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박탈이든 제외든, 쇼트트랙 망치는 ISU 아웃![김태훈의 챕터투]


입력 2022.04.30 07:01 수정 2022.04.30 11:43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최용구 빙상연맹 이사에게 ‘ISU 국제 심판리스트에서 제외’ 통보

의혹 빌미 제공한 피터 워스에 대한 추가조사 없이 ‘문제 없음’

판정 시비 자체 평가나 재발 방지 위한 시스템 정비 없이 덮기 급급

쇼트트랙 황대헌. ⓒ 뉴시스

“나도 사람이라 속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징계를 각오하고 기자회견에 나섰다. 우리 선수들이 더 많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고. 그 후에 우리 선수들이 잘 하지 않았나. 후회 없다."


ISU(국제빙상경기연맹) 국제심판 최용구 대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이사가 지난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ISU 기술위원회로부터 박탈이 아니라 'ISU 심판리스트에서 제외'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히면서 한 말이다.


박탈이든 제외든 공분을 사는 통보다.


지난 2월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 황대헌은 중국 선수 2명을 절묘하게 제치며 쇼트트랙의 스릴을 만끽하게 했고, 이준서는 지극히 정상적이며 수준 높은 레이스로 박수를 받았다.


심판진은 기가 막힌 반전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쇼트트랙의 흥미 포인트를 찌르고 격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뒤늦은 레인 변경’ 등과 같은 납득하기 어려운, 개최국에 치우치는 편파 판정 의혹을 낳는 실격 결정을 내려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해외 언론들도 고개를 갸웃하며 상황을 타전했다.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으로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최 이사는 당시황대헌과 이준서가 당한 어이없는 실격 판정에 좌시하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에 이튿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심판도 사람이니 오심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 이상 하면 오심이 아닌 고의”라며 “심판은 경기의 조력자다. 잘못된 부분을 정확히 판단할 뿐 경기를 지배해서는 안 된다”고 심판위원장까지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징계를 내린 ISU 기술위원회가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이다. ISU 국제심판이 기자회견을 열고 심판 판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국제심판으로서 특정 국가를 대변했다는 점이다. 징계 사유라는 것은 징계를 각오했던 최 이사도 인정한다.


더 큰 문제는 정작 편파 판정 의혹의 당사자인 피터 워스(영국) 심판에게는 아무런 징계가 없었다는 점이다. 한국과 헝가리의 합당한 문제 제기에도 추가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문제 없음’ 결론을 내리고, 최 이사에게만 책임을 묻는 비상식적인 행정으로 다시 도마에 오르게 됐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은메달에 그친 것과 관련해 편파·부정 판정 의혹이 불거질 때도 ISU는 무능한 행정으로 일관했다. 양심선언 등 온갖 의혹 제기가 있었지만 “엄격한 판정이었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요지부동이었던 ISU다.


ⓒ AP=뉴시스

판정 시비에 대한 자체 평가나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정비 없이 덮기에 급급한 ISU 행태는 따가운 비판을 들어 마땅하다. 지금의 체제로는 ISU를 바꿀 수 없고, 쇼트트랙에서 나오는 잡음들을 제거할 수 없다.


“선수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바꿔야 한다”고 말한 최 이사는 4년 뒤 ISU 기술위원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16년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냈고, 2016년부터 ISU 집행위원을 맡고 있는 김재열 위원도 6월 ISU 회장 출마를 앞두고 있다.


책임 당사자에 대해 모두가 납득할 만한 추가 조사도 없이 징계를 내리지 않고, 문제를 제기한 것에만 규정을 적용해 징계를 내린 현 ISU 상층부는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잡음으로 점철된 쇼트트랙을 다시 깨끗하게 닦아내는 길이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