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리셀 플랫폼, 백화점에 오프라인 첫 둥지 마련
‘큰 손’ MZ세대 유입과 대면 거래 수요 등 이해관계 맞아
퀵커머스 시장 확대로 물류 거점으로서의 역할도 커져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채널 확장이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소비가 급증하면서 전체 유통산업 중 온라인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급성장했지만, 온라인만으로는 성장에 한계를 느끼면서 다시 오프라인으로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특히 직접 입어보거나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수요가 높은 패션과 중고 플랫폼을 중심으로 오프라인 진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패션 전문 플랫폼 무신사는 서울 홍대입구역 근처에 위치한 AK플라자에 첫 오프라인 채널인 ‘무신사 테라스 홍대’를 운영하고 있다.
전용 면적 800평(2644㎡) 규모의 이곳에서는 단순 의류 판매에서 벗어나 브랜드 쇼케이스, 팝업 행사를 비롯해 패션, 음악, 디자인, 예술, 전시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인다.
주요 고객층인 10~20대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동시에 무신사 입점업체들에게는 온라인 외 오프라인 채널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인 셈이다.
올 1월 론칭한 아울렛 서비스도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재고관리가 중요한 입점업체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20~30대 여성 고객층을 타깃으로 하는 난닝구닷컴도 일찍이 백화점은 물론 스타필드 등 쇼핑몰에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랜드와 손잡고 중국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한 바 있다.
중고거래 및 리셀 플랫폼의 오프라인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작년 2월 오픈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에 MZ세대를 겨냥한 스니커즈 리셀 전문 매장인 ‘BGZT(번개장터)랩’이 입점한 데 이어 8월에는 롯데백화점은 영등포점에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이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BGZT(번개장터)랩은 번개장터에서 스니커즈의 거래가 급증하면서 아예 전문매장을 오프라인에 마련한 사례다. 더현대 서울에 이어 작년 10월에는 코엑스몰점에도 매장을 오픈하면서 1년이 채 안 된 기간 동안 17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10~20대를 중심으로 중고거래와 리셀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지만 여전히 거래과정에서 사기 등 문제가 끊이지 않으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대안으로 힘을 받고 있는 추세다.
백화점 입장에서도 소비력이 왕성한 10~20대 고객을 매장으로 유입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러다 보니 적극적으로 온라인 플랫폼의 오프라인 매장 유치에 나서는 백화점이 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축산물 전문 유통 플랫폼 정육각이 초록마을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초록마을은 대상그룹 산하에 있는 유기농 식품 유통업체로 인수전에는 이마트에브리데이, 컬리 등 쟁쟁한 유통업체들이 참여한 바 있다.
당초 유통업계에서는 스타트업인 정육각 보다는 자금력이나 시장 지배력이 있는 이마트나 컬리의 가능성을 높게 점쳤지만 최종 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시장 판도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육각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 축산물 유통기간을 도축 4일 이내로 줄인 신선 콘셉트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모두 운영하고 있다.
전국 400여개 오프라인 매장을 두고 있는 초록마을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를 물류거점으로 활용한 퀵커머스 시장 진출은 물론 사업 범위도 축산물에서 채소, 과일 등 유기농 신선식품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플랫폼이 물류센터 등 전국 단위 배송망 구축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며 적자 탈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정육각은 이번 딜로 단 번에 전국구 인프라를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지만 백화점이나 편의점 성장세를 보면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이 입증된 셈”이라며 “온라인 플랫폼들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채널이 필요한 만큼 온‧오프 간 협업 방식은 한동안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