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선대위 해단식 마친 뒤 휴식기 가질 듯
대장동·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타격 컸지만
1600만표 이상 득표하며 정치적 자산 축적
유시민 "철학·비전 옳다면 다시 알아줄 것"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결국 정권교체론의 벽을 넘지 못하고 분루를 삼켰다. 이 후보는 10일 오전 3시 50분경 기자회견을 열고 "최선을 다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며 "모든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고 깨끗하게 패배를 승복했다.
이 후보의 향후 일정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대선에 패배했던 후보들이 한동안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전례들을 봤을 때, 이 후보 역시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10일 오후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을 진행하고 고생한 선거운동원을 격려한 뒤 한동안 휴식기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이 후보의 정치적 무게감은 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높은 정권교체론의 불리한 구도에서 막상막하의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다. 윤석열 당선자와 득표율 격차는 1%p 미만이었다.
무엇보다 이 후보는 1600만여 표를 득표, 역대 대선 낙선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가 기록한 1470만 표보다 100만 표 이상 더 얻은 셈이다.
특히 대선 기간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당원 및 지지자들을 만나 '이재명 깃발' 아래 모이게 했던 경험은 소중한 정치적 자산이다. 문 대통령의 경우, 18대 대선 석패를 발판으로 당권을 접수하고 19대 대선에 재도전해 당선된 바 있다.
물론 이 후보에게 한동안 고난의 시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대선 기간 제기된 대장동 의혹,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으로 비주류 정치인에서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까지 올라오지 않았느냐"며 "이 파고를 넘으면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후보급 정치인치고 젊다는 것도 강점이다. 이 후보는 64년생으로 윤 당선인보다 4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보다 2살이 어리다. 이 후보는 유세 중 "저는 정치를 끝내기에는 아직 너무 젊다"며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좋아하고, 차를 마시며 얘기하고, 성남시장을 그만두고 성남시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정받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했었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이사장은 이 후보의 패색이 짙어지자 "이재명은 잘했고 칭찬하고 싶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다"며 "잘하고도 선거에서 질 때가 있다. 비전과 철학, 소망이 진짜 올바른 것이라면 유권자와 시민들이 다시 알아줄 것이라고 믿는다. 선거는 그런 것"이라고 위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