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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高 난리통에 高임금 하나 더한들 어떠리 [박영국의 디스]


입력 2022.06.22 11:16 수정 2022.06.22 11: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노동계 내년 최저임금 18.9% 인상 요구…'소주성 망령' 떠올라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오른쪽)과 사용자위원인 한국경영자총협회 류기정 전무가 불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뉴시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시간당 1만890원을 제시했다. 올해 대비 18.9%, 금액으로는 1730원 오른 액수다.


물론 노동계 최초요구안이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거쳐 조정하다 노사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공익위원 중재안 표결로 최종 결정된다. 최초요구안은 조정 과정에서 줄어들 것을 고려한, 일종의 ‘거품’이 포함된 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9%라는 인상률은 도를 넘어선 감이 없지 않다. 2018년 16.4%, 2019년 10.9%씩 최저임금을 끌어올리며 수많은 자영업자를 폐업시키고 일자리를 소멸시킨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망령을 떠올리게 만든다.


사용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우리 경제현실과 괴리된 과도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이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에게 폐업하라는 얘기와 다를 바 없는 얘기’라고 했다.


최저임금 인상을 무조건 저지하려 해온 사용자 측의 발언 역시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로 우리 경제가 위기에 처했다는 얘기는 간과할 수 없다.


단지 경기침체 국면이라면 ‘소득을 늘려 소비를 유도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는 논리가 추상적으로나마 먹힐 수도 있다(현실적으로 불가능함이 증명됐다 하더라도). 하지만 불황과 고물가가 더해진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서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간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다분하다.


노동계는 ‘냉면 한 그룻에 2만원’을 논하며 임금을 올려달라지만, 고환율로 비싸게 수입된 밀로 면을 만들고, 고물가로 크게 오른 쇠고기로 육수를 내고, 고금리로 높아진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냉면집 사장이 고임금 부담까지 떠안는다면 냉면 값은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과거 두 차례(2018, 2019년)의 최저임금 폭등에서 경험했듯이 사용자의 수용능력을 벗어난 최저임금 인상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진다. 인당 임금수준을 감당할 수 없다면 고용인원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 수밖에 없다.


노동계는 물가가 올랐으니 임금도 오르지 않으면 생계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고물가 시대에 직장을 잃는 것은 더 비참한 일이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도 감당하기 쉽지 않은 악재들이다. 정부와 기업, 노동계가 생존을 위해 머리를 맞대도 해결이 쉽지 않다. 여기에 고임금까지 얹겠다는 건 스스로 시장경제의 한 구성원임을 부인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최초요구안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과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위기 속에서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이 살아남아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는 현실적인 결론을 지향하길 기대한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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