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독특하게 느껴져 좋았다.”
“가끔 들뜨지만, 너무 그러려고 하진 않는다…앞으로 갈 길이 더 길고, 험난할 거라고 생각한다.”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인기에도 배우 이세영은 들뜨지 않았다. 큰 사랑에 감사하고, 높은 시청률이 즐겁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소박한 꿈을 꿨던 덕임처럼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은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한 궁녀 덕임(이세영 분)과 사랑보다 나라가 우선이었던 왕 정조 이산(이준호 분)의 애절한 궁중 로맨스 기록을 담은 작품이다.
이미 많은 드라마, 영화에서 다룬 정조 이산의 이야기였지만, ‘옷소매 붉은 끝동’은 궁녀의 이야기에 집중하며 차별화를 만들어냈다. 이세영 또한 이 드라마만의 독특한 목표에 이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목표가 있고, 또 그 목표가 담긴 주제가 명확한 드라마를 항상 원한다. 이번에도 그랬다. 덕임의 목표는 ‘승은을 입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승은을 입으면서 달라지는 여인의 이야기였다. 이번 드라마는 ‘이 궁녀는 왕을 사랑했을까’라는 질문을 담고 있는데, 그 메시지가 독특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이야기지 않나.”
이세영이 연기한 덕임은 그래서 더욱 중요했다. 이산과 풋풋하면서도 애틋한 사랑을 하기도 하지만, 궁녀라는 일에 열정과 책임감을 가지며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극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여성 덕임에게 지금의 시청자들이 푹 빠진 이유기도 하다.
“경력 단절과 같은 부분에서 공감을 하실 줄은 미처 몰랐다. 덕임은 후궁이 되고 나선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사람도 만날 수 없었던 인물이다. 나도 덕임이 ‘새장 안에 갇힌 새’ 같다고 느꼈다. (이를 잘 보여주기 위해) 시간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려고 했다. 처음에는 생기 있고, 자유롭게 표현을 했다. 그 안에서 자기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맛보며 동무들과 함께 자기 스스로의 일에 자부심을 느낀 친구라고 생각했다.”
드라마 초반의 덕임과 후반의 덕임을 다르게 표현하는 등 후반부 덕임의 쓸쓸한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 섬세하게 접근을 했다. 드라마 전체의 완급을 조절하는 이세영의 능숙한 접근이 ‘옷소매 붉은 끝동’만의 차별화된 메시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나게 하는 힘이 된 셈이다.
“이 캐릭터를 더 보잘 것없고, 하찮게 그리려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런 인물로 보여드리려고 노력했다. 그럼에도 물론 빛나는 순간들이 있다. 동시에 덕임이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그런 제약을 잘 보여주려고 했다. 다른 인물들이 빛나면 더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게 다른 작품들과 굉장히 다른 부분이었다.”
이렇듯 덕임의 감정에 깊게 공감하며 몰입을 하다 보니 감정을 숨겨야 할 때도 저절로 눈물이 흐르곤 했다. 오히려 감정을 억누르고, 눈물을 참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이세영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덕임의 감정과 결말, 인생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글썽이는 등 덕임을 향한 깊은 애정을 보여줬다.
“리허설하거나 촬영을 준비할 때 눈물이 났다. 오히려 감정을 누르려고 노력했다. 텀블러에 얼음과 숟가락을 넣어 눈에 부기를 빼며 촬영을 하기도 했다. 현장이 아니라 대본을 볼 때도 그랬다. 이제는 ‘덕임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행복하렴’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이세영이 작품과 캐릭터에 애정을 쏟았듯이, 시청자들의 지지와 사랑도 큰 작품이었다. 최종회 17.4%의 높은 시청률은 물론, 각종 명장면과 대사들이 SNS,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회자되며 뜨거운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세영은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었다. 앞으로도 꾸준히 연기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가끔 들뜨지만, 너무 그러려고 하진 않는다. 주변에서 ‘즐기라’라고 말해주시기도 한다. 충분히 즐기고는 있다. 하지만 앞으로 갈 길이 너무 길고, 험난할 거라고 생각한다. 덕임이의 소박한 꿈처럼,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 특별한 배우의 길을 가고 싶기도 하지만, 앞으로 이 일을 오래오래 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