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일각, 사전투표 불신 정서…코로나19 확산세 속 '불안 요소'
윤석열 지지자의 사전투표 의향, 이재명 지지자의 절반에도 못 미쳐
3·9 대선 사전투표가 불과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이 대구·경북(TK) 권역에서 사전투표 독려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이 지역에는 사전투표 불신 정서가 있는데, 사전투표를 하지 않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본투표마저 하지 못하게 되면 초박빙 접전 국면에서 당락마저 갈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정재 의원은 26일 오후 영주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차' 거점 유세에서 "마지막 부탁이다. 우리 모두 사전투표해야 한다"며 "부정선거를 걱정해서 사전투표를 안하겠다는 분들이 계시는데, 그러면 우리는 (대선) 진다"고 단언했다.
이날 연설 도중 김 의원은 "3월 4~5일 사전투표와 9일 본투표, 사흘을 모두 투표하는 민주당 지지자와 9일 하루만 투표하려는 윤석열 지지자가 싸우면 누가 이기겠느냐"고 물었다가, 일부 청중이 습관적으로 "윤석열"을 연호하자 "아니다, 아니다"라고 손을 내젓기도 했다.
김정재 의원은 "우리도 사흘 다 투표해야 한다"며 "이제는 24시간 CCTV와 참관인이 감시하는 법을 통과시켰으니, 영주시민 모두 다 똘똘 뭉쳐 사전투표해서 민주당을 상대로 선빵을 때려 이기자. 자신 있느냐"고 독려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른바 '사전투표 관리 강화법'이 지난해 4·7 재·보궐선거 직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사전투표함이 거쳐가거나 머무는 모든 장소에 CCTV를 설치 △CCTV 녹화 영상은 6개월간 의무 보관 △사전투표용지가 담긴 회송용 봉투는 우편접수되기까지 참관인이 동행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럼에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자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지지자 사이의 사전투표 참여 의향은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조선일보와 TV조선이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지난 23~24일 설문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지지자는 39.6%가 사전투표를 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자 사이에서는 이 비율이 16.5%에 그쳤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본인이나 가족이 코로나19에 확진되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 비율이 5명 중 1명 꼴인 21.0%에 달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 지지자들이 본투표일인 9일 하루에만 '올인' 하려는 듯한 모습에 우려가 제기된다.
이준석 "사전투표 의혹, 투표율 우려"
김정재 "민주당 상대로 선빵 때리자"
김형동 "사흘 투표 낫다는 것 다 알아"
임이자 "50% 사전투표해야 李 아작"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은 이날 예천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차' 거점 유세에서 "어르신들 중에 '3·15 부정선거 때처럼 투표함을 어디서 바꿔치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 관내투표를 한 투표함은 다른데로 가지 않고 예천에 그대로 보관한다"며 "투표함이 어디로 가지 않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고 예천에서 4~5일에 윤석열 후보에게 투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투표를) 하루 하는 것보다는 사흘 하는 게 월등히 낫다는 것은 다들 아는 일"이라며 "반드시 투표해서 3월 9일에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도 점촌역 광장에서 열린 '윤석열차' 거점 유세에서 "오늘 우리가 이렇게 모인 이유는 오직 하나"라며 "무능하고 또 무능한 문재인정권 심판하고 거짓말 중의 거짓말쟁이 사기꾼 전과 4범 이재명 후보를 작살내고 공정과 상식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3월 4~5일에 반드시 50% 이상이 사전투표를 해달라"며 "(나머지가) 9일 본투표를 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아작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번 3·9 대선의 사전투표는 내달 4~5일 이틀간 오전 6시부터 오후 18시까지 진행된다. 평소 부정선거 음모론을 단호하게 일축해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이날 거점 유세 때마다 강조된 사전투표 독려에 힘을 실었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예천역에서 영주역으로 이동하는 '윤석열차' 차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무래도 선거 패배라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는데서 사전투표 음모론이 탄생한 것 같다"면서도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확인했듯이 충분한 준비로 임하면 후보 경쟁력이 좋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면서 "사전투표 부정 의혹에 대한 우려가 과해서 우리 지지층의 투표율 저하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당원과 지지자 여러분들께서는 걱정 말고 사전투표를 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