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회의 오후 늦게까지 진행중…우기홍 대한항공 사장 참석
조건부 승인 유력 속 조건 절충 관건…합의점 도출 주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논의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가 길어지고 있다. 조건부 승인이 유력하게 대두돼 왔지만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 세부 조건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여 공정위와 대한항공이 합의점을 도출할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부터 세종청사 삼판정에서 시작된 공정위 전원회의는 오후 6시30분에도 계속 진행 중이다. 오전 회의를 마치고 잠시 중단됐다 오후에 속행된 후 마라톤 회의가 되고 있다.
전원회의는 공정위 내 최고 의사결정 절차로 이날 회의에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과 김재신 부위원장을 비롯, 상임위원 3명, 비상임위원 4명 등 공정위원 총 9명과 공정위 심사관이 참여해 기업 결합 승인을 위한 세부 조건을 심의 중이다. 이 회의에는 당사자 자격으로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양사간 기업결합 신청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발표하고 인수기업인 대한항공이 의견을 제시한 후 공정위원들의 질의와 심의를 거쳐 재적위원들의 찬반투표를 통해 과반수 이상 찬성여부에 따라 최종결론을 낸다.
전원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오늘 내 결과 발표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심의는 오늘 마치더라도 심의 결과는 수일 후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지난 2020년 11월 양사간 합병 결정이 이뤄진 지 1년 3개월째를 맞은 가운데 어떠한 결정이 이뤄질지 항공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결국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다른 나라 공항에서 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과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허가권) 일부 반납 등 승인 조건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미 양사간 기업 결합에 따른 경쟁 제한성을 면밀히 분석해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 방안을 마련해 이를 토대로 운수권과 슬롯 반납 등 승인 조건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지난해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송부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분석 대상 노선 중 약 절반 가량에서 경쟁 제한성이 있고 인천~로스앤젤레스(미국)와 인천~시드니(호주) 등 양사 결합시 점유율이 100%인 독점 노선도 10개가 나온다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독점 문제 해소를 위한 시정 조치를 승인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한항공도 지난달 21일 이에 대한 의견서를 공정위에 제출하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한항공은 당초 기대했던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창출을 위해서라도 공정위가 제시한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시너지 효과가 약해지면 글로벌 항공사로서의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빚어질수 있고 대규모 인력 운용도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일부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 유지와 함께 운임 인상 제한 완화 등의 입장을 의견서에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전원회의에 참석한 우기홍 사장도 이같은 취지의 의견을 피력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운수권과 슬롯 반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양측이 어느 정도 선에서 절충점을 찾을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해 왔지만 회의가 길어지면서 운수권·슬롯 반납 등 세부조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난항을 빚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보고서 송부와 의견서 제출 과정에서 어느 정도 의견 교환이 이뤄졌음에도 회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은 세부 조건에서 이견이 있는 것으로 볼수 밖에 없지 않겠나”라며 “당초 예상대로 조건부 승인이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리더라도 아직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다수 남아 있다. 싱가포르 경쟁당국이 8일 M&A로 인한 경쟁 제한성 우려가 낮다며 양사간 기업결합을 승인했지만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이상 필수신고국가)·영국·호주(이상 임의신고국가) 등 6개국의 경쟁당국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이 중 한 국가에서라도 승인을 불허할 경우 양사간 M&A는 최종 무산되는 만큼 대한항공으로서는 공정위라는 큰 산을 넘더라도 한동안 살얼음판 분위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