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후판가 t당 110만원선까지 올라
하락하던 철광석 가격, 지난해 연말부터 반등 시작
철강업계 “지난해 하반기 수준 유지할 것”
철강업계와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한 조선업계가 철광석 가격 변동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선용 후판을 만드는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이 오를 경우, 조선업계는 후판가 인하를 주장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는 올 상반기 후판 가격을 낮추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철강업계는 하반기 가격 수준을 유지하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조선업계는 통상 상·하반기에 한번씩 후판 가격 협상에 돌입한다. 지난해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상반기 t당 10만원, 하반기 t당 40만원 인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초 t당 60만원선이선 후판 가격은 현재 t당 105~115만원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는 철광석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5월과 7월 철광석 가격은 t당 220달러를 넘어섰는데, t당 80달러대 수준이던 예년과 비교하면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조선업계가 후판 가격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실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치솟은 철광석 가격이 후판가에 반영되며 관련 충당금을 쌓았고, 대규모 적자를 봐야했다. 지난해 2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공사손실충당금으로 각각 8960억원, 3720억원, 8000억원을 설정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3분기 1418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지만, 환율 효과와 공사손실충당금 환입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실제 벌어서 남긴 돈은 없다. 통상 후판은 선박 건조가격의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철강업계는 후판 가격을 현재와 비슷한 수준에서 소폭 조정하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27일 2021년 경영 실적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재 조선사와 후판 가격을 협상하고 있으며,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말했다. 철광석 가격이 지난해 12월 이후 급격히 상승하며 지난해 하반기 평균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분석이다.
실제 쳘광석 가격은 연말부터 다시 반등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철광석 가격은 t당 89.83달러까지 떨어졌으나, 12월 중순 오르기 시작해 현재는 120~13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기준 가격은 t당 131.32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여파와 전방 산업 수요 증가, 중국·호주 외교 갈등 등으로 철광석 가격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원료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이를 반영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은 “원료 가격이 추가로 상승하거나 하락하면 일부는 하반기에 조정하는 틀을 갖고 가격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지난해 조선사들 실적이 안좋고 올해도 어려움을 겪겠지만 원료 가격 상승분을 반영안할 수는 없으며, 성의있게 협상해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