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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직후, 이재용은 조단위 계약을 따냈다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5.04 10:54 수정 2022.05.04 13:5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작년 9월 美 디시 네트워크 회장과 '북한산 회동'으로 조단위 수주 성사

文 대통령, 국민 찬성여론에도 이 부회장 사면복권 외면

尹 정부, 이 부회장 사면 서둘러 삼성 성장엔진 되살려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데일리안 류영주기자

지난해 9월 방한한 미국 제4 이동통신 사업자 디시 네트워크(DISH Network) 창업자 찰리 에르겐 회장은 대한민국 최대 기업 총수가 직접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그의 안내를 받아 북한산을 등반하는 호사(?)를 누렸다.


8개월 뒤 디시 네트워크는 미국 5G 전국망 구축을 위한 대규모 통신장비 공급사로 삼성전자를 선정했다. 무려 1조원을 넘어서는 대규모 거래다.


삼성전자의 앞선 5G 기술력이 뒷받침됐기에 성사된 거래였지만,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과 에르겐 회장의 ‘북한산 산행’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글로벌 기업 총수가 자신의 취향을 알고 직접 숙소까지 찾아와 운전기사와 산행 가이드 역할을 자처하니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이 부회장은 에르겐 회장과의 산행 불과 한 달 전 자유의 몸이 됐다. 그에 대한 가석방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이번 거래가 성사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각 사업부문별로 전문경영인 체제가 잘 구축된 기업이다. 하지만 이번 통신장비 수주와 같은 대규모 거래에는 총수의 인적 네트워크가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총수의 더 큰 역할은 기업의 미래를 내다본 대규모 투자다. 임기가 한정된 전문경영인은 단기성과에 집중하는 경향이 크다. 성공에 따른 수혜와 실패에 따른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최대주주가 과감한 결단도 내릴 수 있고 책임도 질 수 있다.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이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이 대규모 수주로 이어져 삼성전자와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한 셈이 됐지만, ‘사면복권’이 아닌 ‘가석방’이었음이 아쉬운 것도 그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특별사면권 행사를 포기했다. 진보와 보수 진영에서 요구하는 정치권 인사들을 대상으로 한 이른바 ‘패키지 사면’에 대한 국민여론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다고 한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달 29일부터 이틀간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에 51.7%가 반대한다고 응답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사면에도 56.9%가 반대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이 부회장 사면에는 68.8%가 찬성했다. 반대 응답은 23.5%로 찬성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국민 대다수는 정치권의 편가르기보다는 먹고 사는 문제에 더 관심이 많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같은 여론은 무시했다. 애초에 이 부회장 사면을 이명박-김경수 패키지에 추가되는 옵션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던 듯하다.


‘국가경쟁력 회복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시대적 소명으로 내걸고 10일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국가경쟁력 회복과 선진국으로의 도약에 가장 큰 도움이 되는 이는 이명박도, 김경수도 아닌 이재용이다. 사면 최우선 순위는 이 부회장이 돼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은 최대한 빨리 이뤄져야 한다. 삼성전자의 전략적 M&A(인수합병) 시계는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사실상 멈춰 섰다. 역대 최대 실적에도 많은 이들이 삼성전자를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유다.


현재 8.15 광복절 특사가 거론되고 있지만 그에 앞선 6.6 현충일 특사나 7.17 제헌절 특사도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윤 정부의 첫출발부터 삼성의 성장 엔진이 풀가동돼 선진국 도약의 추력을 얻을 수 있도록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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