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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3년 고민 끝에 찾은 가장 ‘장기하’스러운 음악


입력 2022.04.03 07:31 수정 2022.04.03 07:3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밴드 해체 후 솔로 앨범 '공중부양' 발매

2008년 ‘싸구려 커피’로 데뷔해 ‘달이 차오른다, 가자’ ‘별일 없이 산다’ ‘우리 지금 만나’ 등 꾸준히 히트곡을 낸 장기하가 밴드 해체 후 3년 만에 첫 솔로 앨범 ‘공중부양’을 발매했다. 활동을 쉬는 동안 장기하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고, “가장 나다운 걸 나답게 하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공중부양’이다.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새 앨범에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를 비롯해 ‘뭘 잘못한 걸까요’ ‘얼마나 가겠어’ ‘가만 있으면 되는데 자꾸만 뭘 그렇게 할라 그래’ ‘다’ 등이 담겼다. 앨범의 작사와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과 믹싱까지 장기하가 직접 도맡았다. 스스로 이번 앨범을 “지난 3년의 결과물이기도 하지만, 솔로 장기하의 기본값이자 출발점, 그리고 자기소개서”라고 소개한 것처럼 온전한 ‘장기하의 세계관’을 담아내기 위한 작업들이었다.


“새 음반을 만들면서 장기하라는 뮤지션의 가장 중요한 정체성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데 2년 정도를 쓴 것 같아요. 제가 내린 결론은, 제 정체성은 ‘목소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목소리를 내 목소리답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드는 것, 그 외에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걸 중심으로 5곡을 만들었어요. 평소의 내 목소리를 노래에 담으려고 노력했고 그 외의 부분은 목소리에 어울리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장기하가 본연으로 돌아가 만든 이 앨범에는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앨범 전체에서 ‘방황’이나 ‘혼란스러움’과 같은 감정들이 느껴진다. 또 모든 곡에서 베이스가 빠졌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우연한, 또 의도된 작업의 결과였다.


“밴드로 활동할 땐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 장기하와 얼굴들을 하고 싶었어요. 그만큼 밴드를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해체는 내 인생에 아주 큰일이었죠. 인생의 계획이 바뀌어서 단순히 가수 활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아닌 어떤 인생을 살아가야 하나, 어디를 바라보고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부터 시작해야 했어요. 말 그대로 방황과 혼란을 겪은 거죠. 오랜 고민 끝에 결론을 내리고, 음악을 만들었지만 방황했던 시기의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것 같아요.”


“단순히 (베이스 없이) 내 목소리로 꽉 채우겠다는 것 보다는, ‘나’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은 뭐가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다는 생각에서 편곡 없이 목소리를 먼저 녹음했어요. 그 다음에 그 다음에 이런 저런 소리를 붙이자는 식이었는데, 그 동시에 이 목소리가 한 곡의 가요로서 인식되는 데 있어서 최소한의 소리만 넣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거 장얼은 밴드 편성이지만 베이스가 굉장히 강조된 음악이었잖아요. 은연중에 베이스를 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장기하는 2008년 발표한 싱글 ‘싸구려 커피’로 당대 청년 세대를 대표한다는 평을 받으면서 큰 사랑을 받았다. 이번에도 역시 일상 속에서 우리나 느끼는 소소한 심정들을 포착한 가사들이 인상적이다.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 쪽에서 살면서 가사는 다 거기서 썼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임진각으로 차를 몰고 가요. 신호도 안 걸리고 차도 별로 없어서 계속 그냥 쭉 갔죠. 철원까지 가면 사람이 멍해지고, 그러다 보면 뭔가 떠오르는 거죠. 그걸 건져와 음성 메모로 녹음을 하는 것을 시작으로 작사와 작곡이 거의 동시에 이뤄졌어요.”


“사실 이런 곡들로 ‘당신들은 이런 걸 귀 기울여 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진 않았어요. 어떻게 들어주셔도 감사하지만, 청자 입장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부럽지가 않어’ 가사를 들으면서 ‘부러움’이라는 감정이 요즘 시대에 중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부러움을 이용해서 장사하는 사람이 많고, SNS 시대에 부러움이라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들어지는 시대잖아요. 물론 자랑조로 썼지만(웃음)…사실은 이 노래가 ‘그 누구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는 내용이거든요. 여러분이 부러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굉장히 기쁠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앨범이 3년 고민의 결과물이긴 하지만, 그는 ‘결과’가 아닌 ‘시작’에 의미를 뒀다. 그는 “마흔이 된 장기하라는 음악인의 좌표”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이 좌표는 새로운 장기하의 시작으로 기록될 것이다.


“내 길을 제시하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40대 이후에는 롤모델 없는 삶을 살아보고 싶네요(웃음).”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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