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쇼맨' '아몬드' 등 잇따라 개막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뮤지컬계는 신작 기근 현상에 시달려 왔다. 취소와 연기, 거리두기 좌석제 등 불안한 환경 속에서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이미 흥행이 입증된 재연 작품들, 티켓 파워를 가진 라인업을 구축한 대형 뮤지컬 등 안정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터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완화되면서 창작 뮤지컬 신작들도 다수 무대에 오르고 있다. 특히 현재 관객을 찾고 있는 신작 뮤지컬들은 대부분 내공 있는 제작진과 제작사를 필두로 하고 있다. 이런 흐름을 통해 코로나19로 움츠러들었던 창작뮤지컬 신작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특히 그동안 라이선스 뮤지컬 시장을 주도했던 대형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와 쇼노트가 중소형 창작뮤지컬 제작에 뛰어들면서 창작뮤지컬 신작 시장의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나 우란문화재단 등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우수한 창작뮤지컬이 공급되고, 자본력을 갖춘 제작사가 이를 뒷받침해주면서다.
먼저 EMK는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생애를 토크쇼 형식으로 풀어낸 ‘프리다’를 지난 3월 1일부터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하고 있다. 작품은 추정화 작가, 허수현 작곡가 콤비의 작품으로 2020년 DIMF 창작뮤지컬을 수상하고, 지난해 초청돼 트라이아웃(공개 시연)을 통해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던 기대작이다. 현재 인터파크 기준 9.7의 높은 평점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쇼노트가 지난 3월 8일부터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선보이고 있는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는 1819년 4월 1일 영국 런던에서 알 수 없는 경로로 발간된 소설 ‘뱀파이어 테일’과 이를 놓고 불붙었던 저작권 논쟁을 바탕으로 쓰인 작품이다. 조지 고든 바이런 남작과 작가 지망생 존 윌리엄 폴리도리가 현실과 이야기 속을 넘나들며 진실 공방을 벌인다.
2020년 우란문화재단에서 트라이아웃 공연을 선보였던 창작 뮤지컬 ‘렛미플라이’도 지난 3월 22일부터 정식 초연 무대를 이어가고 있다. 1961년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며 살아가는 ‘남원’이 미래인 2020년에 불시착해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으로 완성도 높은 뮤지컬을 선보인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오랜만에 선보이는 신작 ‘쇼맨_ 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도 국립정동극장에서 지난 1일부터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과거에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고 주장하는 한 노인과 그의 사진을 찍게 되는 사진작가의 이야기이다.
내공 있는 창작진, 제작사를 내세운 작품들 외에도 원작의 내공을 바탕으로 관객들을 끌고 있는 작품도 있다. 2017년 출간돼 국내 누적 판매량 90만부, 해외 20개국 출간 기록을 세우는 등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가 뮤지컬로 변신해 지난 2일부터 코엑스아티움에서 관객을 맞고 있다. 이 작품도 제작사 (주)라이브가 매해 주관하는 창작뮤지컬 공모전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의 2019년 시즌 최종 진출작으로 약 4년의 개발 과정을 거쳐 완성도 높은 창작뮤지컬로 제작됐다.
한 뮤지컬 제작사 관계자는 “팬데믹 초반, 불안정성을 이유로 창작 초연 작품이 기근 현상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지만, 팬데믹을 거쳐 오면서 한국 뮤지컬 시장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오히려 스타마케팅으로 단기간에 티켓을 파는 것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며 “때문에 팬데믹을 거치면서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창작 초연 뮤지컬 제작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은 투자하면서도 좋은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현 상황이 국내 뮤지컬 시장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더구나 내공 있는 창작진과 제작사가 뭉치면서 창작 초연 작품들 제작이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