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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 정찬성 “넘을 수 없는 벽”...볼카노프스키 최강 재확인


입력 2022.04.10 15:15 수정 2022.04.10 15:19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UFC 273 메인이벤트 페더급 타이틀전 4R TKO패

1R 초반만 펀치 공방..4R 초반까지 버틴 것도 놀라워

자신감 넘쳤던 정찬성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성형 챔피언

UFC 정찬성. ⓒ SPOTV

‘코리안 좀비’ 정찬성(35)이 챔피언 알렉산더 볼카노프스키(34·호주)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랭킹 4위’ 정찬성은 10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비스타 베터런스 메모리얼 아레나에서 펼쳐진 ‘UFC 273’ 메인이벤트 페더급 타이틀전에서 4라운드 45초 TKO 패했다.


지난 2013년 8월 조제 알도와의 타이틀전 이후 약 9년 만에 챔피언과 대결한 정찬성은 맥스 할로웨이-브라이언 오르테가 등을 연파하고 ‘절대 강자’로 떠오른 볼카노프스키를 넘지 못했다. 결국 한국인 최초 UFC 챔피언 꿈은 이루지 못했다. 2011년 UFC 진출 후 전적은 7승4패.


경기 전 정찬성은 “볼카노프스키가 뛰어난 파이터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안 될 것 같다. 격투기에 바친 내 인생을 보상받는 날이 될 것”이라고 특유의 자신감을 드러냈다. 옥타곤에 올라올 때도 포효하며 관중들의 함성을 이끌어냈다.


객관적인 전력상 완벽에 가까운 파이터로 평가받는 볼카노프스키의 승리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드라마틱한 반전을 연출하는 정찬성의 족적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게 했다.


1라운드 중반까지는 괜찮았다. 볼카노프스키와 거칠게 펀치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볼카노프스키의 로우킥에 이은 레프트가 안면에 꽂히기 시작하면서 출혈이 발생했다. 1라운드 약 20초 남긴 시점에는 다시 한 번 안면에 펀치를 허용,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곧바로 일어났지만 다시 맞고 균형을 잃었다.


가까스로 1라운드를 넘긴 정찬성은 2라운드에서도 카운터를 맞고 흔들렸다. 볼카노프스키가 자랑하는 로우킥에 데미지를 입고, 거리를 좁히지 못하면서 의미 있는 반격을 가하지 못했다. 이후 볼카노프스키의 테이크다운을 방어하지 못한 채 쓰러졌고, 파운딩 위기에 놓였지만 간신히 빠져나왔다.


1,2라운드에서 완패한 정찬성은 3라운드 초반 살아나는 듯했다. 좀비라는 별명에 걸맞게 숱한 펀치를 맞고도 오히려 볼카노프스키를 잠시 몰아세웠다. 당황한 볼카노프스키도 뒤로 물러났다. 그러나 영리한 볼카노프스키는 태클로 흐름을 끊고 다시 우위를 잡았다. 정찬성은 안면에 라이트를 허용하며 다시 쓰러졌다. 경기를 중단시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허브 딘 주심이 콜을 하기 전 3라운드 종료 벨이 울렸다.


정찬성의 얼굴은 상처투성이었다. 이미 승패를 갈린 상황으로 보였다. 힘겹게 4라운드를 맞이한 정찬성은 너무나도 냉정하게 계획대로 경기를 이어가는 볼카노프스키의 안면 공격을 다시 허용하며 휘청거렸고, 허브 딘 주심은 TKO를 선언했다.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볼카노프스키(왼쪽). ⓒ SPOTV

경기 후 정찬성은 옥타곤 인터뷰에서 “자신 있었다. 컨디션도 좋았다. 크게 지치지도 않았다. 그런데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정찬성이 패배 후 상대를 이렇게 평가한 적은 드물다.


볼카노프스키는 매우 전략적이며 기술적인 파이터다. 매우 지능적이고 매우 전략적이면서도 기술을 갖춘 파이터다. 볼카노프스키는 로우킥, 펀치의 속임 동작과 다양한 스위칭 킥, 그리고 반 박자 빠르게 나오는 펀치로 상대 타이밍을 빼앗는데 능하다. 경량급 파이터로서는 완벽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정찬성 또한 직접 겪어본 뒤 “넘을 수 없는 벽 같았다”는 표현으로 그를 새삼 인정했다.


이어 “더 챔피언이 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흐르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 싸움을 계속해야 하나 싶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현재의 나이와 챔피언 경쟁 구도를 봤을 때, 정찬성에게 다시 타이틀샷이 주어지려면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치른 타이틀 매치까지도 9년이 걸렸다.


이미 한국 파이터로서 많은 것을 이뤘다. 타이틀 매치도 두 차례나 했다. 경량급 파이터로서 10년 가까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는 것만으로도 높게 평가받을 만하다. 정찬성이 UFC에 입성했을 때, 함께 랭킹에 있던 파이터들은 현재 아무도 없다. 은퇴를 했거나 랭킹권 밖으로 밀려났다.


짜릿한 승부와 화끈한 공격을 바탕으로 흥행력과 기량 모두 인정받은 정찬성은 이미 풍성한 선물을 안겨준 파이터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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