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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보다 더 싫다"…이대남, 왜 '스윗남페미'에 화가 났을까


입력 2022.03.28 05:09 수정 2022.03.26 15:56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페미보다 남페미에 더 분노하는 2030男…저격 대상은 주로 586 운동권 세대"

"여성에게 매너 있고 배려있는 척 하며 젊은 남성들 차별…자기 자리 내려놓지 않고 가르치기만"

"페미 자처했던 정치인, 뒤에선 온갖 권력형 성추행 자행…본인의 미투, 증거 가져와라"

전문가들 "단지 남페미라는 이유로 비판 자제…이율배반적·자기모순적·위선적 태도 비난해야 "

'4050 스윗남페미 특징'이라고 적힌 게시글ⓒ온라인 커뮤니티

젊은 세대 남성들 사이에서 '남성 페미니스트'(남페미)에 대한 반감 수위가 높아졌다. 이른바 '스윗남페미'에 대한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는 것인데, 스윗남페미는 스위트+남자+페미니스트의 준말로, 여성에게 매너 있고 배려있는 남자인 척 하지만 말과 행동이 불일치한다는 차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성평등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남성들도 많은 만큼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이율배반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태도, 특히 위선에 대해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30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만큼이나 남페미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다. 이명준(29) 한국성평화연대 대표는 "일반 페미니스트보다 남페미에 더 분노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소위 스윗남페미라고 저격이 되는 대상은 586 운동권 세대의 남성들로, 이들은 여성들을 배려해야 한다 혹은 여성 할당제를 해야 한다고 말로는 떠들지만 정작 자기 자리는 내려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이씨는 "민주당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도 586세대들이다. 젊은 페미 진영 내에서도 남페미로 열심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나중에 미투를 당하곤 하는데 폭로 내용을 보면 원치 않았던 스킨십을 강행하거나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해왔다. 본인이 지금껏 해온 말대로라면 무조건 일단 죄송하다고 해야 할 텐데, 본인의 미투에 대해서는 증거를 갖고 오라는 식이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김모(25)씨도 "대부분 대중 앞에서는 자기 성의식에 대해 스스로 고해성사를 하며 페미니스트를 자처했던 정치인들이 뒤에서는 권력형 성추행을 자행했다"며 "과거 관행에 과오가 있는 윗세대들이 반성을 하기는커녕 이제와 나는 보통 남자들과는 다르다는 선민의식을 가지고 한 번도 강자였던 적이 없는 젊은 세대를 가르치려고 들어 반감만 생긴다"고 토로했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스윗남페미'를 비판글도 쇄도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남자가 쪼잔하게 이따위 말이 다 망쳤지, 불합리한 걸 불합리 하다고 말도 못하게" "남자 차별하는 남자가 제일 문제인건 사실" "권리만 평등, 의무는 남자가 해라는 그들식 남녀평등" "죄는 윗세대가 실컷 저지르고 잘못 없는 젊은 세대에게 전가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아울러 '4050 스윗한 남페미 특징'이라는 글에는 "젊은 여직원들한테 잘 보이려고 힘든 일은 남직원을 시킨다" "사실 젠더 이슈에 관심이 없고 여자들을 은근히 무시한다" "퇴근 후 아내에게는 가부장 그 자체다" "본인한테 진급차별 당한 여성에게 미안함 마음이 없다" "본인 대학 간다고 대학 못간 누나, 여동생에게 뒤늦게라도 도와줄 마음이 하나도 없다"는 내용이 담겼다.


남페미를 분류해 비난하는 게시글.ⓒ트위터 캡처

전문가들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들의 위선에 우선 분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화 운동가들이 광주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듯 성차별에 대한 죄의식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순수한 사회적 정의를 실현하는 차원에서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남성들이 있다"며 "여러 가지 이유에서 남자 페미니스트가 나오는데 본인은 행동하지 않으면서 사회 기득권 포지션을 유지한 채 남에게 설파만 하는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성평등주의를 몸소 실천하는 사람도 있는 만큼 남자 페미니스트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무조건 비판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정의로운 효과를 낳는다면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비난의 화살은 남페미보다는 이율배반적이고 자기 모순적인 태도, 특히 위선을 겨냥해야 하고 이런 것들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4050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에서 공유가 하고 있는 정도가 공정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여성이 겸상을 못했던 일이 실제로 있었던 6070 윗세대들과 비교해 우리는 그래도 남녀 성차별 문제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 2030이 보기엔 여전히 부족할 것"이라며 "공정성에 대한 잣대가 현격히 올라갔다"고 진단했다.

김하나 기자 (hanaki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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