1에서 했던 룰들은 적절하게 작동을 했고, 그래서 출연자들이 빠르게 몰입을 한 것 같다. 더 중요하게는 그 룰이 자신의 감정을 더 빠르게 자각할 수 있게 도와준 것도 있었다는 것이다.”(김재원 PD)
국내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까지 아울러야 했기에 어려움이 더욱 컸다. 특히 수위 높은 연애 프로그램들을 이미 접한 해외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많은 고민들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막의 유무부터 전개의 속도까지. 타겟층을 섬세하게 분석해 이를 적용했고, 결국 이 방식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자막이 진입장벽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해외 시청자들은 연애 프로그램을 자막 없이 봐왔다. 또 해외 연애프로그램은 러닝타임이 4, 50분으로 짧기도 했다. 그래서 보통 8, 90분으로 형성된 러닝타임도 가능하면 짧게 하려고 했다. 플래시백을 사용하거나 흔히 사용하는 편집 스타일도 자제하려고 했다. 특히 러브라인과 관련 없는 것은 과감하게 쳐내려고 했다.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부산물도 자제하면서 담백하게 러브라인에만 집중했다.”(김재원 PD)
“출연자들의 감정 변화도 조금 빨라서 호흡을 빠르게 가지고 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꼭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자막을 안 넣었다. 하지만 우리는 오디오가 안 들리거나 룰을 설명하는 경우가 아니면 자막을 안 썼다. 그래서 오히려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을 하실 수 있게 했다.”(김나현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