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비판하는 건 나이 어려서가 아니고 유치해서
옹졸과 내부 총질, 오만방자로 보수층 피로 누적
‘이준석 없는 당 걱정’은 보수 혐오론자들의 기우
새벽 1시 측근 보내 각서 써준 책임지는 게 젊은 정치
국보급 축구 선수 손흥민을 키운 아버지(손웅정, 60)가 정치인 이준석 들으라고 이렇게 썼을 리는 없다. 그 자신 선수, 감독 출신으로서 축구 꿈나무들에게 강조하고자 하는 삶의 철학, 신념을 적은 가르침일 것이다.
그는 두 아들이 원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코치 역할을 맡은 뒤로 7년 간은 절대 슈팅을 못하도록 했다. 슈팅 맛을 알면 기본기 익히는 걸 소홀히 하게 된다. 손흥민은 원칙에 철저한 호랑이 스승 아버지의 지도로 빚어진 걸작이다.
집권당 대표 이준석은 손흥민만큼 인성과 기본기(基本技) 기르는 과정을 거쳤고, 그런 코치(멘토)가 있었으며, 그걸 지금 갖추고 있는가? 그는 말하는 걸 너무나 좋아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 공격에 대해선 1초도 참지 않고 반격하는 ‘인성’의 소유자다.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이 이준석 걱정이다.”
이 말에서 그의 인격과 성격이 투명하게 비친다. 안하무인과 자아도취, 후안무치의 전형이다. 그는 성접대와 증거 인멸 교사(敎唆) 의혹을 받아 당 윤리위 징계에 직면하고 있는 사람이다. 그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은 하지 못하고 한니발이나 패튼이니 하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그는 미국 하버드 학부 졸업 후 박근혜에게 발탁돼 일약 최고위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슈팅 좀 잘하고 외모도 괜찮은 사춘기 중학교 선수를 프로 축구팀 주전 스트라이커로 스카우트한 격이다.
그 결과가 정치 인생 10년 후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0선 청년 당 대표의 자기만 잘나고 혁신한다는, 구태(舊態) 아닌 듯하면서 구태인 정치다. 말솜씨 좋다고 방송에서 부르는 대로 다 나간다. 그 말이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는 의견 개진이라면 흠 잡을 수 만은 없다. 특정인 저격과 내부 총질을 주로 해서 문제다.
자신을 향한 비우호적인 말을 기득권 세력의 ‘혁신에 대한 저항’으로 역공한다. 그의 열성 지지자들, 즉 20~30대 ‘준빠’들이 더 그렇게 주장한다. 이상한 것은, 중도나 심지어 민주당 지지자들도 이 프레임에 많이 동조한다는 사실이다. 맹목적 보수 혐오론자들의 이준석 편들기다.
이준석의 적은 옛날엔 친박이었고, 지금은 친윤이다. 그는 윤석열을 처음에 우습게 봤다. 국민의힘 안으로 끌어들이기만 하면 그를 경선에서 간단히 죽여 자기가 미는 ‘멘토’가 보수 대표로 확정될 것처럼 시건방을 떨었다.
두 차례 당을 뛰쳐나가는 ‘중2병’ 분탕질에도 불구하고 윤석열이 개인기로 대선 신승을 거둔 뒤에 반윤 거드름은 꼬리를 내렸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모시지는 않는다. 악수, 인사하는 태도가 문재인과 할 때와 너무 달라 보기에 민망하다. 급하니까 아부성 발언(‘보수 노무현’ 등)도 하면서 그와 가까워지려 한다.
38세는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미국의 케네디는 지금 이준석의 5년 후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이 됐다. 2022년 현재 세계 정상들 중 36~39세가 김정은 포함 7명이다. 이 중엔 세계 최고 복지 국가 핀란드 수상도 있다. 20대 초 시의원으로 정치를 시작한 그녀는 재선 의원으로 올해 36세다.
이준석을 어리다고 비판하는 건 그의 나이 때문이 아니다. 시의원도 한 번 못한 그의 언행이 유치해서다. ‘신(新)친윤계’라는 당 최고위원 배현진과의 옹졸한 ‘악수 홱’, ‘어깨 툭’ 충돌이 전국에 중계됐다. 보수 지지자들의 얼굴이 붉어진다.
당 대표의 ‘엄마’ 최고위원 정미경은 이런 충돌이나 당 윤리위 징계 절차로 인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했지만, 보수층 다수는 ‘피곤해서 살 수가 없다’고 짜증이다. 그들의 피로감 누적이 상당하다. 정권교체를 위해 30대 후보를 밀어줬지만, 이젠 구상유취(口尙乳臭)와 재승박덕(才勝薄德), 오만방자(傲慢放恣) 리더십을 그만둬야 할 때라고 이구동성이다.
보수는 합리적이고 점잖은 이미지를 지향하면서 그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 이준석이 이에 걸맞은 청년 정치인인가? 손흥민이 이준석처럼 자라고 출세했다면 지금의 손흥민은 없다. 그는 가족을 책임지고 먹여 살리는 회사원, 공무원 월급쟁이 조직 생활을 해보지 않았다. 그의 인생은 모든 게 패스다.
‘웰빙’ 코스를 거친 이준석은 586 운동권 출신들과도 비슷하다. 공부 대신 주체사상 같은 이념 서적에 심취하며 정권과 맞장을 뜨다 출옥 또는 졸업 후에는 금배지를 달아 젊어서 만인지상(萬人之上) 신분이 된 그들과 출세 과정이 같아 의식도 닮았다.
이런 이준석을 예찬하고 그가 (징계를 받아) 내쳐지는 보수 정당을 심히 걱정하는 회색분자들이 요즘 적색경보를 요란하게 울려대고 있다. 이쪽저쪽에 기회 봐가면서 인기, 쓴소리 발언을 골라서 하는 진중권, 김종인이 그런 류다.
정말 그럴까? 이것은 기우(杞憂)다. 우선. 산술적으로 이준석이 20~30대 일부를 친(親) 보수 정당으로 유인했다면, 이준석 때문에(젠더 갈등) 떠나간 20~40대 여성들 표가 그보다 더 많이 돌아올 수 있다.
이준석 나가면 젊은 층이 이탈한다는 말이 옳다고 치자. 장기적으로는 나쁠 것 없다. 새 리더십으로 혁신하면 된다. 나이만 젊고 언행은 구시대 정치인 뺨치는 대표가 아니라 실력 있고, 합리적이며, 점잖고 예의바른 사람을 뽑으라. 그러면 모든 세대가 지지한다.
그리고 이준석과 ‘준빠’들은 다음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한다. 진실대로 답하느냐 말장난하며 회피하느냐 여부는 그가 진정으로 나이 뿐 아니라 양심과 인격도 ‘윤핵관’이나 ‘친박’들과는 확실히 다른 보수 리더인지를 증명해줄 것이다.
“당 대표 이준석은 최측근 정무실장 김철근을 왜 그날 새벽 1시에 급히 접대 담당 장모씨에게 내려 보내 7억원 투자 각서를 써주도록 했는가?”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