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전원회의 후 결론 지연…불확실성 증대
조건부 승인서 중요한 ‘조건’…시너지 반감 우려
글로벌 항공사 도약 위한 M&A 가치 훼손 없어야
국내 양대 항공사간 빅딜(Big Deal·대형거래)이 여전히 안갯속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인수합병(M&A)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사 결과 발표가 미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지난 9일 최고 의사결정 절차인 전원회의를 개최해 양사간 기업결합 문제를 논의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당초 예상대로 조건부 승인 전망이 여전히 높지만 발표가 미뤄지면서 시기와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지난해 1월 대한항공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한 것을 감안하면 1년이 넘도록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것이어서 양사는 답답할 노릇일 것이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최종 결론 발표 시기를 뒤로 미루고 추가 논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공정위 승인을 받더라도 미국·유럽연합(EU)·중국·일본·영국·호주 등 해외 6개국의 경쟁당국의 승인을 추가로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M&A 기업의 해당 국가에서 승인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해외 경쟁당국도 심사를 서두르지 않으면서 M&A 일정이 지연될수 있다.
시기 만큼이나 내용도 중요하다. 조건부 승인에서는 ‘조건’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는 이미 독점적 지위 해소를 위해 양사가 보유한 운수권(항공사가 운항할 수 있는 권리)과 슬롯(Slot·항공사가 특정 시간대에 배정받은 항공기 운항 횟수) 일부 반납, 운임 인상 제안, 항공 편수·기타 서비스 축소 금지 등을 여러 조건들 담은 심사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까다로운 조건들은 글로벌 대형 항공사로 도약하려는 대한항공의 의지를 꺾을수 있다. 공정위가 제기한 조건을 수용하면 합병 시너지 창출 효과가 반감되면서 경쟁력 강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오래전부터 M&A를 통한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이 이뤄져 왔다. 에어프랑스는 지난 2004년 네덜란드 KLM을 인수했고 독일 루프트한자도 2000년대 들어 스위스항공과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에어베를린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몸집을 불렸다.
미국에서도 지난 2005년 US에어웨이스(USAirways)가 아메리카웨스트항공을, 2008년에는 델타항공이 노스웨스트항공을, 2010년에는 유나이티드항공의 지주사인 UAL이 콘티넨탈항공을 각각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지난 2013년에는 아메리칸항공이 US에어웨이스를 합병하면서 세계 최대 항공사로 올라서기도 했다.
특히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간 M&A는 초대형 항공사의 탄생뿐만 아니라 국내 항공산업 재편이라는 측면에서도 더욱 중요하다. 너무 까다로운 승인 조건은 M&A를 무산시키며 자칫 항공업계의 변화와 혁신의 동력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으로 빈사 상태에 빠진 항공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부디 경쟁력 강화라는 M&A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는 방향으로 보다 신속하게 결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본다.
* 퍼팩트(per-Fact)는 ‘사실에 대해’라는 의미로 만든 조어(造語)로 사실을 추구한다는 마음을 담겠다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