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완화 정도 계속 줄여나가야"
이창용 차기 총재 후보자, ‘매파’ 예상
지난 8년간 한국은행을 이끌어 온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상승과 금융불균형을 고려할 때 현 1.25% 기준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다음번 기준금리 인상의 공은 차기 총재로 넘어갔지만, 시장은 현재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23일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열린 송별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긴 했으나, 미국 중앙은행 연준이 가파른 금리 인상을 예고한만큼,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금리인상은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 경제적으로 더 큰 비용을 치뤄야 하는만큼 ‘적기 인상’도 거듭강조했다.
이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경제 성장과 물가 상승률에 상당한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한다”면서도 “경제 하방리스크가 있다고 해서 금리인상이 곧바로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부연했다.
이날 차기 총재로 지명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에 대해서는 적임자라고 평하면서, 내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까지 20여일 남았는데 본인의 청문회 일정 겨험에 비춰보면 다음회의까지 차기 총재 취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내다봤다. 청문회 절차가 길어져서 신임 총재가 제 때 취임을 못하더라도, 금통위는 합의제 의결기관으로 통화정책 수행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청문회 일정이 변수로 작용하겠지만, 차기 총재가 결정되면서 한은의 금리인상에도 속도가 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일 한은이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추가 금리 인상에 공감했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1~2번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현 1.25%에서 1.75~2.0%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인상 시기는 오는 4월 혹은 5월, 8월 정도로 점쳐진다.
특히 3%대의 높은 물가상승률, 금융불균형 리스크에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정책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며 2% 전망에 무게가 쏠린다.
이창용 후보자 역시 그간 보여온 성향과 발언 등으로 비춰볼 때, 향후 통화정책은 매파(통화긴축)적 성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시각이 높다. 실제 이 후보자는 그동안 여러 기고나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통화정책 완화 조정을 시사해왔다. 그는 1월 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주식과 가상화폐 가치가 조정될 것”이라며 가계부채 증가, 인플레이션 확대에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씨티그룹과 SK증권 등은 보고서를 통해 이 후보가 한은 총재에 취임한다면 추가 금리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한편 한은 총재는 한국은행법 33조에 따라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한은 총재 임기는 4년이며, 한차례 연임 가능하다. 한은은 조만간 인사청문회 TF를 꾸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준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