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투자 속도전 나선 경쟁자들로 대응 전략 주목
샌드위치 상황 타파에 시스템반도체 1위 목표 달성 속도
27일 실적 컨콜서 전망치·투자·M&A 언급에 이목 쏠려
TSMC와 인텔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경쟁사들이 앞다퉈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전자의 대응이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27일 이뤄질 실적 컨퍼런스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7일 진행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파운드리 투자에 대한 새로운 내용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이는 이미 경쟁사들이 새해 벽두부터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 인텔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콜럼버스 인근 1000에이커(약 404만6856㎡) 부지에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신규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제조 공장 2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연내 착공시 오는 2025년부터 반도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회사는 수백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해당 부지에 반도체 공장을 최대 8개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투자 규모가 최대 총 1000억달러(120조원)까지 늘어나면서 반도체 생산 라인, 연구개발(R&D) 시설, 교육센터 등의 복합 단지 성격인 ‘메가 팹'(Mega Fab)이 조성된다. 메가 팹은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언급하며 대규모 반도체 투자 프로젝트로 부각돼 왔다.
인텔은 이번 투자에 앞서 지난해 9월부터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 2개를 건설 중으로 자체 칩 생산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에도 적극 나선다는 포부다.
인텔은 지난해 3월 미국 애리조나주에 200억달러(약 23조8400억원)를 투입해 반도체 공장 2곳을 신설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4년전 철수했던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한 바 있다.
인텔은 미세 공정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 차세대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장비 ‘트윈스캔 EXE: 5200’ 도입 계약을 체결하며 장비 확보 경쟁에도 보폭을 확대하고 있다.
이 장비는 현재 TSMC가 3나노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것보다 더욱 앞선 것이어서 TSMC와 삼성전자에 비해 후발주자인 인텔이 차세대 EUV를 선점한 셈이다. 인텔은 해당 장비를 18A(1.8나노미터·1나노미터(nm)는 10억분의 1m) 등 초미세공정에 적용할 전망이다.
향후 시스템반도체 공급난 지속으로 파운드리 수요가 여전히 높게 형성되면서 관련 장비 확보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인텔의 공격적인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게 업계의 설명이다.
파운드리업계 부동의 1위인 타이완 TSMC는 이보다 앞서 올 한해 400억∼440억달러(약 47조7000억∼52조45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투자 규모인 300억달러(35조7600억원)를 100억달러 이상을 웃도는 역대 최대치다.
TSMC는 현재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데 투자금 대부분은 타이완과 미국 신규 생산라인 구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래 투자와 함께 현재의 경쟁력도 더욱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애플에 이어 인텔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3나노 공정 위탁생산을 맡아 초미세공정에서의 기술력과 생산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절반이 넘는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53.1%·지난해 3분기 기준)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초부터 경쟁자들의 발빠른 행보로 삼성전자의 대응 전략에 더욱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게 된 것이다. TSMC와 격차가 큰 2위(17.1%·지난해 3분기 기준)로 자칫 선두와 격차는 더 벌어지고 후발주자의 추격에 시달릴 수 있는 샌드위치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특히 오는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라는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투자와 M&A가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40조원 이상을 반도체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지만 파운드리에는 약 15조원 안팎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파운드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TSMC와 다른 종합반도체 기업의 특성상 여러 분야에 투자가 분산될 수 밖에 없다.
올해는 경기도 평택 캠퍼스 P3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P4 생산라인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투자 부지를 최종 확정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제2 파운드리 공장도 올해 상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27일 진행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실적 컨퍼런스콜로 쏠리고 있다. 이달 초 발표된 잠정실적에서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등이 공개된 만큼 부문별 실적 수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도체에서는 지난해 실적 수치와 함께 올해 전망, 시설 투자, M&A 등에 대한 언급이 이뤄질지가 관심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에 시스템반도체 공급난 지속으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며 “반도체는 투자 타이밍이 그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하고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