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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가 미쳤다 ①] 칼국수 8000원·소주 6000원… "더 이상 서민음식 없다"


입력 2022.04.15 04:35 수정 2022.04.14 23:58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우크라이나 사태로 밀 가격 급등해 지난달 서울 칼국수 1인분 평균가격 8115원

시민들 "올해 칼국수 10000원인 곳도 있어…칼국수 가격 자체가 전부 오를까 우려"

자영업자 "가격이 안 오른 재료 없어…가격 올리면 손님 떨어질까 걱정"

서민의 술? 소주 가격도 급등, 맥주와 비슷 "한잔에 800원 꼴…아까워서 나눠 마신다"

11일 서울 종로구 인근에서 시민들이 음식점 광고판 앞을 지나가는 모습 ⓒ연합뉴스

물가가 치솟으면서 점심 한 끼 가격이 1만원을 넘는 시대가 열렸다.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었던 칼국수 가격이 8000원을 돌파하고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 한 병도 6000원에 이르자 시민들은 "더 이상 서민 음식은 없다"며 물가 상승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14일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칼국수 1인분의 평균 가격은 8115원을 기록해 처음으로 8000원대를 넘겼다. 1년 전(7462원)보다 8.8% 올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와 해상운임 상승 등의 여파로 밀 가격이 급등하면서 서민 음식으로 불리던 음식들의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김치찌개 백반·비빔밥·삼겹살·자장면·삼계탕·김밥 등 다른 외식 품목도 모두 전년 대비 가격이 올랐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작년에 사 먹었을 때는 칼국수가 7000원 정도 한 것 같은데, 올해는 10000원이 된 곳이 있었다"며 "사실 칼국수는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서민 음식으로 생각했는데 너무 비싸졌다"고 말했다. 이 씨는 "칼국수집 한두 군데가 이렇게 오르면 나중에는 칼국수 가격 자체가 전부 오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14일 종로의 칼국숫집 앞에서 만난 40대 심모씨는 "칼국수 가격이 그렇게 오른 건 몰랐다"며 "보통 장 볼 때 한 달 식료품을 15만원~20만원이면 샀는데, 지금은 30만원은 있어야 할 정도로 물가가 올랐다"고 토로했다.


칼국수뿐만 아니라 모든 식자재의 가격이 오르면서 자영업자들의 시름도 깊어만 가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원재료가 올라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면서도, 손님들이 줄어들까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종로에서 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A씨는 "가격이 안 오른 재료가 없을 정도로 다 올랐다"며 "가격을 올려야 해서 상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칼국숫집을 운영하는 B씨도 "원재료 값이 올라서 가격을 올려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특히 지난달부터 밀가루 가격이 너무 올랐다.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안 올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마포구의 한 고깃집 메뉴판에 바뀐 가격이 적힌 메뉴판이 걸려있다. ⓒ데일리안

대표적인 서민의 술로 불리는 소주의 가격도 무섭게 오르고 있다. 식당에서 4000원 정도 하던 소주의 가격도 급등해 6000원까지 오른 곳도 부지기수다.


서울 마포구의 한 고깃집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김모씨는 "소주 가격이 너무 올라서 저렴한 안주랑 맞먹는다"며 "조금이라도 더 저렴한 곳을 찾게 된다"고 전했다. 그는 "한 병에 7~8잔 나오는데 그럼 소주 한 잔에 800원 꼴이 됐다"며 "아까워서 원샷하면 안 된다. 여러 번 꺾어 마셔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초년생 이모(29)씨는 "소주는 서민 술이라고 했는데 가격이 하도 올라서 더 이상 서민의 술이 아닌 것 같다"며 "요즘 저렴하게 나온 와인도 많아서 차라리 와인을 마시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 씨는 "원래는 맥주가 더 비쌌는데 지금은 소주랑 가격이 똑같다"며 "이렇게 가다간 맥주 가격도 오를 게 뻔한데 끝도 없이 오르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걱정했다.


직장인 최모(25)는 "회사가 여의도인데 그 근방은 소주가 6000원이다"며 "여기는 그래도 5000원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을 먹을 때 술 가격이 오른 건 크게 생각하지는 않는 편"이라면서도 "5000원, 6000원 쓰여 있는 걸 보면 뜨끔할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마포구에서 작은 가게를 하는 60대 노모씨는 "거의 매일같이 술을 먹어 소줏값이 오른 걸 피부로 느낀다"며 "내가 식당을 운영하지만 다른 식당에 갈 일이 있으면 술값이 비싸서 안 먹고 만다"고 고백했다. 노 씨는 "편의점도 비싼 편이라서 집에 사 갈 때는 몇 백원이라도 더 아끼려고 슈퍼나 마트에서 산다"고 밝혔다.

정채영 기자 (chaezer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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