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자유롭고 세제 혜택까지…틈새 투자처 부상
도입 취지 무색, 소규모 영세업체 입주 부담 가중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정부 규제 범위가 점차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로 확대되면서 지식산업센터로 투자수요가 몰리고 있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정작 저렴한 분양가 등 혜택을 봐야 할 중소기업들이 입주하지 못하는 등 지식산업센터 의미가 퇴색됐단 지적이 나온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주택규제 반사이익으로 지식산업센터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 및 유명 F&B 브랜드가 입주하는 지식산업센터의 분양가는 아파트값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원 지식산업센터 '서울숲포휴'는 지난해 11월 3.3㎡(평)당 3000만원이 넘는 가격에 매매됐다. 2016년 입주 당시 평당 1000만원에 못 미치던 가격을 고려하면 5년 만에 3배 가까이 폭등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강북구 아파트 평균 평당 매매가격(3023만원)과 맞먹는다.
지식산업센터는 과거 근대화 계획 일환으로 등장했다. 일명 '아파트형 공장'으로 도심 내 입주가 불가한 소규모 영세업체들에 저렴한 가격으로 사무공간을 제공,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동시에 저소득층의 생활기반 마련을 위한 취지로 조성되기 시작했다.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공장들을 한데 모아 집단화하는 성격이 강했으나 현재는 특화설계 등을 도입하고 다양한 부대시설이 들어서며 고급화가 이뤄지는 추세다.
지식산업센터의 가격이 급등하는 데는 정부 규제가 한몫한다. 올 들어 아파트 대체상품으로 꼽히던 오피스텔에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적용되면서 투자수요의 발길이 지식산업센터를 향하기 시작했다.
분양가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분양권 전매도 자유롭다. 실입주 기업의 취득세 50%, 재산세 37.5% 감면 혜택이 올 연말까지 연장된 데다 주택 수 산정에도 제외돼 양도세, 종부세 등 과세 여부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알스퀘어 관계자는 "주택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대출 규제와 저금리 기조로 최근 지식산업센터 가격이 가파르게 치솟았다"고 설명했다.
당초 지식산업센터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식산업센터는 개인이나 법인 등 사업자등록만 하면 누구나 분양받을 수 있고, 최초 신고 후 업종 변경이 자유롭다. 실제 기업 운영이 아닌 임대나 전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목적으로 분양받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면서 실수요자인 중소기업 및 영세업체의 비용 부담이 되레 가중되고 있단 지적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인허가 승인을 받았거나 공사 중인 곳을 포함한 지식산업센터는 전국 1309개에 이른다. 서울이 363개, 경기 605개, 인천 77개 등으로 수도권에 80%가 집중돼 있다.
국토연구원이 이들 지식산업센터의 입주업종별 이용행태를 분석한 결과, 수도권에 입주한 기업의 8.76%, 비수도권 13.05%가 '비거주용 건물 임대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요가 늘면서 지식산업센터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사실상 혜택을 받아야 할 기업들이 설 자리는 줄어드는 셈이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사업체 수에서 높은 비중을 보였던 임대업의 비중은 종사가 주 현황에서는 낮은 비중을 나타냈는데, 이는 소규모 사무실 형태로 임대 및 투기적 수요를 위해 지식산업센터 사무실을 분양 및 임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업계 전문가는 "스타트업 등 소규모 기업체들은 초기 자본이 적어 임대료나 분양가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며 "그런 점에서 지식산업센터는 각종 세제 및 금융 혜택으로 실입주를 희망하는 기업에는 메리트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에는 중소기업에 저렴한 사무공간을 공급하겠다는 지식산업센터 본연의 역할보다 정부 규제가 비껴간 소액 투자상품이란 인식이 더 커진 모습"이라며 "가수요도 상당수 유입돼 가격이 치솟으면서 오히려 기업들은 입주하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