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볼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파친코' 불법 유통 확산
"불법 복제 예방, 실시간 감시가 기본 돼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 ‘지옥’에 이어 애플TV 오리지널 ‘파친코’까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가 애플TV, 넷플릭스가 서비스되지 않는 중국에서의 공짜 유통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파친코’는 중국 내 불법 콘텐츠 유통 사이트에서 ‘핀볼 게임’이라는 제목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스카를 수상한 영화 ‘기생충’을 시작으로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새로운 콘텐츠들은 물론, ‘사랑의 불시착’ 등 과거 방영됐던 드라마까지 OTT를 통해 주목을 받고 있다. 꾸준히 성장하던 K-콘텐츠 산업은 OTT를 만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4일 발표한 ‘콘텐츠산업조사’에 따르면 2020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2019년 102억5388만달러 대비 16.3% 증가한 119억2428만달러(약 14조2459억원)를 기록했다. 실제로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서도 드라마와 예능, 영화를 막론하고 K-콘텐츠가 정상에 오르는 것도 이젠 어색한 일이 아니다.
국내 콘텐츠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강국’이 됐다는 말이다. 문제는 K-콘텐츠의 흥행에 따라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국내외 해적판 유통도 더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K-콘텐츠의 인기에 비례해 불법 복제·배포도 증가하면서 저작권 피해규모도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영화 불법 복제물 데이터 조사 업체 무소(Mus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서 영상물 불법 다운로드와 스트리밍 사이트 방문률은 최대 66% 증가했다. 최근 국내 드라마의 원천 IP가 되는 웹툰의 상황도 심각하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웹툰 불법유통으로 인한 잠재 피해 규모는 합법적 시장 규모(6400억원)의 10배가 넘는 6조6600억원으로 나타났다.
그간 불법 복제 콘텐츠에 대한 문제는 지속해서 불거졌지만, 사실상 실효성 없는 대책들이 대부분이었다. 한국저작권보호원 측은 계정 운영자가 채널 개설과 폐쇄를 반복해 단속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정부와 국내 콘텐츠업계도 대응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던 것도 사실이다. 대부분이 해외에 사이트를 두고 있어 적발이 쉽지 않아서다.
다만 최근엔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콘텐츠 산업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효과적인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산업 성장에 발맞춰 해외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을 저작권 침해로부터 보호하고자 적절한 저작권 보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해 중국,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 저작권 해외사무소를 통한 모니터링 이외 국가에는 90여명의 모니터링단을 운영 중이다.
특히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상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은 정청래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에 대한 검토보고서를 낸 것으로 알려졋다. 정 의원이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저작권 침해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에 대한 IP 즉시 차단 권한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부여하는 내용이 골자다. 작년 말 발의돼 현재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안건은 불법 사이트 차단 권한을 현행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서 문화체육관광부로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은 기존 방심위가 불법 복제물 사이트의 IP 접속을 차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4일 걸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 때문에 시작됐다. 불법 복제 사이트가 신고 되거나 발견되면 문체부가 차단을 요청하고 이후 방심위가 심의·시정을 요구하는 절차를 거친다. 이 경우 평균 4일 이내에 심의가 이뤄진다. 주소만 바뀐 사이트가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사이트는 의견 제출 절차 등으로 인해 3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문체부에 불법 복제물 접속 차단권을 부여하면 이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는 게 법안의 취지다.
물론 이중규제, 중복규제 등을 이유로 이 법안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지만, 대부분 업계 관계자들은 불법 복제 예방은 실시간 감시가 기본이 돼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콘텐츠 불법 복제는 당연히 수익 손실로 이어지고, 투자 수익을 얻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새 프로젝트를 개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면서 “워낙 불법 복제 시스템이 다변화하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감시하지 않으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K-콘텐츠의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부지런히, 즉 실시간으로 불법 복제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적극 도입돼야 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