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코로나19에도 수요 증가로 호황 누린 반도체.
짧은 겨울 보낸 메모리 반등…파운드리 수요 여전히 높아
올해도 추가 성장 기대감 속 투자 확대...기업간 경쟁 심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에 발생한 지 이제 3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사람들의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국내 산업과 기업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별로 엇갈린 희비에도 코로나19가 기업들의 미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불확실성 증대라는 위기 속에서도 이를 기회로 모색해 나가고 있는 전자·IT업계의 노력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지난 2년간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는 긍정적인 업황을 지속했다. 지난 2017·2018년 슈퍼사이클(초호황) 이후 2019년 잠시 주춤했지만 코로나19와 함께 다시 반등하며 위기를 기회로 변모시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Untact)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전자·IT기기 판매량이 증가했고 이는 반도체 수요를 견인했다. 또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로 서버용 반도체 수요도 증가했다.
이와함께 전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등 친환경차 전환이 가속화되고 자율주행 기술의 진화 등으로 차량용 반도체는 수급난이 벌어질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 산업은 코로나19로 불확실성 중대로 타격을 입은 다른 산업들과 달리 긍정적인 업황을 보였고 이는 수치로도 그대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사업에서 매출 94조1600억원과 영업이익 2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매출 72조8600억원·영업이익 18조8100억원)보다 매출은 20조원 이상, 영업이익은 10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94조원을 넘긴 매출은 반도체 사업 시작 이래 최고치였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연간 실적(매출 64조9400억원·영업이익 14조200억원)을 감안하면 지난 2년간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투톱인 SK하이닉스도 올해 사상 최대 매출로 긍정적 업황을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연간 매출 42조9978억원(영업이익 12조4103억원)으로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 2018년(매출 40조4451억원·영업이익 20조8438억원) 수치를 넘어섰다.
지난 2019년(매출 26조9907억원·영업이익 2조7191억원)보다 2020년(매출 31조9004억원·영업이익 5조126억원)이, 2020년보다 지난해가 더 높은 수치로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 2년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와 SK하이닉스가 올해 각각 매출 100조원과 50조원을 동반 돌파하면서 새역사를 다시 쓸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는 비단 반도체 기업들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 수치에서도 나타났다. 통계청이 지난 28일 발표한 ‘2021년 연간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해 전(全) 산업 생산은 전년대비 4.8% 증가했다.
제조업 생산이 7.1% 늘며 전체 생산 호조를 견인했는데 특히 반도체 생산이 29.7% 증가하며 정보통신기술(18.9%↑)과 함께 전체 증가세를 주도했다.
이러한 흐름 때문에 올해도 긍정적인 업황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겨울’로 표현될 정도로 업황 악화 전망이 제기됐던 D램 등 메모리반도체도 우려만큼 악화 강도가 크지 않아 다운사이클(업황 하락) 조기 종료가 예상되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의 철저한 재고 관리도 반등 시기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전통적인 비수기인 1분기에는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올 한해 전반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중심으로 투자 확대가 지속되면서 서버용 제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PC용 제품 수요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물량 증가에도 수급난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등 시스템반도체 수요도 여전히 견조할 전망이다.
이에 올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은 3년 연속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영향과 함께 고물가·금리인상 등으로 세계 경기가 둔화되면서 수요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성장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이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기술력 향상, 생산성 증대 등 혁신 행보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대형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대규모 투자에 시동을 건 상태다.
세계 파운드리업계 1위 업체인 타이완 TSMC는 이미 올해 설비투자에 최대 440억달러(약 52조8000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이는 지난해 300억달러에서 140억달러가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19년 설비투자 금액의 3배에 달한다.
매년 삼성전자와 종합 반도체 1위 자리를 다투는 미국 인텔도 올해 270억달러(약 32조40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지난 21일(현지시간)에는 미국 오하이오주에 반도체 200억달러(약 24조원)를 투자해 신규 첨단 반도체 개발 및 제조 공장 2개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해당 부지에 반도체 공장을 최대 8개까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경우, 투자 규모가 최대 총 1000억달러(약 120조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구체적인 투자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는 경기도 평택 캠퍼스 P3 생산라인을 완공하고 P4 생산라인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투자 부지를 최종 확정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의 제2 파운드리 공장도 올해 상반기에 착공할 계획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반도체 시설투자 규모는 43조6000억원으로 전년도(32조9000억원) 대비 약 10조7000억원이 증가했다는데 올해도 지난해 규모 이상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2020년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하고 지난해 8인치(200㎜)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업체 키파운드리를 인수한 SK하이닉스도 올해 적극적인 투자 기조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초미세공정을 내세운 기술 혁신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차세대 공정인 게이트 올어라운드(GAA) 기반의 3나노 파운드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업계 1윈 TSMC는 올해 하반기 3나노 양산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지난해 파운드리 시장에 재진출한 인텔도 오는 2024년 2나노(20A) 수준의 미세 공정을 제공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해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초미세공정 기반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와함께 캐파(CAPA·생산력) 확대 행보도 빨라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28일 중국 장쑤성 우시 D램 생산라인을 운영하는 현지법인(SK하이닉스 세미컨덕터)에 2조3940억원을 출자한다고 공시하며 중국 D램 공장 투자 강화에 나섰다.
이번 출자금은 올해 말부터 오는 2025년까지 향후 3년간 SK하이닉스 우시 D램 반도체 공장 보완 투자 재원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06년부터 우시 C2팹에서 메모리반도체 D램을 생산해왔고 지난 2019년에는 총 1조원을 추가로 투자해 기존 C2팹을 확장한 C2F팹을 준공한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에도 반도체 업황은 긍정적이었던 터라 올해 추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높아진 상태”라며 “시장 성장과 함께 업체들간 경쟁은 더욱 치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