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불신 팽배…‘안심사회 실현’ 목표
공공부문 보호 강화…플랫폼 규제는 ‘신중’
올해로 출범 3년차를 맞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국민 신뢰를 기반으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 ‘마이데이터’ 제도가 산업 전 분야로 확산되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신산업 분야 보호 기준 마련…공공부문 ‘정보 과다수집’ 개선
윤종인 개인정보위 위원장은 1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개인정보 안심사회 실현과 데이터 경제 활성화,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 등 세 가지 비전을 구현하겠다”고 말했다.
개인정보위는 출범한 지 약 1년 6개월이 지난 신생부처다. 지난해까지 개인정보 제도의 기틀을 마련했다면, 올해는 성과를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윤 위원장은 먼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마이데이터 확산 기반 마련을 꼽았다. 그는 “산업 분야별 공통데이터를 표준화하고 국민이 직접 본인 개인정보를 원하는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마이데이터 제도가 산업 전 분야로 폭넓게 확산되도록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활용범위가 급속히 넓어지고 있는 신산업 분야에서 개인정보 보호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구체적으로 ‘맞춤형 광고 개인정보 보호 가이드라인’을 정비하고 블록체인·메타버스 등 신기술 분야의 개인정보 침해에 대응할 예정이다.
개인정보 안심사회 실현을 위한 방안도 수립했다. 국내외 웹사이트 400만개를 모니터링하고 노출된 개인정보를 신속하게 탐지·삭제하는 식으로 문제에 대응한다. ‘개인정보 침해사고 범정부합동조사단’을 구성·운영해 개인정보 유출시 신속 대응체계를 확립할 계획이다.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해 정부에 대한 국민신뢰를 높이는 데도 주력한다. 윤 위원장은 “공공의 개인정보 과다 수집을 막기 위해 국민 생활 밀접분야 법령에 대한 적정성 분석과 개선 권고를 확대하고 민감한 개인정보 활용사업의 위험성·적합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서비스를 추진해 국민 불안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과징금 상한 기준, 산업계와 적극 소통…기업도 인식 바꿔야”
윤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지난해 9월 국회 제출한 개인정보 보호법 2차 개정안의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1차 심의를 진행한 뒤 다음 심의를 준비하고 있는 상태다.
개인정보위는 과징금 상한 기준을 ‘전체 매출액’으로 상향하는 내용에 대해 산업계의 이견이 있지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부과기준에 대한 합의점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윤 위원장은 “기업에 과중한 부담이 돼 데이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과징금 상향에 대한 산업계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법률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반영했고 과징금 산정기준과 절차 등이 규정될 시행령 등 하위규정 마련 과정에서도 산업계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도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디지털 경제 시대에 기업활동에 꼭 필요한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데이터 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의 근간인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는 길”이라고 언급했다.
최근 고성능 디지털 기기 사용이 늘면서 월패드 해킹이나 열화상 카메라 안면인식 등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위원장은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중심 설계(PbD) 원칙에 따라 공동규제, 관계기관 간 협업을 통해 피해방지 대책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는 기업들이 디지털 기기를 기획·설계하는 단계부터 PbD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위원장은 “유럽연합(EU)의 인증제도인 ‘프라이버시 씰’처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제품·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확산시켜 나가는 인증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최근 온라인플랫폼이나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의 광범위한 수집·이용으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윤 위원장은 “전통산업에서는 시장지배력의 근원이 기술, 자본이었지만 데이터 시대에는 개인정보를 주축으로 한 데이터가 근원이 되고 있다”며 “과거 독점기업이 가격 정책을 통해 시장을 통제해 왔다면 데이터 시대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을 통해 통제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고 배경을 밝혔다.
이어 “결국 데이터 시대에서는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데이터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며 “따라서 기업의 데이터 수집·활용 관련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규제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윤 위원장은 “최근 국민의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해야 하는 자치단체 공무원이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건이 발생해 국민들의 우려가 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을 안타깝고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접근통제, 개인정보 안전관리 강화, 엄정한 법적제재 등을 포함한 ‘공공부문 개인정보 보호 강화대책’을 관계부처와 함께 조속히 수립해 보고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올해로 출범 3년 차를 맞은 개인정보위가 개인정보 정책의 명실상부한 컨트롤타워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