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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없어도 더 뽑으시오, 우린 투쟁이나 하겠소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5.16 07:00 수정 2022.05.16 05:50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전기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퇴출 수순…인력수요 감소 불가피

현대차‧기아 노조는 생산직 충원‧정년연장 요구 '생떼'

현대차 울산 2공장에서 팰리세이드가 생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수십 년간 모델체인지를 통해 명성을 이어왔던 현대자동차‧기아의 내연기관 자동차들이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2035년부터 유럽 시장에서 모든 신차를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로만 판매하고, 2040년까지는 전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을 80%까지 높이는 등 급격히 빨라진 전동화 전략에 따라 내연기관 신차에 비용과 노력을 투자할 유인이 사라졌다.


쏘나타의 경우 후속 모델 개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고, 그랜저도 올해 말 출시되는 7세대 풀체인지 모델이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의 풀체인지 주기가 5~6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랜저 7세대 모델의 생애주기가 끝나는 시점에는 8세대 모델을 개발하기보단 이를 대체할 전기차를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대부분의 차급에서 현대차와 플랫폼 및 상당수 부품을 공유하는 기아 역시 차급별로 현대차의 퇴출 스케줄을 그대로 따를 전망이다.


제네시스의 경우 2025년부터 전 차종을 전기차로만 출시하기로 했으니 올해 초 출시된 4세대 G90가 제네시스 브랜드의 마지막 내연기관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전환은 인력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수가 3분의 1가량 적고, 그만큼 작업 공수도 줄어 인력 수요가 20~30%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게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예상이다.


현재 10만명이 넘는 현대차‧기아 인력 규모가 10여년 뒤에도 유지되고, 판매량에 큰 변화가 없이 스케줄대로 전동화 전략이 이행된다면 2~3만명 가량이 잉여인력이 된다는 소리다.


현대차‧기아 노동조합(금속노조 지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해 사측에 고용안정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양사 노조의 임금 및 단체협약(현대차는 임협, 기아는 임단협) 공동요구안에도 이 내용이 포함돼 있다. 조합원의 근로조건을 유지하는 게 노조의 가장 큰 존재이유인 만큼 충분히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이와 상충되는 요구 역시 내놓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 노조는 정년연장과 신규인원 채용을 올해 교섭 핵심요구안으로 제시했다.


정년연장은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61세부터 65세까지 단계별 수급 구조로 돼 있다는 점을 감안, 기존 60세인 퇴직 연령을 이와 연계해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신규인원은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가 전기차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육성하는 데 있어 필요한 연구개발(R&D) 인력 뿐 아니라 생산직 근로자의 채용도 요구하고 있다. 정년퇴직으로 감소하는 인원을 신규채용으로 채워 넣으란 얘기다. 이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인력 구조상 생산직 신규 채용이 연구개발쪽 보다 훨씬 많아진다.


현대차‧기아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가 가시화됨에도 불구,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피한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기존 과잉인력을 유지할 수는 없으니 정년 연장에 따른 자연감소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요구대로라면 기존 인력규모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한다. 오히려 정년 연장으로 고임금의 장기근속자들이 늘어나면서 임금 부담은 더 늘어난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수요 감소를 스스로 인정하면서도 인력 규모를 유지하라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노조는 UAM(도심항공모빌리티),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조립 및 관련 부품공장을 만들어 생산직 규모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런 사업들은 상용화가 된다 해도 대량생산체제가 필요할 정도로 시장이 열리는 시점을 가늠하기 힘들다.


심지어 ‘노동중심의 자동차산업 미래전환을 위한 노사정 협의체’에 사측이 참여할 것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략, 고용을 유지하고 거기에 맞춰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를 짜라는 식 같은데,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지 모르겠다.


산업 패러다임 전환기에는 기존 시장구조에서 아무리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기업도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 있다. 굴지의 휴대폰 기업이었던 노키아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게 단적인 예다.


현대차‧기아도 그런 꼴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회사는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해 사업과 인력 구조를 뜯어고쳐야 하고, 근로자들도 그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일감은 줄어드는 데 퇴직 인원만큼의 자연감소조차 용인 못 하겠다는 건, 수만 명의 잉여 인력이 월급 받으면서 투쟁이나 하겠다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떼쓰기’로 막을 수 없는 변화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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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뺑덕이 2022.05.16  11:01
    원래 노조라는 게 그럴려고 만든거 아닌가? 난 노조의 존재가치에 미사여구 갖다붙이는 사람들 보면 얼굴이 다시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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