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당사 모여 '원팀' 강조
40명 넘는 의원·지역위원장들 참석
송영길, 90도 허리 굽히며 손 맞잡아
지도부도 총출동해 '화합'에 힘실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서울 49개 지역구 국회의원·지역위원장들이 이른 아침부터 모여 선거를 앞두고 화합과 '원팀'을 강조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에서 서울 지역 의원들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으며 "도마 위 생선"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했던 송 후보이지만, 과거 있었던 일은 서둘러 털어내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조직적 도움을 받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은 현재 서울 49개 지역구 중 40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 서울 지역구 의원들 또한 지방선거에서의 유권자들의 '줄투표' 성향을 감안하면, 송영길 후보의 페이스가 올라와야 구청장과 광역·기초의원들의 당선에 유리하다는 점에서 빠른 '봉합'의 장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서울시당은 4일 오전 중앙당사에서 송영길 후보와 서울 49개 지역구 국회의원·지역위원장들이 참석하는 간담회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는 40명 이상의 의원·지역위원장들이 참석해, 대회의실에 앉을 자리가 부족할 정도였다. 윤호중·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도 총출동해 힘을 실었다.
후보 선출 과정에서 반대와 정면돌파가 교차하는 등 어색했던 과거를 털어내려는 듯 장내에는 화합의 분위기가 역력했다. 송영길 후보는 의원 한 명 한 명과 양손을 맞잡으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중랑갑의 3선 서영교 의원도 자리에서 마주 일어서며 "파이팅, 파이팅이다"라고 거듭 외쳐 분위기를 띄웠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모두발언에서 송 후보 선출 과정에서의 당내 혼선을 "어려운 역경" 등으로 돌려말하며, 이를 잊고 송 후보 중심으로 '원팀'이 돼 6·1 지방선거를 승리하고 서울시장을 탈환하자고 결의했다.
윤호중 "송영길, 어려운 역경 딛었다"
박지현 "힘합치면 충분한 시간 있다"
기동민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더라"
송영길 "의원들과 공감 부족해 죄송"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 우리 당의 지도자들은 모두 역경을 딛고 승리를 만들어냈다"며 "어려운 역경을 딛고 서울시장 후보가 된 송영길 후보는 반드시 승리해서 민주당 부활의 상징이 돼달라"고 격려했다.
박지현 비상대책위원장도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사과할 것은 사과하며 새롭게 태어난다는 각오로 힘을 합치면 (지방선거까지) 28일은 시민들이 우리 민주당에 다시 관심을 가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이제 우리가 하나가 되자"고 당부했다.
기동민 시당위원장은 "비 온 뒤에 땅이 더욱 굳는다는 말을 믿는다"며 "비료도 주고 거름도 주고 서울시민의 사랑을 심어서 송영길 후보의 당선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원팀'을 당부한 지도부와 시당위원장의 모두발언에 송 후보도 서울 지역 의원들 앞에서 자세를 낮추며 화답했다.
송영길 후보는 "정치인생을 총괄정리한다는 각오로 나섰지만 그 과정에서 충분한 공감이 부족했던 점 죄송하다"며 "늦었지만 많은 의원들의 마음 담아내려 노력하겠다. 여러 의원들의 애정어린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포용해서 원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민주당의 저력은 논쟁이 있더라도 의사결정이 되면 하나로 무섭게 결집하는 게 민주당을 지켜온 힘과 저력"이라며 "어려운 출발이었지만 기동민 위원장과 함께 통합선대위를 구성하고 49개 지구당을 돌면서 당원들 만나고 시민들의 아픈 현장을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어 참석자들은 일제히 '서울의 길, 송영길! 이기는 길, 송영길!'이라는 슬로건을 제창했다. 박성준 의원은 "구호가 딱 맞는다"고 했으며, 서영교 의원도 "어, 좋네. 이기겠다"고 추임새를 넣는 등 화합의 분위기는 만연했다.
송영길, 어색함 털고 의원 도움 받아야
의원들도 '줄투표' 감안 '宋 분투' 절실
일각에서는 인물경쟁력 회의론 잔존
宋 "의원들 얘기 수용해 전략 세울 것"
앞서 송영길 후보는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했지만, 서울 지역 의원들은 수 차례 회합을 가지며 회의적 견해를 피력했었다. 지난 3·9 대선을 이끌었던 송 후보가 대선 패배 직후에 등판하는 게 정치문법상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천에서 정치를 쭉 해왔기 때문에 서울시장 도전의 경쟁력이 의문스럽다는 게 이유였다.
한때 송 후보 본인에게 '공천 배제' 통지가 가기도 했다. 그러나 반대론을 내세운 서울 지역 의원들이 마땅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당에서도 대안 후보군을 구하지 못해 경선 끝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송 후보로 확정된 바 있다.
송 후보는 전날 보도된 본지 단독 인터뷰에서 논란에 휩싸였던 시기를 가리켜 "도마 위 생선이 된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원팀 작업을) 하나씩 해나가겠다. 결국 대의에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 지역 의원들의 입장에서도 기왕 후보가 정해진 이상, 구청장을 지키고 광역·기초의원을 당선시키려면 송 후보가 역전을 하거나 최소한 접전은 펼쳐줘야 유리하다. 지방선거에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여러 장의 투표용지에 하나의 기호로 투표하는 '줄투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날 송 후보와의 간담회에 많은 인원이 참여해 '원팀'을 강조한 것은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송영길 후보는 "49개 지역구인데 40명이 넘는 지역위원장들이 참여한 것은 근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며 반색했다.
하지만 여전히 회의론이 완전히 불식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서울 지역의 민주당 중진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강원 같은 경우를 보면 대선은 크게 졌는데 이광재 후보는 4~5%p 차이로 붙어있지 않느냐"며 "서울은 (대선 득표율 격차보다) 더 벌어져 있다고 하면 인물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이처럼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열세를 조직으로 따라붙을 방안 등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송영길 후보는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러 가지 그동안의 과정에 있었던 일들을 다 풀어내고, '원팀 민주당'이 돼서 서울시장 승리를 위해 뛰겠다는 결의를 모아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불리한 판세를 극복할 전략을 안에서) 얘기 많이 나눴다. 잘 수용해서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