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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안방극장 장르물 진화 이끄는 사회 향한 ‘날선 시선’


입력 2022.03.04 13:30 수정 2022.03.04 12:17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군검사 도베르만’

새로운 장르물로 호평

사건 중심이 아닌 수사 기법에 초점을 맞춘 범죄 스릴러부터 국내 최초로 군 법정물을 소재로 삼는 작품까지. 새로운 매력을 담은 장르물들이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유발되는 흥미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범죄를 향한 새로운 태도를 보여주거나 군대 내 부조리를 파헤치는 용감한 시도를 하며 메시지의 범위도 넓히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문제의식을 끌어내려는 노력이 동반되면서, 안방극장 장르물의 가능성도 넓어지고 있다.


ⓒSBS 캡처

현재 방송 중인 SBS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동기 없는 살인이 급증하던 시절, 악의 정점에 선 연쇄살인범들의 마음을 치열하게 들여다봐야만 했던 대한민국 최초 프로파일러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 심리 수사극이다.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권일용 교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도 실화를 모티브로 하는 사건들이 담기고 있다. 3회에 등장한 여아 토막 살인사건은 최인구가 실제 범인이었던 서울 성동구 여아 토막 살인사건을 떠올리게 했으며, 이 외에도 유영철과 정남규 사건 등 실제 사건을 상기시키는 현실감 있는 에피소드로 시청자들의 깊은 몰입을 유도하고 있다.


물론 앞선 작품들 역시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범죄 사건들을 극에 담아내며 뜨거운 분노를 유발, 잊혀진 사건을 다시금 상기시키는 순기능을 보여주기도 했었다. 일례로 ‘시그널’이 현재의 형사들과 과거의 형사가 낡은 무전기로 소통하며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상상력을 구현하면서, 동시에 화성 연쇄 살인 사건, 신정동 살인사건 등을 기반으로 한 각종 사건들을 담아낸 바 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더라도, ‘싸인’, ‘비밀의 숲’, ‘터널’ 등 본격 장르물을 표방하는 다수의 드라마들이 하나 또는 여러 개의 사건을 담는 과정에서 사회 권력층의 부조리를 꼬집는 사회 고발적 성격을 자연스럽게 띠곤 했었다.


그러나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그 과정을 디테일하게 담아내는데 집중하며 기존의 범죄 스릴러와는 새로운 재미와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국내 첫 프로파일러 송하영(김남길 분)이 사건에 접근하고 또 해결하는 과정을 집중해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추격이 아닌 ‘추격 방식’에 방점을 찍으면서 또 다른 결의 범죄 스릴러물을 탄생시키고 있는 것. 이를 통해 범죄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 할지, 또 정의 구현 과정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면서, 카타르시스나 뜨거운 분노가 아닌 새로운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더불어 프로파일링이라는 당시에만 해도 낯선 수사방식에 대한 시대의 편견과 관행까지도 솔직하게 담아내며 이를 극복하는 과정의 의미도 함께 다뤄내고 있다. 기존의 범죄 수사물들이 개별 사건 또는 당시 시대상을 드라마 전개를 위한 하나의 도구처럼 활용을 했다면,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은 이를 디테일하게 담고, 깊이 있게 파헤치며 새로운 질문들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최초 군 법정물을 표방하는 ‘군검사 도베르만’ 역시도 그간 드라마들이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군대 내 부조리를 담아내며 새로운 형태의 법정물을 만들어가고 있다. 노태남(김우석 분) 패거리가 저지른 클럽 내에서 성범죄 문제 역시도 그간 여러 작품들이 담아온 문제지만 이들이 군법을 활용, 그 허점을 파고들 것이라는 전개가 예상되면서 군대 내 비리라는 새로운 문제로 주제가 확장될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색다른 흥미는 물론, 또 다른 문제의식을 접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생기고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대다수의 장르물은 다양한 사회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사건 해결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권력 기관들의 부조리함을 지적하는 작품들도 적지 않았다. 여기에 사건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하고, 또 다른 문제로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이뤄지면서, 한층 새로운 장르물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 날카롭고 깊어지는 시선들이 국내 장르물의 완성도를 높이는 힘이자 가능성을 넓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셈이다.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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