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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역내 역할 확대 [강현태의 빨간맛]


입력 2022.05.19 07:00 수정 2022.05.19 04:57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대만 문제 빈번히 언급하는 北

"北中 우호조약에 따라

대만서 美中 충돌시 北 자동개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

북한이 코로나19 대유행 통제를 자신하는 분위기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명피해를 우려하고 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선은 차기 노동당 전원회의에 고정돼있는 듯하다.


북측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던 지난 12일, 전원회의 개최 일정을 '6월 상순'으로 공지했다. 전원회의에 통상 대규모 인원이 동원된다는 점에서 회의 순연 여부는 방역 성패를 가늠하는 주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 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은 당대회를 열어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전원회의를 통해 단기 노선을 미세 조정해왔다.


일각에선 변이 바이러스 창궐 등으로 북한이 대혼란을 맞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각종 불확실성을 딛고 '정면돌파'에 성공할 경우, 김 위원장의 대내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대외적으로도 북한 전원회의는 중요한 시기에 개최된다. 당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주 한국 방문을 시작으로 아시아 순방에 나선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순방을 통해 △대북 억지력 △한미일 협력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민주적 가치 기반의 연대 등을 강조하며 대외 메시지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자유·평화·번영에 기여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목표로 내건 만큼, 동맹의 역내 역할 확대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전망이다.


북한은 한미동맹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강하게 비판하며 관련 대응방안을 모색해왔다. 특히 지난해 10월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대만 정세는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와 무관치 않다"는 담화를 발표한 이후, 대만 이슈를 빈번히 거론하고 있다. "남조선 주둔 미군 병력과 군사기지들이 대중국 압박에 이용되고 있으며 대만 주변에 집결하고 있는 미국과 추종세력들의 방대한 무력이 어느 때든 우리를 겨냥한 군사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북한 입장을 대변해온 조선신보는 '북중 우호조약'을 고리로 북한의 대만 문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해당 조약에는 양측이 "어느 일방에 대한 어떠한 국가로부터의 침략이라도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조치를 공동으로 취할 의무를 지닌다"는 내용이 있다.


신문은 최근 북중이 해당 조약의 시대적 의미를 강조하고 양측이 한 참모부에서 긴밀히 협력·협동할 의향을 표명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고도 했다.


실제로 한 전문가는 "중국의 대만 침공으로 미국이 '반격'할 경우,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침략'으로 볼 것"이라며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침략 받았다고 하면 (북중 우호조약에 따라)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 역시 자동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량의 핵·미사일을 보유한 북한이 대만 이슈와 관련한 '핵심 플레이어'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조선신보는 북한이 "전략·전술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여 동북아시아 한복판에 전쟁을 억제하는 평화의 방패를 구축하고 있다"며 역내 위상을 평가하기도 했다.


더욱이 김 위원장은 최근 '근본이익 침해 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자의적 판단에 따른 핵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에 따라 북측은 '근본이익'을 고리로 중국·러시아와 교집합을 확대하며 운신 폭을 넓히려 들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김정은 위원장은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보낸 축전에서 "전략적이며 전통적인 북러 친선관계가 시대적 요구와 두 나라 인민들의 근본이익에 부합되게 끊임없이 강화·발전되리라 확신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여파를 지켜봐야겠지만, 북한의 역할 확대 가능성을 상수로 간주해 대비할 필요가 있다.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북한의 핵실험과 각종 미사일 도발 이후, 북한이 어디로 나아갈지 서둘러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어쩌면 다음달 개최 예정인 전원회의가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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