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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핏하면 히틀러 불러들이는 정치인들


입력 2022.05.02 08:00 수정 2022.05.02 07:56        데스크 (desk@dailian.co.kr)

제동 걸 수 있는 사람은 문대통령뿐

아무래도 잊히고 싶지는 않은 모양

“법조인으로서 양심 걸고 숙고하라”

지난 4월25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겨냥, “국민투표는 히틀러나 박정희 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당선인 측이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데 대한 반박이었다. 이런 말을 하면 서울 시민이 더 외면할 것 같은데도 그는 공격 본능을 주체할 수 없는 모양이다.


히틀러는 반인류적 독재자·학살자의 대명사다. 우리 정치인들은 언제부터인가 히틀러를 데려와 정적 공격에 써 먹는데 익숙해졌다. 그 정도를 넘어, 송 전 대표는 히틀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함께 거명하기까지 했다. 이야말로 ‘악질적’ 비유다. 이래야 표를 얻는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이게 바로 히틀러의 방식이었음은 잊지 말 일이다.

제동 걸 수 있는 사람은 문대통령뿐

이왕 히틀러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검수완박을 위한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소속 의원 172명 전원의 이름(단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으로 발의한 것과 국민투표로라도 그 시행을 저지해 보겠다는 것 가운데 어느 쪽이 더 공포스러운가. 관련제도나 기구의 정비도 없이 검찰수사권만 박탈해 버리겠다고 한다. 형사사법체계가 얼마나 큰 혼란에 빠질지는 아예 관심 밖이라는 투다.


“우리가 그냥 물러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지. 분풀이 정도로 여긴다면 착각이고!”

아마 심모원려(深謀遠慮)의 소산일 터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신해 복수를 하면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동료들과 현 정부 요인들을 지켜주기 위한 책략인가?


현실적으로 이 폭주 기관차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 밖에 없다. 해당 법률안들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주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는 가당찮은 희망일 것만 같다. 문 대통령은 아무 말도 않다가 여야 합의안이 나온 다음에야 입을 열었다.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이뤄진 양당 간 합의가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후 합의가 깨지고 난 후엔 다시 무음(無音)모드로 돌아갔다. 검수완박 법률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에 국무회의의 논의를 거쳐 의결하고 서명, 공포하는 순서로 가는 이외의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조짐은 전혀 없다. 애초에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내에 검수완박 입법을 완료하도록 민주당을 압박했을까? 민주당이 열성적으로 매달렸던 일인 만큼 그럴 필요는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이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수용과 협조’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일을 저지른 것일까? 그쪽 개연성이 더 높다.

아무래도 잊히고 싶지는 않은 모양

그는 지금 ‘퇴임 모양새 꾸미기’에 더 몰입하고 있는 인상이다. 떠날 날을 보름 쯤 남겨 놓은 시점에 유력 TV매체 인터뷰를 통해 재임 중의 공적을 자랑했다. 해당 언론은 그 영상을 이틀에 걸쳐 내보냈다. 변형된 퇴임 기자회견인 셈이다. 새 정부 조각과 취임 준비에 바쁜 당선인 측을 물 먹이겠다는 심사는 아니었겠지만 “잊히고 싶다”던 사람의 행동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나를 잊지 말아줘”라고 호소하는 분위기다.


양산에서 살기로 하고 새집을 지었는데 대지면적이 795.6평이라고 한다. 어쩐 일인지 건축면적은 인터넷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 자택의 경우 모두 공개되어 있는데 문 대통령의 경우만 찾을 수가 없다(검색 실력이 모자라 못 찾아냈을 수도 있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리 집 대지면적 1290평보다는 많이 적다. 그래도 역대 대통령 중에는 2위다. 노 전 대통령 자택의 건축면적이 182평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의 새집 평수도 어림짐작이 가능하다. 잊히고 싶은 사람으로서의 ‘작은 집’은 아닐 것이다.


