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틴’ 등 아티스트 참여 특별세션 운영
국내 최대 규모…아시아 첫 ‘픽업대’ 마련
애플이 서울 번화가의 대명사로 통하는 명동 한복판에 사과 로고를 새겼다.
애플은 오는 9일 서울 중구 센터포인트에 ‘애플 명동’을 개점한다. 이곳은 지난 2018년 1월 개장한 강남구 ‘애플 가로수길’과 2021년 2월 문을 연 ‘애플 여의도’ 이후 국내에 선보이는 3번째 공식 매장이다.
영업을 시작하기 이틀 전인 7일 오전 애플 명동을 미리 찾아 살펴봤다. 2호선 을지로입구역과 도보 3분 거리의 이 매장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마주 본 노른자 땅을 차지하고 있다. 입지나 규모 면에서 이전 국내 매장들과 다른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매장은 무슨 영문인지 개점일이 아닌데도 이른 아침부터 입구에 여러 사람이 진을 치고 서 있었다. 궁금증에 물어보니 아이돌 ‘세븐틴’의 팬들이라고 한다.
이들의 대답에서 가로수길, 여의도가 아닌 애플 명동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었다.
애플은 기존 국내 매장에서 내부 직원들이 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투데이 앳 애플(Today at Apple)’ 세션을 운영해왔다. 명동 매장에서는 이에 더해 국내 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세션들을 추가로 운영할 예정이다.
모든 세션은 무료이며 신청만 하면 참여할 수 있지만,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특별세션은 오직 명동에서만 들을 수 있다.
첫 타자는 세븐틴이다. 애플은 ‘케이팝(K-POP) 투데이 앳 애플 리믹스 세션’을 통해 세븐틴의 신곡 ‘달링(Darl+ing)’ 트랙을 ‘아이패드’와 ‘개러지밴드’를 활용해 리믹스하는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추후 다른 아티스트들의 참여 기회도 열려 있다. 특정 팬들은 물론 애플 기기 활용법을 배우고 싶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질법 하다.
가수가 아닌 다른 분야 아티스트들의 세션도 흥미롭다. 이날 맛보기로 진행된 ‘나난’ 작가의 ‘마음을 전할 플라워 드로잉 메시지 만들기’ 세션에 참여해봤다. 현장에서 지급된 아이패드와 ‘애플펜슬’을 활용해 꽃을 그리고 문구를 적어 넣는 과정을 배웠다.
그림에 소질이 없는 ‘똥손’에 프로크리에이트 애플리케이션(앱)도 처음 사용하는 터라 걱정이 앞섰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 하니 그럭저럭 완성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진도를 놓쳐 따라가지 못하면 애플 직원들이 1대 1로 붙어 전자기기를 처음 만지는 어르신에게 알려주듯 천천히, 친절히 설명해준다.
애플은 이 밖에도 ▲포토 연구소: 이종범 작가와 자신만의 컬러가 담긴 포토 갤러리 만들기 ▲독점: 애플 오리지널 ‘파친코’의 주연 배우 김민하와의 대화 ▲아트 연구소: 빠키와 함께 입체적 리듬이 느껴지는 증강현실(AR) 장면 만들기 등의 세션을 운영할 예정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기기 교육 세션은 매장 2층에서 별도 신청 없이 상시로 운영된다. 사용자들이 ‘몰라서 못 쓰던’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기기 활용법을 애플 직원들이 15분 동안 자세히 알려준다.
기존 국내 매장과 다른 또 하나의 차별점은 아시아 최초로 ‘픽업 공간’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미국과 독일에 이어 3번째다.
가로수길이나 여의도 매장에는 제품이 진열된 매대가 있을 뿐 별도 계산대가 없어서 온라인으로 주문한 제품을 찾으려면 오가는 직원을 붙잡고 문의해야 하는 식이었다. 이제 명동 매장에서는 뻘쭘하게 직원을 찾아 서성거릴 필요 없이 픽업대에서 미리 주문한 제품을 편리하게 찾을 수 있다.
매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나무 매대와 어우러져 친환경적인 느낌을 준다. 양쪽 모퉁이에 작은 정원이 마련됐으며 이재효 화백과 아티스트 ‘빠키(VAKKI)’가 제작한 조형물이 설치됐다. 잠시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들도 놓여 있다. 2층에서는 창밖으로 명동 거리가 시원하게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매장은 오는 9일 오전 10시부터 운영된다. 개점 당일에는 홈페이지에서 방문 시간을 선택해 예약해야만 방문할 수 있다. 예약은 양도 불가능하며 1회 1명까지 입장 가능하다.
이곳에서는 8개 이상 국적 출신 220명의 직원들이 총 11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 여의도 소속 직원인 117명보다 100여명이나 많다.
이날 패트릭 슈루프 애플 동남아·북아시아 리테일 마켓 디렉터는 “명동에 특별한 스토어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고 환영한다”며 “애플 명동에서 한국의 독창성을 전 세계에 공유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환대했다.
향후 한국 내 매장을 더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4호점은 부산 해운대에 문을 열 것으로 보인다.
애플이 국내 매장 확대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와 양강 구도를 그리고 있는 한국 시장 내 입지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지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1%로 삼성전자(72%)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매장 확대를 통해 애플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사후서비스(AS)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