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교육감 선거 진보 9곳·보수 8곳 승리…'좌편향 교육 현장' 변화 기대
'전교조 아웃(OUT)' 구호, 유권자들의 호응 얻어…'기초학력 강화' 위한 정책 추진 전망
고교학점제 보완 및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재검토 예상…교육부와 교육청 조율이 난제
욕설·막말 이전투구로 보수 단일화 실패, 조희연에 3선 헌납…자사고 폐지 놓고 尹정부와 갈등 예상
6·1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성향 후보들이 전국 곳곳에서 약진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보수성향 후보들은 8곳에서 승리하면서 '진보 교육감 시대'가 8년 만에 무너지고 '좌편향 교육현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교육 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서울에서 보수 후보들의 자중지란으로 조희연 후보가 '어부지리 3선'을 달성한 것은 보수진영이 두고 두고 곱씹어봐야 할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2일 개표 결과 보수진영은 경기(임태희)·부산(하윤수)·강원(신경호)·충북(윤건영)·대전(설동호)·대구(강은희)·경북(임종식)·제주(김광수)에서 승리했고, 진보진영이 서울(조희연)·인천(도성훈)·충남(김지철)·세종(최교진)·전북(서거석)·전남(김대중)·광주(이정선)·울산(노옥희)·경남(박종훈)에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이에 따라 진보성향 교육감은 현재 14명에서 9명으로 줄고, 보수 교육감은 3명에서 8명으로 늘어나게 됐다. 여전히 진보진영이 우세한 지형이지만, 지난 2018년 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14곳에서 싹쓸이한 것에 비하면 좌우 균형의 추가 어느 정도 맞춰진 결과라는 분석이다.
당장 교육정책 방향도 '우클릭'이 이뤄질 전망이다. 현장과 밀접한 교육정책은 중앙정부 보다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좌우되는 만큼 진보진영이 드라이브를 걸어온 각종 정책에 방향 전환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이 내건 '전교조 아웃(OUT)'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적지 않은 호응을 얻은 것도 교육현장에 변화의 바람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교육정책에 힘이 실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진보 일변도에서 다양성 교육으로…'이념 정책' 충돌 가능성"
전문가들은 교육감 선거 이후 교육현장에서 기초학력 강화를 위한 정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 후보들이 선전한 배경에는 진보 교육감들이 혁신교육을 내세우며 펼친 각종 정책에 대한 학부모들의 실망감과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그동안 우리 교육이 진보진영의 '혁신교육' 일변도로 갔는데, 이번 선거 이후 진보 교육노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초학력 미달자가 늘어난 문제에 대한 반성과 노선 수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 교육부의 '2020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중3과 고2 국어 영어 수학 기초학력 미달자 비율이 2014년에 비해 각각 1.5∼3.2배 늘어났다. 고2의 경우 수학 과목에서 같은 기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5.3%에서 13.5%로 급증했다.
정제영 이화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교육감 선거를 계기로 학력격차를 좁히는 것이 교육계의 과제가 됐다"며 "진보 교육감의 혁신교육 정책에는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고, 많은 시·도 교육청에서 학력에 대한 강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 체제에서 속도를 냈던 고교학점제와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예상된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후보를 비롯한 보수진영 후보들은 고교학점제를 보완하고, 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정제영 교수는 "이번 선거 이후 외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이슈는 이념적 갈등이 있는 부분이라서 충돌과 함께 변화가 예상된다"면서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에 교육부와 교육청이 조율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송기창 교수는 "그동안 17개 시·도에서 14개 교육감이 진보 성향이다 보니 지방교육 정책의 다양성과 특수성이 사라지는 문제가 있었다"며 "고교학점제와 외고·자사고 전환 문제도 다양한 목소리를 놓고 조율하는 건전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현직 교육감인 조희연 후보가 첫 3선 서울교육감 도전에 성공했다. 진보 성향의 조 후보는 38.10%(161만4564표)의 득표율로 당선이 확정됐다. 막판까지 욕설·막말의 이전투구 양상만을 보이며 결국 실패한 보수후보 단일화가 그의 승리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실제로 보수진영의 조전혁·박선영 후보가 얻은 표를 합치면 46.58%로 조희연 후보의 득표율을 훌쩍 넘고, 4위인 조영달 후보(6.64%)까지 합치면 세 중도·보수 후보의 득표율은 53%대로 절반을 웃돈다.
조 후보는 지난 8년간 펼쳐왔던 교육 정책과 비슷한 틀을 유지 또는 보완하면서 서울 교육을 4년 더 이끌어 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자사고 폐지 여부를 비롯한 주요 교육정책 방향을 놓고 윤석열 정부와 갈등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