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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하는 월드클래스의 자세 [김윤일의 역주행]


입력 2022.06.04 07:00 수정 2022.06.05 05:43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네이마르, 일주일 먼저 입국해 한국 문화 체험

부상에도 77분간 그라운드 누비며 팬층 확보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세계적인 스타플레이어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알 수 있었던 브라질과의 축구 평가전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FIFA 랭킹 1위 브라질을 초청해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전을 벌였다. 경기 결과는 대표팀의 1-5 완패였으나 이를 지켜본 팬들 모두는 기분 좋은 추억 하나를 가슴에 새길 수 있었다.


먼저 네이마르를 포함한 브라질 대표팀은 경기 일주인 전 입국했다. 마침 유럽 축구의 시즌이 막 끝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는데 이들은 개인적인 휴식 대신 한국 관광을 택했고 남산 타워, 에버랜드 등을 돌며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즐겼다.


이들은 마치 단체 관광객과 다름없었고 문화 시설 곳곳을 누비는 동안 자신을 알아보는 팬들에게 사인은 물론 사진 찍는 것까지 허락해주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몸값만 수천억원이고 수백억원의 연봉을 받는 이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털털함’이었다.


특히 슈퍼스타 네이마르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과 팬들의 집중 조명 대상이었다. 네이마르는 시즌을 마친 뒤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여건이 허락하는 한에서 한국인들을 자신의 팬으로 흡수했다는 평가다.


그리고 자신의 역할인 축구선수로서도 ‘프로페셔널’ 그 자체였다. 네이마르는 한국과의 평가전서 현란한 개인기에 이어 PK로 2골을 터뜨렸고 환호하는 관중들을 향해 감사의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여기에 자신의 에스코트 키즈로 나온 소년이 애국가 제창 당시 왼손을 가슴에 올리자 오른손으로 바꿔주는 훈훈함까지 연출했다.


사실 네이마르의 출전 여부는 경기 시작 직전까지 불투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고질적 부상 부위인 오른쪽 발등의 통증이 재발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풀타임에 가까운 77분을 뛰며 자신을 보러 온 축구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 네이마르. ⓒ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슈퍼스타의 존재감과 그로 인한 영향력을 곱씹어 볼 수 있었던 장면이다.


사실 한국 축구팬들은 지난 2019년 7월 유벤투스 내한 경기서 벌어진, 일명 ‘호날두 노쇼’ 사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미 경기 전부터 지각하며 불안감을 조성했던 유벤투스는 급기야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않아 빈축을 사고 말았다. 이 일로 호날두에게는 ‘날강두’라는 조롱이 이어졌고 한국 축구팬들이 등을 돌리는 계기가 돼버렸다.


꾸준한 발전을 이뤄온 스포츠, 그 가운데서도 축구는 이제 하나의 공놀이가 아닌 문화이자 산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리고 스타플레이어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팬들은 울고 웃는다.


네이마르는 일주일간의 짧았던 내한 일정, 그리고 77분간의 퍼포먼스로 한국 축구팬들을 자신의 우군으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렇지 않았던 호날두와 비교되는 가운데 진정한 프로의 자세가 무엇인지, 팬들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정답인지, 선례를 남긴 채 출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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