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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서 칼 뺀 실손보험 전산화…이번엔 될까?


입력 2022.05.05 06:00 수정 2022.05.04 16:33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인수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추진

13년 장기 공전…의료계 반발 관건

실손의료보험의 연간 적자가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업계와 시민사회의 숙원 사업이 이번에는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이번달 초 디지털플랫폼정부 구상을 발표하면서 제시한 국민체감 선도 프로젝트에는 실손보험 간편 청구 정책이 포함됐다.


새 정부가 추진키로 한 실손보험 간편 청구 정책의 핵심은 전산화다.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험사 간 데이터를 연계하고 개방해 가입자가 별도의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제출할 필요 없이 보험료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사보험이지만 공보험인 건강보험이 책임지지 못하는 영역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가입자만 4000만명에 육박한다. 다만 보험금 신청서, 진료비 영수증, 진단서 등 종이 서류를 발급받아 우편 또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제출해야 해 절차가 번거롭다는 가입자들이 불만이 쌓여왔다.


금융소비자연맹 등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가입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총 응답자의 47.2%가 실손보험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95.2%가 30만원 이하 소액청구 건을 포기했다. 주로 서류 발급을 위해 병원을 방문하거나 제출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들 사이에서도 새 정부가 시행해야 할 과제 1위로 뽑히기도 했다. 인수위원회는 지난달 국민 소통 플랫폼 국민 생각함을 통해 14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를 조사했는데, 총 응답자 4323명 중 2003명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랐다.


전산화를 통해 연간 3조원에 육박하는 실손보험 적자를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효과도 나온다.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항목의 경우 실손보험으로 보험금을 청구하는데, 의료기관마다 치료 항목과 금액을 자의적으로 설정하기 때문에 과잉진료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보험금 청구가 전산화되면 진료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병원, 의원을 추려 집중 검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보험료 누수를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험사의 실손보험은 2조9000억원 손실을 봤다. 최근 5년 누적 적자액이 10조3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 13년 동안 관련 입법이 번번이 막힌 점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에서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의 주된 의견이다.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래 비슷한 입법이 20대 국회에서 추진됐으나 매번 무산됐다.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도 전재수, 김병욱 의원, 정청래,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실손보험 전산화를 골자로한 보험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지난해 11월 이후 법안심사위 소위에서 계류 중이다.


입법이 공전하는 주된 이유는 의료계 반발 때문이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화·간소화되면 개인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실제 속내는 보험 정보가 전산화되면 병의원 매출과 직결되는 비급여 항목의 적정선이 생기고, 당국의 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보험업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의료계 설득이 관건"이라며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부터 보험업 공약이 없던 터라 이번에도 관련 정책이 적극 추진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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