전원에서 은퇴생활을 한다 해도 생활 걱정은 없다. 나라에서 매월 1391만원의 연금을 지급한다. 내년의 월 연금 액수는 1460만원이 될 것이라고 한다. 비서관 3명과 운전사 1명이 지원된다. 집 안팎 경비는 청와대 경호처가 책임진다. 이전의 대통령에게는 27명의 경호 인력이 배치됐는데 문 대통령의 경우는 65명으로 38명이 늘어난다. 청와대 측은 경찰관 20명과 의경 100명가량이 3교대로 하던 일을 경호처 인원 38명이 맡게 된다고 했다. 따라서 인원이 되레 3분의 1로 줄었다는 것인데, 어쨌든 전직 대통령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 경호동과 경호시설 마련에 드는 예산도 61억 89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같은 국가적 지원 속에서 잊힌 사람으로 지내는 삶이 어떤 것일 수 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법조인으로서 양심 걸고 숙고하라”

어쨌든 그는 퇴임 직전까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대한민국의 역사와 함께하는 검찰을 단두대에 올리는 법률에 서명하고 이를 공포하는 일이 그의 몫이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결코 잊힐 수 없는 사람들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그게 이른바 ‘촛불혁명’ 주도세력과 그 지지자들에게는 영광의 기록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이름과 지위와 역할을 잃어버리게 된 검사‧검찰 수사관 등 검찰청 가족들에게는 한 맺힌 명단이 되어 남을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이 그 역할을 맡기 싫어한다고 해도(설마! 그런 일은 없겠지만) 거부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민주당은 오는 3일 오전으로 예정된 국무회의 시점을 늦춰 달라고 청와대에 요청한 것으로 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1일 밝혔다. 검찰청법 개정안은 이미 30일에 통과됐지만 형사소송법은 3일에야 국회 본희의에서 처리될 것이기 때문에 오전 국무회의 시간에는 맞출 수가 없다. 그러니 국무회의 시간을 미뤄주거나 다른 날로 잡아달라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박형수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검수완박 법안 공포를 위해 문 대통령마저 편법과 꼼수를 동원할 것인가”라며 “대통령으로서,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을 걸고 숙고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개최 일시까지 변경해 법안을 공포하려 한다면, 민주당과 야합해 국민과 역사에 커다란 죄를 짓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불문가지다. 설령 마음에 주저되는 바가 있어도 민주당의 요구를 거부할 입장도, 심리적 상태도 아니다. 지금 만약 민주당의 ‘검찰 완전 박살’ 작전에 차질을 초래한다면 문 대통령은 ‘배신자’가 되고 만다. 그런 경우를 감수하려 할 리가 없다.


그 이후의 상황이야 어떻게 예측하겠는가. 저지른 사람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예상외에는….


<蛇足(사족)> 히틀러 이야기나 매듭지어야 하겠다. 1934년 6월 30일 그는 자기 권력의 기반이 되었던 돌격대의 에른스트 룀(Ernst Julius Röhm)과 그의 부하 1,000여명을 체포, 즉석에서 처형해 버렸다. ‘장검의 밤(Nacht der langen Messer)’ 혹은 ‘룀의 반란’으로 불리는 사건이다. 돌격대가 너무 비대해 진 것이 주요인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고서 죽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어떤 돌격대원은 잠자다 붙들려 가서 총살을 당했는데 그 순간에도 경례를 하면서 “하일 히틀러”를 외쳤다.

“나치당의 ‘피의 숙청’에 관한 소식을 접한 87세의 노(老)대통령 힌덴부르크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8월 1일 그는 마침내 히틀러를 ‘각하’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사망했다”(데니스 웨프먼, 인물로 읽는 세계사-히틀러, 김기연 역).

(파울 폰 힌덴부르크 Paul von Hindenburg는 제1차 세계대전의 영웅으로 바이마르 공화국 제2대 대통령이 되었다. 파펜 Franz von Papen 전 총리의 추천으로 히틀러를 총리에 임명했다. 힌덴부르크도, 파펜도 히틀러를 너무 몰랐다. 자기들이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총리직을 맡겼다가 무릎 꿇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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