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38억 걷고…소상공인지원은 1억
명퇴위로금만 6억…13억원은 사내유보
부채 늘고, 자본 줄어…'완전 자본 잠식'
정우택 "전 정권 맞춘 보여주기식 행정"
한국석유공사가 경영난 극복을 위해 임직원에게 임금을 반납하게 하는 등 자구노력에 나섰지만 반납한 임금 대부분을 사내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경영상황까지 더 악화되면서 석유공사의 이 같은 행보가 전 정권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민의힘 정우택 의원(청주시 상당구)이 한국석유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임금반납 현황 및 세부집행 내역'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년 동안 임직원들에게 총 37억9600만원의 금액을 반납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금액은 자사 직원 명예퇴직 위로금(6억3000만원) 회사이익(5억9000만원) 소상공인지원(1억3400만원)에 사용됐다.
앞서 석유공사는 지난 2017년부터 회사의 부실에 대한 책임을 나누고자 3급 이상 임직원들의 임금 10%를 반납하는 등 강도 높은 경영 개선안을 실시했다. 회사 부채비율 등 경영 정상화가 목적이었다.
이에 석유공사 임직원은 임금 37억9600만원을 반납했지만 경영상태는 개선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부채총계는 ▲2017년말 17조1278억원 ▲2018년말 17조4749억원 ▲2019년말 18조1310억원 ▲2020년말 18조6449억원 ▲지난해말 19조9630억원까지 늘어났다.
반대로 석유공사의 자본총계는 2017년말 2조3839억원에서 2020년말 -1조1409억원으로 급락했다. 이에 석유공사는 '완전자본잠식'의 늪에 빠지면서 지난 2017년 529.42%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3415.48%까지 급증했다.
이런 상황도 지난 2016년 석유공사 직원 1344명 중 61명이던 억대 연봉자 수는 5년 뒤인 2020년 1363명 중 268명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임직원들의 임금을 반납 받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데다 외려 더 많은 금액을 직원 연봉으로 사용한 것이다.
연도별로 석유공사가 2017년 전 직원에게 반납 받은 임금은 15억5000만원이었다. 다음해인 2018년에는 석유공사의 사장, 임원, 3급 이상 직원들이 14억1400만원의 임금을 반납했고, 2019년도엔 사장이 6200만원을 반납했다. 석유공사는 이 돈으로 같은 해 명예퇴직하는 임직원에게 4억원 규모의 위로금을 지불했다.
2020년도엔 사장, 이사, 본부장 등 임원들이 반납한 1억8000만원 전액이 명예퇴직자 위로금으로 사용됐다. 허나, 같은 해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반납된 임금 중 석유공사가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지출한 금액은 1억3400만원으로 명퇴 위로금보다 적은 규모에 그쳤다. 같은 해 석유공사의 3~4급 직원들이 반납한 5억9000만원의 임금은 모두 회사의 이익인 '잡이익'으로 처리됐다.
남은 임금 반납분의 사용처도 묘연한 상황이다. 2022년 6월 현재 석유공사는 13억6300만원 규모의 임직원 급여 반납 잉여금을 사내에 유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경영악화 상황에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이달 20일 석유공사의 경영등급을 C(보통)으로 평가하고, 임직원 성과급 자율 반납을 권고했다. 지난해말 석유공사가 460억원의 당기순손실과 -1조5523억원까지 떨어진 자본총계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정우택 의원은 "2018년 당시 부채비율이 600%가 넘었던 석유공사는 회사부실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겠다는 명분으로, 이후엔 코로나19 극복 등을 명분으로 임직원들의 임금을 걷어갔다"며 "정작 명예퇴직 위로금 등으로 쓰고, 상당한 금액은 그대로 방치해 놓고 있는 행태는 결국 전 정권 입맛에 맞추기 위한 보여주기식 쇼 아니냐는 비판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