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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간절한 한국GM, 반도체·노조 리스크 극복할까


입력 2022.06.23 13:36 수정 2022.06.23 14:02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변화의 해' 내걸고 올해 BEP·내년 흑자 목표 제시

반도체 대란 상황에서 생산 손실 만회 쉽지 않아

임단협 협상 하반기 본격화…고용 안정 놓고 갈등 예상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신임 사장이 GMC 시에라 드날리를 소개하고 있다.ⓒ한국GM

한국GM이 올해 변화의 해를 선포했다. 연말까지 손익분기점(BEP)을 넘겨 재무 구조를 정상적으로 돌려놓겠다는 계획을 분명히 했다.


2014년부터 8년 연속 흑자전환에 실패한 한국GM으로서는 경영정상화가 간절한 염원이다. 그러나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데다 노조와의 임금·단체협약 교섭도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여서 목표 달성을 장담하긴 힘들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새로 부임한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은 언론 행사 및 노조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수익성을 기반으로 한 성장'을 줄곧 강조했다.


그는 지난 16일 한국GM 부평공장에서 열린 노조 확대간부 합동회의에서 "코로나와 반도체 공급 문제로 지난해 손익분기점에 미달했으나, 올해는 달성을 목표로 한다. 전년 대비 올해 생산과 수출에도 실적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장점유율 하락은 코로나와 부품 공급 문제에 따른 것으로 하반기 개선을 기대한다"며 "판매전략 재배치를 통해 내수 판매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주 뒤인 지난 22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가진 ‘GM 브랜드 데이’에서는 "코로나·반도체 부족 상황에 전사적으로 발 빠르게 모니터링 하고 면밀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생산 손실을 상쇄하기 위한 여러 기회요인도 찾고 있다"며 "역풍이 많지만 전보다는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올해 손익분기점 달성 약속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국GM의 경영정상화는 오랜 숙제다. 2014년부터 2021년까지 내리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지난해에만 3760억원의 영업손실을 보면서, 8년간 누적 손실액은 3조원을 넘어섰다.


2011년 한 해 판매량 80만대(내수 14만대, 수출 66만대)를 넘어서던 것이 줄곧 감소해 작년에는 23만대(내수 5만대, 수출 18만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생산·판매에 타격을 입은 데 이어 반도체 공급난까지 겹치며 직격탄을 맞았다.


쪼그라든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차량 판매를 끌어올려 흑자 기조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이달 초부터 공식 임기를 시작한 렘펠 사장도 이런 사정을 고려해 올해 생산과 수출을 지난해 보다 개선시키는 데 우선순위를 뒀다.


회사 사정을 고려하면 한 대라도 더 팔아 경영정상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지만 상황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반도체 이슈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노조와의 임단협 교섭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생산 시설 투자를 통해 새롭게 거듭난 한국GM 부평공장 차체 공정에서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가 생산되는 모습ⓒ한국GM

현재 완성차 업계는 전반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내수 판매 뿐 아니라 수출 물량까지 주문이 수 개월씩 밀려있다. 한국GM만 하더라도 반도체 공급 문제로 인한 손실대수가 현재까지 6만9000대에 이른다.


자동차업계를 비롯한 시장조사기관들은 2분기를 기점으로 반도체 문제가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둔다. 하반기부터 수급 문제가 정상화된다면 설비를 풀가동해 밀린 주문량을 해소할 수 있다.


트레일블레이저 성적을 고려하면 수출은 기대해볼 만 하지만, 문제는 내수다. 경쟁사 신차들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판매 개선을 노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GM은 현재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 트랙스, 말리부 등 3개 차종을, 창원공장에서 경차 스파크 1개 차종을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전체 생산대수의 대부분을 떠받치고 있는 트레일블레이저와 스파크로는 국내에 쏟아지는 경쟁사 신차 공세를 이겨내기 어렵다.


한국GM은 프리미엄 픽업·SUV 브랜드 GMC를 도입하는 등 쉐보레, 캐딜락 등과 합세해 수입 차종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지만, 내수 시장 볼륨을 고려하면 전체 판매를 끌어올리긴 힘들다.


한국GM 부평공장ⓒ한국GM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될 임단협 교섭도 넘어야 할 숙제다.


한국GM 노조는 강성으로 분류되는 집행부가 지난해 말 선출됐다. 김준오 신임 지부장은 당시 2026년 부평1공장 트레일블레이저와 앙코르GX 단종 이후 신차 배정, 부평2공장 1교대 유지 및 전기차 유치, 2029년 CUV 단종 후 창원공장 전기차 배정 등 고용안정과 관련된 사안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노조는 23일 노사 상견례 이후 진행될 임단협 협상에서 월 기본급 14만2300원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400% 성과급(1694만원 상당) 지급을 요구하기로 했다.


후생복지·수당, 비정규직 노동자 관련 별도 요구안 등도 제시하는 한편, 연말 가동을 멈추는 부평2공장에 대한 전기차 생산 유치도 주장할 방침이다. 현재 부평2공장에선 트랙스와 말리부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렘펠 사장이 지난 16일 가진 노조 확대간부 합동회의에서 "전기차 생산 계획은 없다"고 못박으며 "현재 투자 중인 신차(CUV)에 집중하고 수입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말리부와 트랙스를 대체할 신차가 없다면 부평 2공장은 연말부터 폐쇄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한국 생산 기지는 창원공장과 부평1공장 두 곳으로 정리되고, 생산 차종도 트레일블레이저와 신차(CUV) 중심으로 단순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국GM은 2025년까지 한국에 출시할 10종의 전기차를 전량 수입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전기차 생산 유치를 두고 노사간 불협화음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면 고스란히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생산 손실 누적 대수도 더 늘어나면서 한국GM이 내건 올해 손익분기점·내년 흑자 계획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용 안정을 염두한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과 경영정상화를 최우선으로 내건 회사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대란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 리스크까지 확산될 경우 한국GM 상황은 지난해 보다 더욱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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