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확대에 자가진단키트 품절 행진
일선 편의점 “팔고 싶어도 못 팔고, 재고도 없어”
진단키트 못 구한 시민들 “피해는 또 다시 우리 몫”
“판매하고 싶어도 판매할 수가 없어요.”
10일 오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주택가에 위치한 어느 편의점에서 만난 50대 점주 A씨는 “자가진단키트 재고가 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진단키트를 판매하려면 의료기기판매업을 취득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오래 걸려 판매를 포기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A씨는 “현재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매장 대부분 직영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기기판매업 허가 절차를 정부 차원에서 좀 더 간소화 해주면 판매처가 넓어져 요즘 같은 시국에 고객들이 더욱 신속하고 편하게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가 화곡역 일대에 위치한 다수의 약국과 편의점을 취재한 결과, 자가진단키트 재고가 없거나 재고가 있더라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이 대부분 이었다. 판매 되고 있는 편의점 점주들은 하나 같이 “물량이 많이 달린다”고 입을 모았다.
원인은 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체계 변동에 있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공급을 순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물량 부족은 쉬이 해결되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편의점 일대를 중심으로 여전히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대란이 시작된 것은 설 연휴 직전인 3일 부터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만 60세 이상 고위험군만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고, 나머지는 선별진료소나 호흡기전담클리닉, 동네 병·의원에서 신속항원검사(RAT)를 받도록 하면서 자가진단키트 수요는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약국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자가진단키트를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편의점의 경우 판매하는 곳과 하지 않는 곳 들쑥날쑥이었다. 그나마 판매가 가능한 지점도 본사에서 발주 수량을 제한하고 있어 판매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1시께 주택가를 지나 화곡역 근처 위치한 편의점주으로 발걸음을 옮겼으나 이곳 점주들의 불만도 상당했다. 정부가 24시간 연중무휴인 편의점을 우선공급대상에서 제외하고, 물량을 약국과 온라인쇼핑몰 중심으로 할당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컸다.
물량 부족 현상에 따른 고객 불만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뒤따랐다. 이날 편의점 다섯 곳 이상을 들렀으나 자가진단키트를 판매하는 곳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후에 만난 이곳 점주는 기자를 향해 “일단 내 거라도 쓰라”며 챙겨둔 자가진단키트를 내밀기도 했다.
이곳 점주는 “편의점은 상비의약품을 제공할 수 있는 채널인데도 정부가 우선 공급에서 제외한 것은 신속 공급에 대한 대응 부족, 배송 불안 심화, 가격 불안정 등을 야기할 뿐”이라며 “앞서 마스크 대란 및 타이레놀 품귀현상과 같은 현상만 반복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셀프 검사가 시급한 국민을 먼저 생각한다면 ‘새벽에는 운영하지 않는 약국’, ‘주문 후 배송까지 며칠씩 소모되는 온라인쇼핑몰’, ‘최고가와 최저가 들쭉날쭉한 가격’으로 구매하는 국민의 고충을 절대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불편함도 큰 상황이다. 발품을 팔아도 구하기 어렵다는 점과 자가진단키드 검사의 정확도에 대한 불안감이 문제다.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서는 신속 대처가 기본이 돼야 하는데 검사체계 자체의 효율성과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날 만난 40대 주부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확진자가 나와서 등원을 하려면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하라는 공지를 받았다”며 “가는 약국마다 없다고 하고 들어와도 금방 팔린다고 하니 어디서 구매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제2의 마스크 악몽 같다”고 하소연 했다.
직장인 조모(30)씨도 “사비를 들여 검사하는 것도 문제인데, 양성이 나와야만 PCR검사를 해준다는 점도 이해할 수 없다”며 “자가진단키트 자체 정확도가 떨어지는데 이를 신뢰해야 하고, 이를 위해 발품을 팔고 웃돈을 주고 사야하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최근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를 전 국민에게 보급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유행 중인 오미크론 변이는 전파력이 강해 조기에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판별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이유가 배경이 됐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정부가 전 국민에게 자가진단키트를 공급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내용을 보건복지부 추가경정예산안 부대 의견으로 포함해 예산결산위원회로 넘겼다. 확정되면 정부는 보급 수량과 방식 등을 검토해 국민에게 지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정부에 대한 현장의 불만은 상당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정책이 반복된다는 지적이다. ▲2003년 확산됐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거치고도 달라지는 점이 없다는 것이다.
직장인 임모(30)씨는 “그동안 수많은 재난 상황을 겪고도 정부는 제대로 된 매뉴얼 하나 없이여전히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정부가 자가검사키트 생산 업체들과 협력을 통해 수급난을 안정화시키겠다고 했지만 달라진게 없다.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인한 혼란은 늘 국민의 몫”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