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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文 정부 때 설치한 '신영복체' 원훈석 교체 추진


입력 2022.06.22 10:53 수정 2022.06.22 10:53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이적 전력자 '서체' 사용 부적절 비판

김규현 국정원장, 與 의원 지적에 공감

시민단체 "尹 정부 전향적 결단 환영"

지난해 6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가정보원에서 원훈석 제막을 마친 후 개정된 국정원법을 새긴 동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와대

국가정보원이 원훈석 교체를 위한 내부 여론 수렴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정원의 현 원훈석은 일명 '신영복체'로 제작돼 문재인 정부 당시 설치됐는데, 국정원의 정체성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규현 국정원장도 지난달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당 의원의 문제 의식에 공감을 표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22일 통화에서 "대북 정보전의 최전선에 있는 국정원 원훈석에 이적 행위를 했던 사람의 글씨체를 쓴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터지는 일이었다"고 했다.


신 교수는 1968년 북한 연계 지하당 조직인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20년간 복역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뒤 1988년 특별 가석방됐는데, 문재인 전 대통령이 평소 존경하는 사상가로 꼽아왔다. 지난해 국정원 60주년을 맞아 박지원 전 원장 주도로 세워진 원훈석은 신 교수의 생전 글씨를 본떠 만든 '어깨동무체'였고, 문 전 대통령도 제막식에 직접 참석했었다.


이에 국정원 전현직 직원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고,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 측에 철거 및 교체 요청이 수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시민단체들의 집회 및 시위도 이어졌다. 국정원의 역할과 구성원들의 임무를 상징하는 원훈을 이적 행위 전력자의 서체로 새기는 것은 국가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는 점에서다.


원훈석 철거 및 교체를 주장해왔던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는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의 전향적 결단을 매우 환영하고,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정권교체의 위력이 상당한 것 같다"며 "부마항쟁 표지석이나 청와대 춘풍추상 등 신영복 글씨체가 많이 퍼져 있는데 이런 것들도 교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새 원훈 선정과 원훈석 제막은 교체 방침이 확정된 후 진행될 전망이다. 국정원 원훈은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정보는 곧 국력이다' '자유와 진리를 향한 무명의 헌신' '소리 없는 헌신, 오직 대한민국의 수호와 영광을 위하여' '국가와 국민을 위한 한없는 충성과 헌신' 등으로 바뀌어왔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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