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서비스 로봇 '달이' 주주 안내하며 '감초' 역할
'로봇 지능사회 구축을 통한 글로벌 시장 선도' 설명회에 뜨거운 반응
정 회장, 2018년부터 로보틱스 핵심 미래 성장 분야로 육성
정 회장 사내이사 연임 등 모두 원안 승인…배당금 4000원
24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제54기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본사 로비에서부터 로봇의 안내를 받았다. 주총장에서는 현대차 로봇 개발 책임자인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로부터 로보틱스사업 전략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로보틱스가 현대차 미래 사업의 중심축 중 하나가 될 것임을 절감케 해주는 대목이었다.
이날 주주들을 맞이한 로봇은 현대차가 자체 개발한 서비스 로봇 ‘달이(DAL-e)’였다. 달이는 얼굴인식, 자연어 대화 기술, 자율이동 기술을 탑재해 다양한 상황에서의 고객 응대가 가능하며, 지난해 초부터 현대차 송파대로 지점에서 방문 고객을 상대로 차량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사진 촬영 등의 고객 응대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로보틱스에 대한 주주의 이해도와 친숙도를 높이기 위해 주총장에 달이를 투입했다. 달이는 현대차 사옥 1층 로비에서 추주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며 “현대자동차 주주총회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 현장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해줬다.
주총장을 방문한 여러 주주는 달이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등의 귀여운 제스처를 보며 즐거워하기도 했다.
주총 시간이 다가와 입구에 주주들이 몰리자 “좀 지나가겠다”는 멘트를 하며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 주주들을 미소 짓게 했다.
주총이 시작되자 주주들은 좀 더 진지한 로봇 이야기를 듣게 됐다.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을 이끄는 현동진 로보틱스랩 상무는 ‘로봇 지능사회 구축을 통한 글로벌 시장 선도’를 주제로 로보틱스사업의 목표 및 달성 전략을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주주들에게 회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주총에서 주요 사업 전략에 대한 설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주주들을 대상으로 ‘회사로부터 설명을 듣고자 하는 분야’를 붇는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로보틱스가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아 설명회 주제로 선정됐다.
로보틱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총괄 수석부회장으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던 2018년부터 핵심 미래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돼 적극적인 투자를 진행해온 분야다. 그해 로봇 분야를 전담하는 로보틱스팀이 신설됐고, 이후 실급 조직으로 격상돼 지금의 로보틱스랩이 탄생했다.
회장 취임 직후인 2020년 12월 정 회장은 보행로봇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하며 로보틱스 사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로보틱스 분야는 기계, 전자, 소재, ICT 등 각 분야의 첨단기술이 집약돼 있어 기술의 융합을 통해 신사업 영역을 광범위하게 창출할 미래 성장 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환경 인지(Perception)’, ‘상황 판단(Cognition)’, ‘매커니즘 제어(Manipulation)’ 등의 로보틱스 기술은 자율주행차·도심항공 모빌리티(UAM)·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접목될 수 있는 핵심 기술이기 때문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급성장하는 로봇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로보틱스랩은 인간 중심의 로봇 제품 및 서비스를 확장해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착용 로봇으로 대표되는 ‘관절 로봇기술’ ▲인간-로봇 상호작용(HRI, Human Robot Interaction)의 집합체인 ‘서비스 로봇기술’ ▲인류의 이동성에 혁신을 가져올 ‘로보틱 모빌리티 플랫폼’ 등 미래의 중심이 될 기술 내재화에 집중하고 있다.
이날 현 상무는 “중장기적으로 매출의 20%를 로보틱스에서 창출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로봇 인텔리전트 사회라는 현대차 로보틱스 사업의 이상향을 위해 보스턴 다이내믹스, 여러 협력사와 그룹사 등이 함께 생산망과 서비스망, 공급망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차기 새로운 플랫폼을 공동개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인력교류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주주들은 “로봇 기술이 기존 자동차 산업 및 신사업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현대차의 로보틱스 비전에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한편, 이날 주총에는 약 150명의 주주가 참석했다. 회사측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접촉식 체온계를 사용해 건물 입구에서서부터 발열체크, 손소독제 비치, 마스크 배포 등을 진행했으며, 주주 이동 동선과 일반 직원이 동선을 분리하고, 주주들을 위한 별도 대기 공간을 마련해 접촉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주총장 내 좌석도 서로 띄어 앉도록 배치했다.
의결권 있는 주식의 71.6%(1억4286만6350주)가 참석한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은 지난해 재무제표와 사내이사 및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을 모두 원안 대로 승인했다.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된 정의선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재선임돼 다시 3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연구개발본부장인 박정국 사장과 국내생산담당 이동석 부사장은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박 사장과 이 부사장은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물러난 알버트 비어만 전 사장과 하언태 전 사장의 빈자리를 채운다.
이사 보수한도는 지난해(135억원)보다 15억원 오른 150억원으로 책정됐다. 배당금은 2021년 기말 배당금(보통주 기준) 4000원으로 결정돼 전년 대비 1000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