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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품 창고가 텅텅 비었다" 우크라 난민 40만명 집결지, 몰도바는 지금…


입력 2022.03.29 02:07 수정 2022.03.28 22:23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몰도바서 우크라 난민 지원 활동, 피즈윈즈코리아 고두환 이사 온라인 브리핑…현지 상황 전해

"유럽서 가장 가난한 나라 몰도바, 전체 인구 10%가 우크라 난민…임시보호소 45곳 물품창고 바닥"

"이유식·기저귀 없어 주민들이 나눠줘…샴푸, 속옷, 온수 등 물·빵 보단 일상용품 절실"

우크라이나 난민·몰도바 국민, 전쟁 트라우마·코로나19 감염 위험 노출…'인간다운 삶' 보장 돼야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의 한 임시보호소 배급 물품 선반.ⓒ피즈윈즈코리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한 달이 지난 가운데, 우크라이나 인접 국가인 몰도바 현지에서 우크라이나 난민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국제 비정부기구(NGO) 피즈윈즈코리아는 몰도바의 난민보호소에서는 물품 창고가 텅텅 비었다며 난민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유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몰도바는 우크라이나 남서부와 국경을 맞댄 나라로,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피란민 355만여명 중 40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머물고 있는 곳이다. 이는 몰도바 전체 인구(261만명)의 10%에 가까운 인원이다. 피즈윈즈코리아는 지난 13일 몰도바의 수도 키시나우에 도착해 우크라이나 난민 임시보호소에서 생활용품 지급 등 구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피즈윈즈코리아 고두환 상임이사는 28일 오후 관련 온라인 브리핑을 열고 "몰도바는 1인당 GDP가 3000달러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라며 "수도인 키시나우 내 있는 임시보호소 45곳 가운데 생활용품을 나눠줄 수 있는 곳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고 이사는 "키시나우에만 10만명의 우크라이나 난민이 머물고 있는데 대부분 임산부, 아이, 노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들"이라며 "경제 사정이 열악한 몰도바 국민들이 헌신적으로 난민들을 돕고 있지만 우리가 협력하고 있는 임시보호소 1곳 빼고는 물품 창고가 텅텅 비어있고, 물자나 식사를 배급하는 곳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기 등 난민 다수가 약자임을 고려할 때 단순히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영양을 골고루 섭취할 수 있는 음식이 필요하다"며 "파스타, 빵처럼 어른식은 지원 물품으로 들어오고 있지만 아기를 위한 이유식, 기저귀 등은 구하기 어려워 주민들이 자녀의 몫을 나눠주고 있다"고 전했다.


고 이사는 "전쟁이 일어난 지 한 달가량 지나면서 물, 빵 등 생존물품보다는 샴푸, 속옷, 온수, 학용품 등 인간으로서 존엄한 일상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물품들이 시급하다"며 "키시나우가 배급 물품 현황을 공개하는 사이트를 보면 거의 '재고 없음'으로 나온다"고 덧붙였다.


몰도바 수도 키시나우시에서 공개한 물품 배급 현황 확인 웹사이트. 속옷, 샴푸 등이 '재고 없음(Out of stock)' 상태로 표시돼있다. ⓒ키시나우시

우크라이나 난민과 몰도바 국민들은 전쟁 트라우마와 코로나19 감염 위험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아이 보호자들은 대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공습 경보를 많이 들은 아이들이 트라우마를 호소해서 피난을 결심했다고 말한다"며 "몰도바 국민들도 언제든지 러시아가 침공할 수 있다는 위험을 인지하고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장우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지원 총괄디렉터는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난민들은 피난 상황이다보니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진 여부 등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며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고 이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당장 내일 극적으로 화해한다고 해도 인프라 재건과 불안정한 상황 등 이유로 난민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키시나우시에만 500여명의 난민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데, 몰도바 대학생들이 가끔 놀이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것 빼고는 교육 지원 측면에서 체계적인 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시정부와 협의해 아이들의 교육 체계를 점검하고 있는데, 이제는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난민 지원책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피즈윈즈코리아가 키시나우 내 우크라이나 난민들에게 물품과 식사를 지원하고 있다.ⓒ피즈윈즈코리아

현재 몰도바 정부와 각종 국제기구에서도 난민 지원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몰도바 정부는 유엔난민기구와 협력해 자국에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 난민에게 120달러(한화 약 15만원 상당)까지 사용할 수 있는 선불카드를 지급하기로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만 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고 이사는 "공무원들에게 물어보니 수급대상 리스트, 중복 지급을 막을 방법 등의 시스템조차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난민들이 수월하게 지원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300만 명이 넘는 우크라이나 난민들의 끼니를 책임져온 비영리단체 '월드 센트럴 키친(WCK)' 대표 호세 안드레스도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UN 등 큰 기구들은 도대체 수 백만 달러를 어디에 쓰느냐"며 대형 국제기구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강하게 질타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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