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8.9% 인상 요구…'소주성 망령' 떠올라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올해 대비 18.9%, 금액으로는 1730원 오른 액수다.
물론 노동계 최초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조정하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로 최종 결정된다. 최초요구안은 조정 과정에서 줄어들 것을 고려한, 일종의 ‘거품’이 포함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라는 인상률은 도를 넘어선 감이 없지 않다. 2018년 16.4%, 2019년 10.9%씩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며 수많은 자영업자를 폐업시키고 일자리를 소멸시킨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망령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용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우리 경제현실과 괴리된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폐업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얘기’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무조건 저지하려 해온 사용자 측의 발언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로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는 간과할 수 없다.
단지 경기침체 국면이라면 ‘소득을 늘려 소비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가 추상적으로나마 먹힐 수도 있다(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이 증명됐다 하더라도). 하지만 불황과 고물가가 더해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동계는 ‘냉면 한 그룻에 2만원’을 논하며 임금을 올려달라지만, 고환율로 비싸게 수입된 밀로 면을 만들고, 고물가로 크게 오른 쇠고기로 육수를 내고, 고금리로 높아진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냉면집 사장이 고임금 부담까지 떠안는다면 냉면 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과거 두 차례(2018, 2019년)의 최저임금 폭등에서 경험했듯이 사용자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인당 임금수준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물가가 올랐으니 임금도 오르지 않으면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직장을 잃는 것은 더 비참한 일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악재들이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해결이 쉽지 않다. 여기에 고임금까지 얹겠다는 건 스스로 시장경제의 한 구성원임을 부인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최초요구안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과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위기 속에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살아남아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을 지향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