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세계 강남 이어 연말 롯데 코엑스점 폐점
2019년 말 57개에서 현재 48개로 감소
명동 등 강북권 중심으로 재편 가능성
온라인 통한 면세 쇼핑 증가도 한 몫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면세업계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엔데믹 전환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축소됐던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되면서 면세업계도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시내면세점을 중심으로는 폐점이 잇따르고 있다.
매출 증가에도 갈수록 수수료 비중이 커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신규 출점을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를 노리기보다 선택과 집중을 통한 효율화 추구로 전략을 선회한 것이다.
롯데면세점은 올해 연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점의 운영을 종료한다.
코엑스점은 2010년 롯데가 애경그룹의 AK면세점을 인수한 것이다. 올해 12월31일로 특허가 만료되지만, 특허 갱신 심사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연말 폐점 수순을 밟게 됐다.
롯데면세점은 코엑스점 운영을 중단하는 대신 현재 분산돼있는 강남권의 면세점 운영 역량을 잠실 월드타워점으로 집중하기로 했다.
강북권에는 명동본점, 강남권에는 국내 시내면세점 가운데 최대 규모인 월드타워점을 내세워 내실 경영을 실현하고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작년 7월에는 신세계면세점 강남점이 폐점했고 2020년 4월에는 SM면세점이 인사동점의 영업을 종료했다. 특히 지난달 30일 마감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입찰에는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무분별한 사업자 확대에 코로나19로 직격탄
코로나19 사태가 2년 넘게 지속된 탓이 컸다.
시내면세점은 방한 단체관광객의 필수 쇼핑코스였지만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닫히면서 적자 폭이 확대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중국 보따리상이 일부 이 자리를 메웠지만 중국 정부의 봉쇄정책 탓에 이 마저도 힘든 상황이 됐다.
보따리상 유치 경쟁이 심화되면서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이 악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된 점도 면세점 감소에 한 몫 했다.
한 때 대기업 면세점들이 한 곳이라도 더 출점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을 했던 것도 옛말이 됐다.
정부의 무분별한 특허 남발이 불러온 사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국내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2015년 이후 시내면세사업권을 확대했다.
하지만 사업권이 잇따라 풀리면서 면세점 간 경쟁을 더욱 심화됐고 사드 사태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당시 새로 사업권을 획득한 신세계·현대백화점·두산·한화갤러리아 중 두산, 한화는 2019년 사업권을 반납하고 관련 사업을 접었다.
이에 따라 2015년 당시 44개였던 국내 면세점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7개까지 늘었다가 현재는 48개로 다시 감소한 상태다.
시내면세점에 이어 2019년 6월에는 인천공항 입국장 면세점도 새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에스엠면세점 등 초기 입점 업체들이 1년여를 버틴 끝에 철수하면서 다시 한 번 정부 책임론이 불거지기도 했다. 입국장 면세점의 경우 중소·중견업체 대상으로 제한 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업계에서는 면세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내는 만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중견기업의 면세점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명동 중심 강북권과 잠실‧삼성동 강남으로 재편 가능성
잇따른 시내면세점 폐점에 업계에서는 매장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서울 명동을 중심으로 한 강북권과 잠실, 삼성동을 아우르는 강남권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이 펼쳐질 것이란 설명이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 단체관광객이 조금씩 들어오는 분위기”라며 “현 상황에서 막대한 임대료를 감당하면서까지 시내면세점 여러 곳을 동시에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분위기지만 앞으로 상황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에 기업들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직 회복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대부분 관광지가 몰려 있는 명동권 면세점에 대한 수요만 일부 있을 뿐”이라며 “강남권에 있는 면세점의 경우 브랜드 입점을 늘리는 등 투자를 많이 하고 있지만, 교통체증 등 접근성을 이유로 여행 코스에 포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통한 면세품 쇼핑 비중이 늘고 있는 점도 시내면세점 구조조정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면세업계도 이 같은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몰 내 브랜드 입점을 확대하고 프로모션을 강화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천공항도 지난달부터 면세품 인도장에서 ‘모바일 순번발권 서비스’를 시작했다.
면세품 인도장에서 신라면세품을 찾는 여행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모바일 순번발권 서비스는 면세품 인도장 대기 번호표 발급과 면세품 인도 대기인원 실시간 안내 등을 제공해주는 서비스다.
공항 측은 이번 서비스 운영결과를 바탕으로 롯데, 신세계 등 인천공항 입점 타 면세점에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