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정이 5년 만에 복귀했다고 해서 논란이 벌어졌다.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초반에 한지민의 동료 해녀 역할로 나온 것이다. 앞으로 이 드라마에 계속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단발 특별 출연도 아니고 정식 배역을 맡았으니 공식 복귀인 셈이다.
조혜정은 지난 2017년 KBS 금토드라마 '고백부부' 출연 이후 드라마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다. 2018년에 아버지인 조재현에게 미투 폭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조재현은 그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 승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딸인 조혜정이 TV에 나타나니 논란이 터진 것이다.
조혜정이 미투 폭로를 당한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아버지 문제 때문에 다년간 활동을 못하고, 모처럼 복귀한 지금 또다시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조혜정은 2020년에도 SNS 활동을 하다가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일부 대중의 정서가 그때에 이어 아직까지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논란이 터지자 ‘우리들의 블루스’ 방송사 측은 조혜정이 오디션을 거쳐서 캐스팅됐다고 설명했다. 인맥 등에 의한 특혜가 아닌, 자신의 능력에 따른 정상적 캐스팅이라는 취지로 보인다. 하지만 논란은 꺼지지 않았는데, 그러자 연좌제 문제가 제기됐다. 아버지 문제 때문에 딸에게 불이익이 가해지는 건 연좌제라는 것이다.
조선시대엔 연좌제가 통용됐었다. 당시엔 한 사람의 잘못 때문에 3족을 멸한다거나, 가족이 노비가 되는 일도 있었다. 최근 ‘태종 이방원’에서도 공신 이거이가 괘씸죄를 받자 그 자식들까지 서인으로 강등되는 모습이 방영됐다. 그러다 1894년에 근대화 조치 중 하나로 연좌제가 폐지됐다. 하지만 사실상 암묵적으로 통용됐고 1980년에 연좌제 금지를 헌법화했음에도 사라지지 않았다. 민주화 이후 신헌법 제13조 3항에서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해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재차 규정하며 실질적으로 연좌제를 근절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연좌제 금지엔 우리 민주화 현대사가 담겨있기 때문에 연좌제는 더욱 특별한 금기가 되었다,
조혜정이 아버지 때문에 활동을 못하는 게 바로 그런 연좌제라는 것이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어서 조혜정이 억울할 만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대중의 질타가 사라지지 않는다.
논란이 이렇게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은 단순히 연좌제 문제만이 아니라 다른 문제까지 엮였기 때문이다. 바로 가족 예능, ‘아빠찬스’ 문제다. 연예인의 가족을 등장시킨 가족예능이 일상화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었었다. 그 문제가 아직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조혜정은 2015년 방송된 SBS 가족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에 조재현과 함께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그 이후에 배우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 조혜정의 배우활동 자체가 아버지 특혜라는 지적이 많았다.
조혜정을 대중이 알고 관심을 갖는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오랜 세월 조연급 배우로 활동해도 대중의 관심을 받기는커녕 이름조차 알리지 못하는 연예인이 허다하다. 일반인은 연예인이 되는 것조차 어렵고, 그렇게 연예인이 돼도 대중에게 이름을 알리는 게 또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성공의 길인 것이다.
그런데 조혜정은 아버지 덕분에 쉽게 유명 연예인이 됐다. 그렇게 아버지로 인해 이익을 얻는 건 괜찮고, 불이익은 안 괜찮다는 논리에 대해 일부 대중은 부당함을 느낀다. 그래서 연좌제 지적에도 불구하고 조혜정의 활동에 비판이 계속 나오는 것이다.
만약 하정우처럼 아버지 후광 효과 전혀 없이 본인 노력만으로 입지를 다진 경우라면 대중의 시각이 달랐을 것이다. 반면에 조헤정은 이미 이름을 알릴 때부터 아버지와 이미지상으로 엮였기 때문에 이제 와서 분리가 어렵게 됐다.
요즘 연예인 고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연예인이 많은 이들의 꿈이 되고 있고, 그 꿈을 이루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이다. 이럴 때 가족 찬스로 손쉽게 유명 연예인이 되는 2세들은 엄청난 특혜를 받은 셈이다. 특별한 혜택을 받은 이상 특별한 비판도 받을 수 있다. 결국 조혜정에게도 그런 혜택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모양새다.
그러므로, 가족 문제로 불이익 당하는 일을 막으려면 애초에 가족 특혜부터 조심할 필요가 있겠다. 저성장 양극화 시대에 젊은 세대의 박탈감이 점점 더 고조된다. 이럴 때 부모 찬스로 손쉽게 과실을 따는 모습이 비쳐지면 많은 청년들이 상실감을 느끼게 되고, 그런 정서는 고스란히 특혜 받은 것으로 비쳐진 연예인에 대한 더 엄격한 잣대로 돌아갈 수 있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