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핵심은 LG전자…HW·SW 역량 고루 갖춰
배터리·디스플레이·부품 연계…시너지 창출
전문가 “당장 진출 어렵지만 가능성 열려있어”
구광모 회장의 주도로 LG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전장사업에 초점을 맞춰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면서 LG가 만든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는 각사별로 특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역량을 한데 모아 최근 공개된 ‘LG 옴니팟’과 같은 결과물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구 회장 주도로 전장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계열사들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그룹 계열사 전장 사업 부문들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지속하면서 전장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LG그룹 전장사업은 LG전자가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세계적 자동차 부품회사 마그나와 합작법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을 출범하면서 구상에만 머물렀던 전기차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전기차 구동의 핵심인 파워트레인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 것이다.
특히 LG전자는 지난 2월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인 ‘옴니팟’을 공개하며 많은 이들의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여기에 LG전자 자동차부품솔루션(VS) 사업본부는 올해 1분기 적자폭을 더욱 줄이며 흑자전환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상태다. 회사 측은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전년보다 매출 성장과 손익 개선이 예상된다”며 “1분기는 손익분기점(BEP) 수준에 근접했다”고 밝혔다.
또 LG전자가 TV사업에서 쌓은 엔터테인먼트 노하우도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초연결 생태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TV를 통해 자율주행차와 연결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주력인 가전사업과 연계해 초연결 생태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전장사업은 LG전자 입장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비록 알루토와 협업한 LG 자체 운영체제인 웹OS 바탕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도입은 무산됐지만 자율주행 환경에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엔터테인먼트 경쟁력은 충분히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다. 현재 LG전자는 가전과 자율주행차의 연결성에 초점을 맞춘 기술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메르세데스-벤츠에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P-OLED)를 공급하는 등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LG이노텍은 자동차용 발광다이오드(LED), 5세대이동통신(5G) 기반 자동차용 통신모듈, 배터리제어시스템(BMS) 등 고부가 전장제품을 앞세워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차세대 자율주행에 필수요소로 꼽히는 차량사물통신(V2X) 역량 강화에 나선 상태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세종시에 자율주행 실증차량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자율주행 빅데이터 관제센터’를 완공하고 관련 데이터 수집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와 그룹 안팎에서는 LG의 전기차, 자율주행차 사업 시너지가 상당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래 전장사업의 핵심 요소들을 계열사들이 주력 사업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만큼 경쟁력도 높다는 판단이다.
이는 최근 진행된 LG디스플레이의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OLED 기술이 자동차에 적용될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자동차 신뢰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탠덤 기술 등을 확보해 시장지배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LG그룹 내 계열사들이 협업을 통해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카메라 센서, 디스플레이 등 토탈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고객가치 혁신을 통한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내연기관 자동차와 달리 전기차는 파워트레인을 구성하는데 있어 비교적 수월한 측면이 있다”며 “LG가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생산역량을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완성차업체 대비 축적된 데이터가 적다 보니 당장은 진출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LG가 강력한 의지를 투영해 사업 진출을 하고자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가능성이 낮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